-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가스실에서 만난 친구
작년 겨울 나는 군인이 되었다. 매서운 추위속에서 군대라는 생소한 조직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낯선 사람과 지내야 한다는 두려움에 나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곧 신병훈련이 시작되었다. 이리 뛰고, 저리 달리고 구르며 나는 조금씩 단련되어 갔다. 그러던 중 어느순간 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훈련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이었다. 그날은 화생방 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화생방 교육이란 가스를 틀어 놓은 방에 들어가 몇분간 견디는 훈련이었다. 말로만 듣던 가스실에 들어가 직접 체험을 해 보는 것이었지만 학교 다닐 때 수없이 최루가스 냄새를 맡아 본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스실에 들어서자 숨이 턱 막혀왔다.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가슴 속에 불이 붙는 느낌이었고 눈물 콧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문득 지옥이 이런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온 후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집을 떠난 외로움과 고통으로 나는 더 큰 소리로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서 있었다. 그때 누군가 "이거 써"하며 휴지 몇 장을 내밀었다. 기스실에 함께 들어간 이름모를 동료였다. 그 전우는 자기 눈물, 콧물 닦아 내기도 모자란 휴지를 떼어 내게 나눠 주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나에게 따뜻함을 전해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전우를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황득규 님/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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