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 그리움을 참으면 별이 된다. -
사과 한알에 담긴 설레임
아빠의 사업 실패로 우리 가족은 하루 아침에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쁙 받으며 풍족한 생활을 누리던 내게는 며칠만에 나타난 아빠의 초췌한 모습과 불편한 산골 생활이 너무 낯설고 끔찍하기만 했다. 악몽과도 같은 나날이었다. 그래도 나는 적응해야만 했다. 우선 전학을 했다. 작은 산골 마을이라 그런지 급우들은 내가 왜 전학을 와야만 했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있잖아, 쟤가 집이 망해서 전학왔다는 그 애야." 내가 지나가면 모두들 수군거렸다. 비웃음 섞임 말에 몇 번이고 울컥했지만 그럴 때마다 입술을 꼬올 깨물었다. 그리고는 못 들은 척 앞만 보고 걸엇다. 상처 받은 나는 그 아이들을 경계하고 미워하고 무시했다. 하지만 너무 외롭고 슬펐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다. 누군가가 나에게 쪽지를 보내왔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어. 우정과 사랑은 설레임에서 시작한다고, 네가 아직 우리에게 설레임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아. 우리는 너의 설에임을 기다리고 있어.' 그날 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삭막한 현실에 부딪쳐 까맣게 타 버린 가슴속에 훈훈한 감동이 밀려왔다. 어쩌면 내가 먼저 벽을 쌓아 놓았기 때문에 친구들이 내게 다가오는 게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바보처럼 그들만 원망했던 것이다. 다음날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짝궁인 초희에게 사과하나를 내밀었다. "우리 할머니가 너랑 같이 먹으래." 그렇게 말해 놓고서 나는 부끄러워 시선을 딴데로 돌렸다. 그런 내게 초희는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그 뒤로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다른 친구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게 되었다. 참 행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쪽지는 초희와 몇몇 친구들의 공동작품이었다. 이제 가정 형편도 어느정도 나아졌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 나는 아직도 그 쪽지의 마지만 글귀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설레임이 있는 만남은 그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나에게 그런 행복을 일깨워 준 그 친구들이 너무도 고맙다.
이유록 님/경북 구미시 공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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