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그리움을 참으면 별이 된다.
볼펜 한자루
우리 집은 영덕 근처의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지금 저는 집을 떠나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버스를 자주 갈아 타야 하기 때문에 시골에 사는 것이 번거롭게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께 도시로 나가 살자고 조르지만 아버지께서는 끄떡도 하지 않으십니다. 시골 초등학교에서 일학년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아버지는 이곳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보석같은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이곳의 사람 사는 냄새가 얼마나 좋으냐며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곤 합니다. 지난 스승의 날 저녁, 아버지께서는 한아름 선물을 받아 오셨습니다. 그 중에는 양말, 손수건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꽤 값이 나가는 상품권이나 선물도 더러 있습니다. 그 선물들을 식구들이 하나하나 풀러 보는 사이, 아버지께서는 주머니에서 노오란 포장지로 서툴게 포장한 작은 꾸러미를 하나 꺼내셨습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펴 보셨습니다. 식구들은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잇을가 잔뜩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고가품의 좋은 선물이 나올 것라고 기대하면서....... 하지만 포장지 안에서 나온 것은 흔한 볼펜 한자루뿐이었습니다. 실망한 식구들이 "에이 겨우 볼펜 한 자루야"라고 말하자, 아버지께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날 수업이 끝나고 아버지께서 퇴근하려는데 반에서 집안 형편이 가장 어려운 아이가 아버지께 왔답니다. 그리고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포장지에 쌓인 볼펜을 아버지 손에 살짝 건네 드린 후 말없이 뛰어가 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허허 녀석! 이십년 교직 생활 동안 가장 큰 선물이구나."
아버지는 환하게 웃으시며 와이셔츠 앞주머니에 꽂혀 있던 만년필을 꺼내시더니 그 자리에 볼펜을 대신 꽂으셨습니다. 만년필 대신 아버지의 주머니에 꽂힌 볼펜이 셔츠와 참 잘 어울렸습니다.
박치형 님/경북 포항시 남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