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잊지 못할 생일 선물
재작년 음력 8월 30일이었다. 잔칫집에 일을 도와주러 가신 엄마가 저녁 늦도록 오시지 않아 나는 일찌감치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때 외출에서 돌아오신 엄마가 몹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정말 미안하다. 일찍 와서 미역국도 끓이고 찰밥도 하려고 했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찰밥? 미역국? 영문을 모르는 나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조금 뒤에야 그날이 내 생일임을 알았다. 그러나 생일을 잊었다고 미안해하시는 엄마에게 나도 모르게 "내 생일 따위가 엄마 안중에 있기나해"라는 말이 불쑥 튀어 나왔다. 한참 동안 말없이 서 계시던 엄마는 무엇인가를 조용히 내려놓고 방을 나가셨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바닥에 놓은 물건을 슬쩍 보았다. 통닭 봉지가 눈에 들어 왔다. 늦은 시간이라 동네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을 텐데 어디까지 가서 사 오셨는지 봉지엔 낯선 통닭집 이름이 쓰여 있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전날 일로 엄마에게 면목이 없어 다른 때보다 일찍 집을 나서는데, 등 뒤에서 엄마가 나를 불러 세우시더니 흰 봉투 하나를 쥐어 주셨다. 나는 밖으로 나와 봉투를 살짝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작은 쪽지와 함께 이 만원이 들어 있었다.
'엄마 참 밉다. 그치? 생일도 몰라 주고. 이걸로 맛있는 거 사목으렴.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일찍 들어와라.'
그날 나는 골목 한쪽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오후에 엄마가 좋아하는 햄버거를 사 들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집에 들어갔더니 엄마는 크게 두 팔을 벌려 나를 끌어안아 주셨다. 돌아오는 생일엔 나를 낳느라 고생하신 엄마에게 꼭 미역구을 끓여 드려야 겠다.
이선희 님/대구시 중구 달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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