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달걀 꾸러미에 반하다.
교직에 몸을 담고 있는 나는 첫 아이를 낳은 뒤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결혼 적령기에 있던 여동생이 직장 생활이 힘들어 잠시 쉴까 했는데 잘됐다며 자신이 하겠다고 제안해 왔다. 고마운 마음이 앞섰지만 선뜻 응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동생은 기꺼이 하겠다고 나섰다. 그 뒤 동생은 아이를 돌보면서 주말이면 시골에 가 부모님 일도 거들어 드리고 사이사이 짬을 내 맞선도 보면서 지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시골에 다니러 갔던 동생이 일요일에 선을 보고 올라왔다. 동생의 얼굴이 환한 걸 보니 일이 잘된 것 같았다. 웬 달걀이냐는 내 물음에 동생은 시골집에서 어머니가 기르는 토종닭이 낳은 거라며 언니 생각해서 가져왔다고 대답했다. 고마운 생각보다는 선보는 자리에서 달걀을 어떻게 했는지가 더 궁금해 졌다. 설마 거추장스럽게 거기까지 가져가진 않았겠지 하고 다기 물었는데 동생의 대답은 당당하기만 했다. "언니야, 달걀 꾸러미 들고 선보러 가면 왜 안되노?" 동생은 선보는 자리에 그 달걀 꾸러미를 들고 나갔던 것이다. 그 후 동생은 그날 저녁 선본 사람과 몇 차례 더 만나더니 결국 결혼에까지 이르렀다. 나중에 나는 제부에게 선보던 그 날 촌스러웠던 내 동생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살짝 물었다. 그랬더니 제부의 대답은 더욱 걸작이었다. "몇 번 선을 보았지만 언니에게 줄 달걀을 들고 선보고 나온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릅답고 사랑스럽게 보였는데요. 찻집에서 나올 때는 제가 그 달걀 꾸러미를 들고 나왔습니다." 제부는 애물단지 달걀 꾸러미를 액세서리 보석처럼 예쁘게 봐 준 것이다.
임미영 님/충남 홍성군 광천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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