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소화의 작은 행복이야기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그야말로 촌이랍니다. 동네 옆으로 금강이 흐르는데요. 아버지는 논에서 돌아오실 적에 금강에서 저녁 반찬거리로 물고기를 몇 마리 잡아오시지요.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논농사를 짓지만 그것말고도 고구마, 인삼, 담배, 배추도 심어요. 씨앗만 있으면 모두 해결되지요. 산도 하나 있어요. 산 이름은 '동그라미 산'인데 나즈막하지만 그 산에 올라 마음껏 소리도 지르고, 밤에는 하늘에 뜨는 주먹만한 별이 와르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아요. 저희 집은 마을회관 바로 아래예요. 할아버지 때부터 살던 집이지요. 그 집은 불이 여러번 나서 엄마는 죽을 뻔하신 일도 있었다는데 그래도 그 집에서 계속 살고 있어요. 아버지의 연세는 올해 마흔 일곱, 직업은 농부시지요. 젊으셨을 때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셨대요. 아버지는 가끔 그 시절을 얘기를 하시는데 서울 영등포 어디를 말뚝을 박아놓고 "내 땅이다"했는데 누가 그 땅을 팔아먹어 어찌 어찌하여 고향으로 쫓겨 오셨답니다.그 얘기를 하실 때면 아버지 얼굴은 '참 아깝다'는 표정이 되어요. 저희 엄마는 이런 아빠 밑에서 순종하고 사는 평범한 시골 아낙이시랍니다. 고모들은 엄마가 가난한 외가에서 실컷 고생하시다가 시집와서는 더 큰 고생을 한다면서 엄마의 주름 잡힌 손을 잡고 자주 우시지요. 그리고 저, 저는 너무 작고 여려요. 키도 작고 손도 작고 뭐든 작아요. 얼굴은 좀 못생겼지만, 튼튼해서 약 한 번 먹어 본 일이 없어요. 의료버험카드에도 제 진찰기록은 하나도 없거든요. 주변의 학교가 없어서 멀리 강경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우리 반 얘들 중 저 같은 촌 아이는 없어서 나름대로 상처 받는 일도 있지만 아이들과 좀도 친해보려고 노력 중 이랍니다. 우리 집은 식구가 아주 많아요. 부모님, 나, 동생 말고도 소 네 마리, 송아지 한 마리, 개와 강아지 여섯 마리, 염소 세 마리, 닭 일곱 마리, 그리고 가장 많은 식구인 방바닥을 쉴새 없이 오가는 수많은 개미들까지...... 이렇게 많은 식구들과 살다 보니 아주 시끄러운 일도 많지요. 하지만 저는 이런 우리 집에서 사는게 정말 기쁘고 신이 나요.
권소화 님/충남 부여군 임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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