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 그리움을 참으면 별이 된다. --
사랑으로 입혀 주신 점퍼
중학교 시절 가난이라는 단어는 항상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따끈따끈한 쌀밥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항상 저는 밀가루밥을 싸 가지고 다녔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면 친구들은 내 밀가루밥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 넌 맨날 밀가루밥이니?" 그럼 저는 "우리 아빠가 밀가루밥을 너무 좋아해서....." 라는 궁색한 말로 쌀밥을 먹고 싶은 저의 마음을 숨기곤 했습니다. 학교에서 가정 조사를 할 때면 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그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텔레비젼, 라디오, 전화 등등 제가 구경도 못해 본 것들이 집에 있는지 조사하는데, 남들이 '저요, 저요'하며 손 드는 것을 보는게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중학교 삼학년이 되었을 때도 가난한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힘들었던 시절에 만난 담임 선생님은 저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여 주셨습니다. 추운 가을날 예전과 다름없이 바람이 송송 들어오는 허름한 점퍼를 입고 학교에 갔는데,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제 옷을 만져 보시더니 점심 시간에 교무실에 잠간 들르라고 하셨습니다. '무슨 일이지?' 저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선생님께 갔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반갑게 맞으시면서 어디서 나셨는지 옷이랑 책이랑 가방을 건네주셨습니다. 그리고 점퍼는 직접 입혀 주시면서 지퍼까지 채워 주셨습니다. 따뜻한 점퍼를 입고 괜히 쑥스러워 얼굴을 붉히고 있는 저를 보며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그냥 웃기만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비록 가난했지만 참 행복했습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계실 선생님은 불러 봅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김애영 님/전남 목포시 산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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