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세상에서 가장 놓은 약
남편의 직장 문제로 떨어져 살다 보니 외롭고 힙들 때가 종종 생긴다. 특히 몸이 아플 때는 더욱 그렇다. 갑자기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진 어느 날이었다. 몸살감기에 걸린 나는 온몸에 열이나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 아이의 밥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하고 끙끙 앓아 눕게 되었다. 이럴 때 한층 더 보고 싶은 남편의 생각에 아픈 것이 서럽기까지 했다. 결국 나는 아이가 옆에서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보채는 것도 짜증이 나"귀찮아"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는 눈물이 글썽해져서 밖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렸고 수화기 저편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참을 수 없이 북받치는 설움에 혼자 흐느끼고 있는데 밖에 나갔던 아이가 빵과 우유를 사 들고 들어왔다. "엄마, 배고플까봐 사 왔어" 아이의 그 한마디에 나는 아픈 것도 서러운 것도 남편이 보고 싶은 것도 까맣게 잊은 채 아이를 끌어안고 펑펑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아이도 따라 울었다. 한참 뒤 아이가 나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말했다. "엄마, 난 엄마가 아픈 게 제일 싫어. 그러니까 아프지 마." 그 순간 나는 그 동안 미처 모르고 있던 가장 좋은 약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는 내가 누워 있는 며칠동안 밖에 나가 놀지도 않고, 학원 차가 올 때 배웅을 못 나가도 아무런 투정을 하지 않았다. 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마중 나갔을 때, 아이는 기쁜 얼굴로 학원 차에서 내리더니 내게 달려와 안겼다. "엄마 사랑해요"라고 살짝 속삭이는 아이의 말에 난 또 한번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황은하 님/경북 안동시 용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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