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친정 엄마 같은 시어머니
결혼한 지 일 년이 조금 넘은 풋내기 새댁이자 아기 엄마인 나는 종가의 맏며느리이기도 하다. 난 가끔 내가 결혼한 게 실감이 나지 않을때가 있다. 물질적으로 풍부하지 못한 친정 때문에 결혼을 치르기까지 말 못할 어려움도 참 많았다.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모두들 초조해했지만, 그래도 일은 신기할 정도로 하나 둘씩 잘 풀려 나갔다. 예물 준비를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친정 엄마는 일 때문에 그 자리에 함게 갈 수 없어서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갔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내쪽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무작정 따라나선 것이다. 정말이지 엄마도 안 계시고 돈도 없고, 그곳을 뛰쳐나오고 싶었다. 그런 순간마다 내 마음을 읽으신 시어머니께서 자상하게 "어떤 게 맘에 드냐? 돈은 생각지 말고 맘에 드는 것으로 하렴"하시며 편안한 미소로 마음을 안정시켜 주시고 당신도 함께 보시는 것이었다. 나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몇 번이고 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 보았다. 얼마 뒤 예식장 예약 문제로 함께 예식장에 갔을 때도 시어머니께서는 그 화려한 분위기에 주눅들어 있는 나를 따사롭게 감싸 주셨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친정 엄마와 딸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예약을 마친 뒤 착잡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말없이 밖으로 나온 나에게 어머님은 말씀하셨다.
"너무 걱정마라. 없는 마음이 더 아픈 거 안다. 엄마한테 이것저것 해 달라고 조르지 말고 엄마 걱정 안 하시게 위로해 드려라."
그 순간 마음 속으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각박한 세상에 이런 분이 가까이 계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주는 것에 비해 받기만 좋아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지나온 짧은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쑥스러워 어머님께 말씀 드려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오늘이 지면을 통해서나마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해 드리고 싶다.
"어머님! 딸처럼 편히 대해 주신 것, 제가 아플 때도 싫은 내색없이 뒷바라지 해 주신 것, 모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머님 보시기에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은 줄 압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바라시는 큰며느리로 자리를 굳히는 데 아낌없는 가르침을 주십시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건강하신 모습으로 절 지켜봐 주세요."
김연숙 님/경북 구미시 임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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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참으로 자상하신 시어머니 만나시게되여 언제나</P>
<P>행복한 삶이되실겁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