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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유가 돋보이는 글
이번에는 '이성친구의 모순성' 이라는 제목으로 보내온 독자의 글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이성친구란 무엇일까. 사전에도 나오지 않은 이 별 것 아닌 존재는 지금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한 번도 사귀어 보지 못한 나조차도 말이다. 남녀간의 강한 본능일까. 남자만 보면 좋아지고 여자만 보면 부끄러워지는., 하느님께서 주신 하나의 혜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남녀가 만나서 하나의 결실을 맺고...... 그런 위험한 일들, 왜 이리도 하고 싶은지 내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 중학교라는 곳에 와 보니까 더욱 이것을 강조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있다.
가정책에 노오란 별표를 몇 개씩 쳐 놓은 곳엔 '사춘기의 이성교제는 성관계나 건전하지 못한 이성에 대한 관심이 아니어야 한다.' 라는 것...... 나도 모르게 웃음을 토했다. 길거리에서 팔짱을 끼고 좋아하는 중.고등학생, 남의 눈은 의식하지도 않은채 길거리에서 진한 포옹을 나누는 나의 선배들...... 그들이 왠지 미워 보인다. 그들이 왠지 나빠보인다. 난 이런 교과서에서 나올 듯한 딱딱한 모순만을 가지다 이렇게 용기없는 사람이 된 것일까, 내가 그들을 이토록 미워하는 건 아마 내가 가지지 못한 그 무엇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성친구란 결코 나쁜것만은 아니다. 난 물론 서로를 존중하고......뭐 이런말은 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시기가 너무 빨랐을 뿐...... 어른이 아니기 때문...... 이 말 말고는 달리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다. 마음의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남녀의 이성 교제는 위험한 모험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 세대에게도 적용될지 아무도 모른다.
여기서 '마음의 성숙'이란 표현은 재미있는 비유이다. 우리들의 몸이 성숙해 가는 것은 쉽게 눈에 보인다. 사춘기 시절의 남성과 여성은 한 해가 다르게 키가 크고 어른스럽게 변해 간다. 여성은 살갗이 하얘지고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머릿결이 고와진다. 또 남성은 수염이 나고 변성기가 되면서 가슴이 떡 벌어진다. 그런데 마음의 성숙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리광을 부리지 않게 되어가는 것,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자제하고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부러움 없는 박수를 보낼 줄 알게 되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음의 성숙일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결실', '교과서에 나올듯한'과 같은 표현도 모두 비유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결실'이란 말은 나무가 대지에 뿌리를 내린 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 처럼, 남녀도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열매로 서로 아이를 낳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교과서에나 나올 듯한' 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실제로 교과서에서 나왔다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라는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읽는 이에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자, 그러면 이제 이 글을 함께 다듬어 보도록 하자.
이성친구란 무엇일까.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이 별스럽지 않은 이성간의 사귐이란 말은 지금 우리의 가슴속에 매우 버거운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남자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보지 못한 나조차도 이성 친구에 대한 생각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곤 하니 말이다. 그것이 바로 남녀 모두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일까. 여성은 훤칠하고 씩식한 남자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지고, 남성은 얼굴이 예쁜 여자만 보면 접근해 보고 싶어지는 심리, 그것은 어쩌면 하느님께서 주신 하나의 혜택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고백하고 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소유하고 그런 다음 하나의 결실을 맺는 것....., 그런 것들은 우리처럼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에게는 아직 엄두도 낼 수 없는 위험스런 일들이다. 그렇다는 것을 아고 있으면서도 남성과 여성은 왜 이다지도 서로의 신비한 세계를 알고 싶어지는지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학교에 진학을 하고 나니까, 가까운 친구들이 초등학교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성 친구 문제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옷차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머리모양을 예쁘게 만들려 하고, 의젓하게 행동하려 하고. 이성친구를 의식해서 호들갑스럽게 소리쳐 웃기도 하는 것이 자주 눈에 띈다. 가정책에 노오란 별표를 몇 개씩이나 쳐 놓은 곳엔, '사춘기의 이성교제는 성관계나 건전하지 못한 이성에 대한 관심이 아니어야 한다'라고 쓰여 있다. 이것을 읽을 때마다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곤 한다. 길거리에서 이성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다니는 중.고등학생들, 남의 눈을 의식하지도 않은채 아무데서나 진한 포옹을 나누는 선배 오빠 언니들...... 나는 왠지 그들이 미워 보인다. 어쩐지 부도덕해 보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마저도 이성 친구에게 관시이 많은 것이 사실이면서도 그들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오히려 모순된 것일까. 아니면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듯한 케케묵은 생각을 가지고 살다 보니 진짜로 용기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걸까. 아니, 내가 글들을 이토록 미워하고 부도덕하게 보는 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그 무엇을 그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질투와 시기심이 생겨서 그러는지도 모른다.
우리도 자라면 이성친구를 사귀게 될 것이다.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은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니다. 사람이 이성친구와 사귀는 것은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 집안에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시고, 우리는 그분들의 금슬 좋은 삶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이 아닌가, 하늘이 있으니 바다가 있고, 산이 있으니 강물이 있듯이, 나는 물론 이성간에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아직 중학생인 우리로서는 더 깊은 것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 우리가 이성친구 문제에 신경을 쓰기에는 지금 시기가 너무 이르다. 어른이 될 때까지 당분간 보류해 놓고 지금은 공부를 하는 것이 좋겠다. 마음의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 있는 우리 사춘기 시절의 이성 교제는 위험한 모험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이말은 다음 세대에게도 그대로 적용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4. 맺음말
이럿듯 비유는 나타내려고 하는 대상이나 내용을, 읽는이가 알기 쉬운 다른 대상이나 내용에 빗대어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청잣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릿듯이 곱고
연못 창포앞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따른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은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혼닢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이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노천명의 <푸른오월>
이 시는 시인의 자유분방한 상상을 상징적 수법으로 포착한 시이다. 화창한 초여름날 산책을 하며 아름다운 경치를 보다가, 문득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슬픔을 느낀다. 화사한 오월의 아름다움이 시인의 초라함과 대비되면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던 어린 날이 그리워 지는 것이다. 시인을 서러움으로 물들인 그 화사한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시인은 '오월'을 '여왕'에 빗댐으로써 계절중에서 오월이 가장 아름답고 우아하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오월은 무한히 아름답다고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또렷하게 그 느낌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가? 이것이 바로 비유의 참맛이다.
생각해 봅시다.
1. 우린는 글을 쓸 때, 여러 가지 비유를 동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 강나루 건너서/밀밭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 삼백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나그네>를 감상해 보고, 대표적으로 쓰인 비유법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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