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수첩 - 김용택 : 좋은생각
인기 최고 우리 집 마루
"진희야, 아빠 등 좀 봐라." 아버지의 등에는 물인지 담인지 모를 물이 흥건했다. "와, 아빠 등목하셨어요?" 내 물음에 아버지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땀이다!"하고 외치셨다. 사 년 전 어느 여름 날, 마루를 만들고 계신 아버지 곁에서 나는 심부름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큰언니 결혼식을 일년 정도 앞두고 있던 때였는데 결혼식 손님을 맞기에는 마루가 너무 좁았다. 그래서 마루와 토방을 이어 넓히자고 했는데 아버지가 직접 해보겠다고 일을 벌이신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아버지의 솜씨는 참 미더웠다. 마루가 토방보다 높아 낮은 토방에 우선 자갈을 갈고 그 위에 다시 흙을 깔아 턱을 맞춘 다음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끌로 다듬는 아버지의 손놀림은 어느 미장공 못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드디어 마루가 완성되었다. 청록색 정사각형 무늬가 있는 장판을 깔아 놓으니 온 집안이 환해지는 듯 했다. 그런데 발을 디디는 순간, 바닥이 울퉁불퉁하게 솟아 있음을 알았다. 어머니는 이리저리 걸어다녀 보더니 영 불편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미장이 불러오자니까 자기만 믿으라더니." 어머니께서는 울퉁불퉁한 마루바닥을 못마땅해 하셨다. 그러나 그 해 여름 내내 우리집 거실은 인기 최고였다. 아버지께서는 거실 한가운데에 목침을 놓고 큰대자로 누워 세상 만사 다 잊어버린 듯 주무셨다. 어머니께서도 머리에 빨간 수건을 두른 채 잠깐 눈만 부친다며 눕지만 두세 시간 정도는 깨어날 줄 모르셨다. 그리고 밤이면 마루는 아예 온 가족의 침실이 되었다. 어머니, 언니, 오빠의 판판하지 않다는 불평은 쏙 들어가고 울퉁불퉁한 마루는 우리집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의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안 해 본 일 없고, 못하는 일 없다던 아버지는 큰언니의 결혼을 한 달쯤 앞두고 바다에 나가셨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으셨다. 하늘나라 어느 집에 마루를 만들어 주러 가셨나 보다. 이제야 실토하지만 아버지 실력은 별론데..... 하늘은 정말 바보다. 아버지는 마룻바닥 하나 제대로 미끈하게 못 만드시는데 그것도 모르고 데려갔으니 말이다. 지금이라도 그냥 아버지를 보내 주면 내가 다시는 하늘을 향해 바보라고 하지 않을 텐데.....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영원히 곁에 있을 수 없음을 내게 알려주신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께서도 모르시는 게 있다. 그리움은 영원히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엄진희 님/충남 보령시 신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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