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주말 부부
결혼 한지 이 년이 되어가는 우리 부부는 한 달에 겨우 두 번 정도밖에 만나지 못하는 주말 부부이다. 남편은 시부모님이 계시는 전라도 광주에서, 나는 경기도 고양에서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서로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로 주말에 내가 남편이 있는 광주로 내려가곤 한다. 결혼하고 일 년 동안 함께 살 때는 사소한 일에 오해도 많이 하고 자주 다투기도 했지만 이렇게 떨어져 살다 보니 남편의 그 미운 얼굴이 자꾸만 생각나 하루에도 몇 번씩 수화기를 들었다가 놓건 한다. 주말이면 광주까지 고속버스로 예닐곱 시간이나 걸리는 그 먼 거리가 피곤하게 생각되어 한번쯤 꾀를 낼만도 하지만 보고싶은 남편을 만난다는 기쁨이 앞선 나머지 오히려 주말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여서 내가 내려가는 토요일이면 중요한 약속을 모두 뒤로 미룬 채 나를 마중 나오곤 한다. 그 날도 광주에 내려갔던 내가 다시 서울로 올라오기 위해 남편과 함께 터미널에서 개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손에 들린 종이가방은 시어머니께서 이것저것 정성스럽게 챙겨 주신 음식들로 제법 묵직했다. 나는 불룩한 종이가방이 터질까 염려되어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서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남편에게 손이라도 흔들어 주려고 창문을 내다보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항상 버스가 떠날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날 배웅해 주던 남편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었다. '벌써 가버렸나'하는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조금은 야속하게도 생각되었지만 곧 마음을 진정시키고 버스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한손엔 튼튼해 보이는 부직포 가방을 들고 다른 한손엔 빵과 우유를 쥔 남편이 버스에 올라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내자리로 걸어와서 말없이 내 손에 그것들을 꼭 쥐어주고는 부랴부랴 내려가는 것이었다. 남편의 손이 스치면서 손끝으로 느껴지는 온기와 함께 남편의 사랑이 마음 한구석으로 조용히 번져왔다. 나도 모르게 또 한번 눈물이 핑 돌았다. 말보다는 늘 행동을 먼저 보여 주는 사람,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입으로 말하기 어색해하면서도 가끔씩 이렇게 나를 감동시키는 남편, 마음이 든든해졌다. 차창을 내다보니 남편은 빙긋 웃으면서 나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런 남편에게 눈물 글썽이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가 웬지 쑥스러워 나는 그저 내 손에 놓여진 빵과 우유만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김인숙 님/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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