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용어사전
● 낙원 소설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낙원의 존재 형태와 그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 소설이다. 낙원은 동양에서는 무릉도원, 서양에서는 유토피아라 불리며, 우리 소설에서는 주로 천상이나 섬 등으로 나타난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구운몽', '홍길동전', '허생전' 등의 고대 소설과 이청준의 '이어도' 등의 현대 소설이 이에 속한다.
● 낭만주의 소설
낭만주의는 상상력과 개성 및 독창성을 중시하고, 현실적이고 유한한 세계보다는 이상화된 무한한 세계를 동경하며, 고전적인 형식의 균형과 조화보다는 내면의 갈등과 부조화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자연과 예술, 지상과 천상, 죽음과 삶 속에 내재된 혼돈을 주목하는 문학과 예술의 경향, 또는 세계관을 지칭한다. 낭만주의는 '질풍 노도'라는 말처럼 반이성적이며, 개인적인 경험을 어떤 거리낌도 없이 표현하는 예술가의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재능을 중시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낭만주의 소설은 이러한 낭만주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며, 대체로 플롯이 빈약하고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불확실하며, 음악적인 형식과 시적인 서정성을 짙게 보여 준다. 또한, 개인의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감정을 중시함으로써 고백체 형식을 띄는 것이 많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동인지 '백조'를 중심으로 1920년대 시단에서 많이 나타나며 소설에서는 아직 뚜렷하게 낭만주의를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 없다.
● 낯설게 하기(시치미떼기)
낯설게 하기는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된 용어로서 일상화되어 있는 우리의 지각이나 인식의 틀을 깨고 사물의 모습을 낯설게 하여 사물에게 본래의 모습을 찾아 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낯설게 하기란, 그런 점에서 형식을 난해하게 하고 지각에 소요되는 시간을 연장시킴으로써 표현 대상이 예술적임을 의식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양식인 셈이다. 낯설게 하기는 궁극적으로 독자의 기대 지평을 무너뜨려 새로운 양식을 태동시키게 된다. 의미 심장한 내용을 작가가 모르는 체하며 이야기하는 수법이다. 최인호의 '영가',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 최인훈의 '총독의 소리', '서유기',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등의 작품이 이러한 낯설게 하기를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 내용과 형식
문학에 있어서 내용과 형식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선하는 것이냐는 논쟁은 문학 이론이 생겨난 이래 아직도 종결되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일지라도 훌륭한 형식에 담겨지지 않을 때 훌륭한 문학이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 형식 우선론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며, 형식이 아무리 훌륭해도 내용이 충실하지 않고는 속이 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맞서는 것이 내용 우선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실험성이 많은 작품일수록 내용과 형식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지만, 위대한 작품은 내용과 형식,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 내적 독백(interior monologue)
심리 소설의 한 서술 방식으로, 인물의 심리적 독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외적 사건을 그리는 기교이다.
● 논평
소설 속에서 화자가 자신의 견해를 명백하게 드러내 보이는 서술 행위로, 한 작가가 독자들을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구사하는 서사적 책략의 중요한 방편으로 사용된다. 사건과 행위의 불투명성을 직접 '해석'하여 선명하게 제시하려 한다든가, 도덕적 기준을 설정하고 어떤 행동과 상황의 가치를 '판단'하기도 한다. 또는, 어떤 발언이나 행동의 의미를 텍스트 바깥의 상황과 연결 지어 '일반화'시키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 농민 소설
농민과 농촌의 문제를 소재로 하여 씌어진 소설이다. 그러나 농민 소설은 전원적이고 향토적인 공간으로서의 농촌을 배경으로 하거나 단순히 농민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농촌 소설과는 달리, 당대의 농촌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이나 농민 의식의 성장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특성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1930년대 농촌 계몽 운동의 일환으로, 또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일환으로서의 농민 해방을 목적으로 하여 씌어진 소설들, 1970년대 이후의 산업화, 도시화의 과정에서 소외되고 황폐화된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문제를 다룬 소설들이 농민 소설에 포함된다. 1930년대 이광수의 '흙', 심훈의 '상록수', 이기영의 '고향', 김남천의 '생일 전날'과 1970년대 김정한의 '사하촌', '모래톱 이야기' 등이 대표적 작품들이다.
● 농촌 소설
농민 소설과는 다르게 농촌을 도시와 대비되는 자연적이고 향토적인 삶의 공간이면서 이상적인 삶의 공간으로 묘사한 소설을 일컫는다. 우리 문학에서 농촌 소설의 연원은, 일반 지식인들 사이에서 도시의 현실을 비판하고 농촌을 중시하는 기운이 농후해진 1935년 전후부터 발흥한 이른바 전원 문학에서 찾을 수 있다. 이무영의 '농부', '제1과 제1장', 박영준의 '모범 경작생', '어머니', 최인준의 '양돼지', 이근영의 '금송아지' 등이 1930년대의 대표작이며, 방영웅의 '분례기', 오유권의 '농지 상환선' 등은 1970년대 농촌 소설의 대표작들이다.
● 누보 로망(nouveau roman)
이 용어는 1950년대부터 프랑스에서 발표되기 시작한 전위적(前衛的)인 소설들을 가리키는데, 구체적으로는 전통적인 소설의 기법과 관습을 파기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고자 했던 일군의 작가들의 소설을 가리킨다. 논자에 따라서는 앙티 로망(反소설)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소설은 첫째, 어떤 고정된 소설의 개념이나 이론을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전통적인 리얼리즘 소설에 대한 도전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둘째, 창작의 과정을 낡은 체계나 관습을 깨고 새로운 관습과 체계를 세우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며, 셋째,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통합될 수 있는 학파나 그룹이 될 수 없다는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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