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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읽어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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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제15교시 숨통을 틔워 주는 편지글
- 기사문, 일기문, 편지글엔 진실이 담겨야 한다.
1.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것과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것.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종중의 하나가 바로 신문사나 방송국의 기자라고 한다. 그래서 입사 시험철이 되면 출세의 길이라도 열린 것 처럼 지망생들이 몰려들어 '언론 고시'하는 말까지 생겨났다. 오래 전에 내 친구 한 명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어느 신문사 기자 시험에 응시했었다. 그때도 신문 기자는 대단한 인기 직종이었다. 독자가 많기로 소눔난 그 신문사 기자 시험에는 지망생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그 신문사에서는 일차적으로 서류 심사를 하여 50명 정도를 가려 뽑은 다음, 합격자에 한하여 필기 시험과 면접을 치렀다. 시험장은 어느 중학교의 교실이었다. 그 날 일찍 시험장에 나온 응시자들은 수험 번호에 따라 지정된 좌석에 차례로 앉았다. 첫째 시간에는 영어, 둘째 시간에는 상식, 셋째 시간에는 기사문 작성이었다. 그 셋째 시간에 일어난 해괴한 사건을 이야기 하겠다. 셋째 시간이 시작됨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시험관 두 사람이 교실로 들어와서. 한 시험관은 응시자 들의 뒤쪽에 가서 감독할 채비를 하였다. 시험 문제는 "기사문의 작성 여섯가지 요소를 서술한 뒤, 어떠한 것이 기삿거리가 될수 있는지에 대해 논술하라"라는 것이였다. 응시자들은 반듯반듯한 글씨로 답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내 친구는 시험 문제가 너무나 쉽다고 코방귀를 뀌면서 한달음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라고 썼다. 그리고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것은 기삿거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것은 기삿거리가 된다고 줄줄이 늘여 썼다. 바로 그 때 누군가 교실문을 세차게 두들겼다. 그러자 교탁 앞에 서 있던 시험관이 문을 열었다. 시험관은 깜짝 놀라며 "웬일이십니까?"하고 물었다. 그와 동시에 한복을 차려입은 중년 여인이 문 안으로들어서더니 다짜고짜 시험관의 멱살을 움쳐 잡았다.
"네놈이 피하면 대관절 어디까지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나는 내 술값 떼어먹은 놈이 가는 데라면, 저승까지라도 쫒아가서 모조리 받아내는 사람이다."
"아이고, 여기까지 와서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저녁에 다 갚으려던 참인데......"
멱살을 잡힌 시험관은 당황하여 어절 줄 몰라 하며 여인을 복도로 끌어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응시자들은 뜻밖의 사태에 한결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삼 년 묵은 술값이다 이놈아."
"그 동안 제 집사람이 아파서 입원비를 대느라 그리 되었으니 양해하시고......"
시험관이 통사정을 하면서 자기의 멱살을 잡은 여인의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 실랑이가 한동안 이어지려나 했더니, 곧 수위 두 사람이 달려와 여인을 복도 밖으로 끌고 나갔다. 여인은 수위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연신 악다구니를 써 댔다.
"저런 것들이 신문사 간부라고?"
이윽고 시험장 안으로 들어온 시험관은 비뚤어진 넥타이와 와이셔츠 칼라를 바르게 고친 뒤, 응시자들을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를 했다.
"제가 워낙 칠칠치 못한 사람이라...... 응시자 여러분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해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이렇게 말을 이었다.
"방금 이곳에서 일어나 난 사건에 대하여 5분안에 기사를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제야 응시자들은 아차 하고 정신을 차렸다. 그 사건은 일부러 그렇게 연출된 것들이었으며, 그에 관한 기사문 작성이 이번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이것을 뒤늦게 깨달은 내 친구는 몹시 당황했다. 그래서 5분이 다 지나가도록 겨우 이렇게 밖에 쓰지 못했다.
4일 무슨무슨 신문사 기자 채용시험장에 한복 차림의 중년 여인 한 명이 나타나, 시험관의 멱살을 잡고 외상값을 3년째 갚지 않는다며 소란을 피웠다. 시험관은 시험장 밖 복도로 끌려나가 여인에게 이 날 저녁에 가서 모두 갚겠노라고 통 사정을 하였지만, 여인은 막무가내였으므로 수위 두사람이 달려와 그 여인을 끌어냈다.
2. 기사문은 어떻게 써야 하나
결국 내 친구는 보기 좋게 낙방하고 말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친구는 자신이 '기사문 작성 요령'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다는 6가지 원칙(육하 원칙)이 모두 들어가 있다 해도, 기사문의 작성 요령을 터득하지 못하면 좋은 기사문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아차린 것이다. 그렇다면 기사문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일까? 첫째, 간결하고 정확하게 써야 한다. 기사문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알리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장황한 설명이나 수식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둘째,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판단이 들어가게 되면, 기사의 생명인 공정성을 잃게 될 뿐 아니라 독자의 편견을 자아낼 수 있다. 셋째, 기사거리가 되는 대상에게는 냉정하되, 독자에게는 친절해야 한다. 기사거리를 이성적인 눈으로 포착한 뒤에는,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평범한 낱말과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독자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로 표현해 버린다면, 기사문이 가지는 사실 전달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넷째, 육하원칙 중에서 어떤 원칙에 치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가령 호랑이 한 마리가 졸로 한복판에서 잡혔다면, 그것이 동물원에서 탈출한 호랑이인지, 백두산의 야생 호랑이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잡은 사람이 열 다섯 살 짜리 소년이라면, 그 소년이 화제거리가 될 것이다. 만일 잡힌 곳이 어느 음식점의 부엌이었다면, 이 경우엔 그 장소에 치중해야 한다. 다섯째, 기사는 표제 및 부제.전문(줄거리 또는 요약).본문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표제나 부제를 통해서 그 기사가 어떤 내용인지 감을 잡게 한 뒤, 바쁜 사람은 본문까지 읽어 더 자세한 내막이나 그 전모를 속속들이 알게 하자는 것이다. 표제는 기사문 맨 위의 큰 글씨를 가리킨다. 기사의 내용을 압축, 요약하여 몇 구절로 표현한다. 표제만으로도 독자가 기사의 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생략적이어야 한다. 기사가 길거나 중요한 내용일 경우에는 아래에 부제를 다는 것이 좋다. 전문은 표제 다음에 한 문단 정도로 쓰여진 부분을 말한다. 이 부분은 기사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표제를 좀 더 자세하게 밝혀 보인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표제는 완결된 문장이 아니어도 되지만, 전문은 아무리 요약이라 해도 완전한 문장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순의 육하 원칙을 따라 쓰는 게 좋다. 본문은 기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부분이므로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것을 자세하게 쓴다. 여섯째, 신속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사라도 다른데서 이미 내보낸 후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사문에는, 신속성과 정확성이 그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보도 기사, 어떤 문제에 대하여 그 신문사의 견해를 밝히는 사설이나 외부인사의 논설문을 일컫는 논설 기사, 사건이 워낙 중대하여 보도 기사만으로 부족할 경우에 쓰는 해설 기사, 기자가 뉴스가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느낀 바를 적는 탐방기사, 특정 인물이 보도의 대상이거나 혹은 그 사람의 입을 통해 어떤 사실을 알아내려고 할 때 그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내용을 담은 대담기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다음은 기사문 작성의 한 예다.
강남 8학군 2개로 쪼갠다.
서울 교육청 25년만에 개편
서울 시내 고교 학군이 99학년도부터 현행 9개에서 11개로 조정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27일 2~5개 구가 1개 학군으로 묶여있는 현행 9개 학군 체제를 지역 교육청 관할 지역에 따라 2~3개 구로 조정, 11개 학군으로 개편키로 했다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2학군에 포함된 동대문 중량구가 1학군으로, 노원구는 도봉구와 함께 4학군으로 바뀐다. 현행 8학군은 2학군으로 분리돼 강동.송파구는 6학군으로, 강남.서초구는 8학군으로 개편된다. 영등포, 구로, 금천, 양천, 강서구 등 5개 지역이 혼재돼 있는 현행 7학군은 강서.양천구만 8학군이 되고, 나머지 3개구는 3학군이 된다. 신설되는 10학군에는 성동 광진국가 11학군에는 강북, 성북구가 포함된다. 시 교육청은 고교 평준화(74년) 이후 유지해 온 고교 학군을 25년만에 개편키로 한 것은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학교 운영에 적극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학군간 최고 8배까지 벌어졌던 인문계 고 신입생 정원 불균형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시 교육청은 이 같은 고교 학군 개편안을 다음달 시 교육 위원회에서 최종 의결, 현재 중3학생들이 치르는 99학년도 고입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시 교육청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96학년도부터 33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선 복수 지원, 후 추첨 제 방식의 공동 학군제는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1998년 4월 28일 <중앙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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