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나보다 어린 우리 오빠
"오빠, 빨리 일어나 병원 가야지. 우리 오빠, 참 착하지?" 우리 오빠는 나보다 어리다. 그래서 나는 어디를 가든 오빠를 꼭 데리고 다닌다. 어렸을 때는 오빠가 나를 데리고 다녔다. 하루는 텔레비젼에서 타잔을 보다가 오빠에게 타잔처럼 해보라구 마구 졸랐다. 처음에는 선뜻 하려고 나서지 않던 오빠는 여동생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린 창고에서 창고에서 밧줄을 꺼내 산으로 올라갔다. 사 미터가 조금 넘는 언덕 위 나무에 줄을 매달고 오빠는 타잔처럼 줄을 잡고 "아~아아"하면서 뛰어 내렸다. 아뿔사!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무에 묶였던 줄이 풀어지는 바람에 오빠는 언덕 밑으로 추락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나는 바들바들 떨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오빠는 언덕 밑바닥에 뾰족하게 박혀 있던 커다란 돌에 머리를 다친 듯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리에서 피가 나지 않았다. 잠시후 정신을 차린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도리어 놀랐겠다며 나를 걱정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피가 나지 않으면 아프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빠의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우린 위험한 장난을 했다고 부모님께 혼이 날까봐 그 일을 숨겼다. 며칠 후 오빠와 장난하다 우연치 않게 오빠의 머리를 만졌는데 머리가 물렁했다. 이상했다. 내 머리는 딱딱한데 오빠 머리는 물렁 물렁한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엄마, 아빠 머리도 딱딱한 걸 확인하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상해. 엄마, 아빠 그리고 내 머리는 이렇게 딱딱한데 오빠 머린 물렁물렁해." 그 날로 곧장 병원으로 실려간 오빠는 몇차례의 수술이었는데 피가 끝도 없이 흘러나와 의사들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면서 열었던 머리를 닫아 버렸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도 기적이라고 했다. 그 후 오빠의 뇌는 성장을 멈추었고 당시 열다섯 살이었던 오빠는 십팔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 다섯 살이다. 그래도 나는, 기끔씩 물어본다.
"오빠, 지금 오빠 나이가 몇이지?" "임마, 오빠 나이도 몰라? 열 다섯이잖아?"
어쩜 그보다 어릴지도 모른다. 그때 한쪽 눈도 약간 다쳤는데, 점점 나빠지더니 결국 지금 그 눈은 장식용일 뿐이다. 성장이 멈춰 버린 머리에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오빠, 나랑 타잔 놀이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 말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주고 나의 기사가 되어 주었던 오빠가 그렇게 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오빠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커 갔다. 내가 타잔놀이만 하자고 하지 않았다라도 오빠는 늠름한 청년이 되있었을텐데..... 그나마 오빠가 살아서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오늘은 오빠의 한쪽눈을 수술하는 날이다. 여태껏 반쪽 인생을 살아온 오빠에게 나머지 반쪽의 삶을 찾아주고 싶다.
"하나님, 부디 오빠의 수술이 잘되게 도와주세요."
김명희 님/경남 거제시 옥포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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