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남편의 직장에 꽃바구니를
남편이 일반 기능직으로 농협에 입사한 지 꼭 십년째가 되었다. 남편은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성실했다. 주위에 계신 분들은 그런 내 남편을 일 잘한다고 칭찬하곤 했다. 열심히 근무한 덕분에 몇차례 상까지 받았다. 물론 남들도 한 직장에서 십년, 이십년 또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일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직장에서 승진도 없는 일반 기능직으로 십년 동안이나 근무한 남편이 나는 자랑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그날은 그이에게 멋진 선물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선물을 주려고 생각하니 무엇이 좋을지 고민스러웠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 마음을 적은 편지와 꽃다발을 사무실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부모님께는 효자라서 고맙고, 애들에게는 좋은 아빠라서 고맙고, 나에게는 좋은 남편이라서 고맙다는 말을 적고 끝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빽빽하게 적어서 막내를 데리고 꽃집으로 갔다.
"꽃바구니 하나 만들어 주세요." "갑자기 웬 꽃바구니?" "오늘이 남편이 회사에 들어간지 십년째 되는 날이거든요."
나는 조금 쑥스러워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저씨 오늘 기분 굉장히 좋으시겠네요."
꽃집 주인의 노련한 솜시로 예쁘게 만들어진 꽃바구니와 편지를 실은 택시가 떠나자 선물을 받을 남편의 표정이 몹시 궁금해졌다. 결국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전화를 했다. 내가 보낸 선물을 받고 기분이 좋았다는 남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남편은 저녁 때 집에 돌아와서까지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좋은 님 여러분! 남편의 직장으로 수고한다는 쪽지와 함께 작은 꽃바구니를 한번 보내 보세요. 남편이 굉장히 좋아할 것입니다.
하막선 님/경남 사천시 곤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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