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사월에 떠난 당신
벛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사월, 내 사랑하는 아내는 서른의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낫습니다. 돌도 안 지난 명성이와 다섯 살 난 대성이, 그리고 나를 남겨두고서.....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무엇이 우리의 삶을 갈라놓았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 오릅니다. 집안 구석구석 아내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잇지만 정작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내가 없는 텅 빈 공간에서 나는 오늘도 일기를 씁니다. '늦은 밤, 불꺼진 아파트 창을 올려다 보며 혹시나 당신이 두 아이를 재워 놓고 나의 늦은 귀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작은 기대감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엽니다. 그러나 와락 밀려들는 어둠 속에서 슬픔과 고독만이 내 가슴 깊이 파고 듭니다. 늘 조용하고 말이 없던 당신, 그러나 누구보다도 웃음이 많던 당신, 오로지 아이들과 나밖에 모르던 당신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아픔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명성이 때문에 당신이 아프다는 나의 말에 그런 소리 말라며 우리 명성이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다고 하더니 그 예쁜 명성이를 남겨 둔 채 왜 그리 빨리 떠났소. 당신이 떠난 뒤 명성이를 형님 댁으로 보내고, 아빠와 떨어지기 싫어하던 대성이마저 누님댁으로 보냈다오. 꽉 닫힌 아이들의 방문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 없는 당신과 보고 싶은 아이들 생각에 나는 밤마다 당신을 원망합니다. 시트를 갈아주기가 무섭게 금방 소변을 보았다고 몇번이나 화를 낸 일, 구토한다고 많이 먹지 못하게 한 일 등등...... 당신에 대한 너무나 많은 후회와 안쓰러움이 나를 무척이나 괴롭게 합니다. 당신이 보고 싶을 때면 나는 장모님께 전화를 합니다. 어제는 장모님과 통화하면서 갑자기 당신 생각이 나 와락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장모님과 함께 수화기를 붙잡고 한참이나 울었습니다. 이것이 살아 남은 자의 몫입니까? 무슨 일을 해도 모두가 부질없이 느껴지고 허무할 뿐입니다. 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 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옛날의 행복을 이제 모두 꿈으로 돌려야만 합니까? 남들은 떠난 사람 빨리 잊으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찌 당신을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향한 이 그리움을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힘없는 걸음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오늘도 당신을 떠올립니다. 당신과 함께 느끼던 계절은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데 당신은 어디에 있기에 돌아올 줄 모르는 겁니까?'
김동석 님/충남 논산군 두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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