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전 (3/4)
한편, 장수를 잃은 번왕은 크게 놀라 주위의 신하들을 돌아보고 물었다. "그 장수는 누구인가? 그 싸우는 모습을 보니 실로 범상한 인물이 아니구나." 그러자 한 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호기 있게 외쳤다. "그 장수의 머리는 저의 칼 끝에 달렸으니 대왕께서는 염려 마옵소서." 하고는 곧 장창을 비껴들고 진 앞으로 나와 우레같이 외쳤다. 그러나 몇 합 지나지 않아 조웅의 보검이 한 번 번쩍하더니 번장의 머리가 말 아래로 떨어졌다. 조웅은 기세를 틈타 칼을 휘두르며 외쳤다. "번왕은 빨리 나와 항복하라. 만일 항거하면 머리를 베어 본보기로 삼으리라." 번진의 장졸들은 조웅의 무서운 기세에 눌러 멀찍이 물러났다. 조웅이 그대로 쳐들어가려 하자 위왕이 염려하며 북을 쳐서 불렀다. 또 한 명의 장수를 잃자 번왕은 사색이 되었다. 그러자 좌장군 이황이 앞으로 나가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안심하소서. 내일은 소장이 나가 적장을 사로잡겠나이다." 이황이 용맹을 뽑내니 번왕은 겨우 마음을 놓았다. 한편 위왕은 조웅으로 대원수를 삼고 대장기를 고쳐 금빛 글자로 <대국충신 위국 대원수>라 크게 쓰게 했다. 이튿날 원수가 대장기를 진 앞에 세우고 천리마에 올라 외쳤다. "번왕은 빨리 나와 항복하라." 그러자 적진에서 한 장수가 크게 대답하고 달려 나왔다. 이 때 갑자기 진지에 안개가 자욱하여 사물을 분별할 수가 없었다. 이 틈을 노려 원수 뒤에서 또 한 적장이 달려 들었다. 드디어 세 장수가 얽혀 싸우니 수십 합을 겨루어도 승부를 낼 수가 없었다. "받아랏!" 이 순간, 대원수 조웅의 칼이 번쩍하더니 한 장수의 목이 떨어졌다. 양편 군사가 놀라 바라보니 바로 번장 이황의 머리였다. 위진에서 이를 보자 기세가 올라 함성이 떠나갈 듯했다. 이어 원수의 맑은 호통소리가 울리며 또 하나의 머리가 떨어지는데 역시 번장의 것이었다. 원수가 크게 위세를 떨쳐 보검을 높이 들고 번진으로 짓쳐들어가 적을 무찌르니 삽시간에 송장이 산같이 쌓이고 서로 밟혀 죽는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번진의 장졸들은 견디지 못하고 사방으로 도망쳤다. 번왕 또한 옷을 벗어 팽개치고 도망쳐 버렸다. 원수가 남은 장수들을 묶어 위진으로 돌아오니 위왕이 몸소 진문까지 나아가 원수를 맞이하여 무수히 치하했다. 원수가 땅에 엎드려 사양했다. "모든 것이 다 대왕의 넓으신 덕이옵니다." 이어 군사들에게 명해 적의 군량과 무기를 거두어 오도록 했다. 그리고 번장 열 넷을 묶어 들여 준절히 꾸짖었다. "오늘 너희들을 모두 죽일 것이지만 특별히 살려 보내니 너희 왕에게 가서 헛된 생각을 먹지 말라고 하라." 하고는 모두 놓아 보내니 패장들은 무한히 감사하며 돌아갔다. 위왕은 크게 기뻐하여 잔치를 베풀어 승전을 축하하고 이번 싸움에 죽은 혼령을 위로했다. 잔치가 끝난 후 원수는 위왕을 모시고 돌아오는데 위엄과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 때 도망쳤던 번왕은 가까스로 군대를 수습하고 복수의 기회를 노렸다. 위군이 번양 땅에 와서 잠시 쉬니 몰래 따라온 번왕은 군사를 매복하여 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그러나 천문 지리에 능통한 원수를 어찌 속아 넘기랴. 원수가 미리 알고 준비하고 있다가 습격해 오는 번왕과 그 장졸들을 깡그리 잡으니 위왕이 더욱 신임했다. 원수가 사로잡힌 번왕을 잡아다가 죽이려 하자 번왕은 땅에 엎드려 애걸했다. "이두병이 대국을 빼앗아 천자가 되었으니 천하가 모두 미워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두병을 없애고 대송을 회복하고자 은근히 노리다가 잘못하여 대왕께 죄를 졌습니다. 대왕과 원수께서 저를 살려 주시면 군사를 일으켜 대송을 회복하는데 힘쓰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위왕이 이를 듣고 그럴 듯하여 항서를 받고 엄히 명령했다. "오늘 너를 죽일 것이지마는 특별히 놓아 보낸다. 돌아가서도 위국을 배반하지 말라." 이에 번왕은 무수히 절하고 물러갔다. 위왕이 환궁하니 서울의 백성들이 모두 나와 춤을 추며 반겼다. 환궁한지 사흘 만에 큰 잔치를 베풀고 상벌을 고르게 하니 모두들 위랑과 원수의 덕을 칭송했다. 하루는 위왕이 모든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원수에게 말했다. "과인의 나이가 늙어 정신이 차츰 흐려지니 이제 위국의 옥새를 원수에 전하고자 하니 경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원수가 황공하여 땅에 엎드려 아뢰었다. "소신은 여기에 있을 처지가 못되옵니다. 대송이 역적에게 넘어갔으니 신이 어찌 밤잠을 편히 잘 수가 있겠습니까?" 이에 간곡하게 하직 인사를 올렸다. "제가 재주가 없으나 하늘이 도우시고 대왕의 높은 덕으로 다행히 적을 무찔렀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을 객지에 두고 떠났으니 마음이 불안합니다. 이제 송태자의 귀양지로 가서 태자를 모시고 어머니를 뵈오러 떠나겠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위왕이 크게 놀라 함께 떠나겠다고 고집하였다. 이에 원수와 신하들이 일제히 간했다. "어찌 한시라도 나라를 비우시겠다고 하십니까?" 위왕은 할 수 없이 탄식을 토했다. "아, 내가 원수와 함께 갈 수 없는 형편이로다. 생전에 태자를 뵈오면 저승에 가서도 문제께 군신의 예로 뵈올 낯이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찌 신하라 하겠는가. 태자께서는 지금 어떻게 지내시는지..." 말 끝을 맺지 못하고 비오듯이 눈물을 흘리자 여러 신하들이 위로했다. "진정하시옵소서. 언젠가는 대국을 회복할 날이 올 것이옵니다." 왕이 가까스로 슬픔을 거두고 원수에게 거듭 부탁을 하였다. "태자를 구하거든 이리 모시고 와 대송을 회복할 의논을 하는 것이 좋으리다. 원수는 부디 내 뜻을 저 버리지 말고 불충의 죄를 면하게 하라." 그런 다음 날랜 군사 일천 명과 용맹한 장수 수십 명을 주며 작별을 아쉬워했다. 원수는 위왕과 헤어져 바로 송태자의 귀양지를 향해 행군했다.
한편, 장진사 댁에서는 조웅의 소식이 없어 밤낮으로 근심하며 지냈다. 이때에 강호자사 - 지금의 도지사 - 가 아내를 잃고 다시 혼인을 하려고 사방으로 수소문하던 중 장낭자의 용모와 덕행이 뛰어나게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유모를 보냈다. 유모가 와서 위부인께 말했다. "소문을 듣자하니 귀댁이 낭자가 용모와 행실이 뛰어나게 아름답다 하여 왔으니 만나 보게 해 주십시오." 위부인이 듣고 거듭 사양했으나 강호자사의 유모는 막무가내였다. 하는 수 없이 위부인이 딸을 불러 만나게 하니 유모가 그 아름다움에 크게 기뻐하며 돌아갔다. 유모의 보고를 들은 강호자사는 욕심이 크게 일어 장낭자를 기어코 아내로 맞이하려고 했다. 위부인과 장낭자가 거듭 사절해도 강호자사의 위압적인 권력 앞엔 속수무책이었다. 마침내 강호자사는 혼례날을 자기 마음대로 정하여 준비하라고 통지했다. 위부인과 장낭자는 서로 붙들고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지방을 다스리는 자사의 명을 거역했다가는 그대로 목숨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강제로 혼례식을 올리게 되는 날 저녁, 장낭자는 욕을 보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결심하고 자기 방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이때에 문득 부친이 돌아가시기 전에 유서를 주시면서 말씀하신 것이 떠올랐다. <앞날에 변이 생길테니 그때 가서 뜯어보아라.> 장낭자는 생각이 떠오르자 급히 유서를 꺼내 보았다. 그 글에 적혀 있기를, <강호자사가 힘으로 너를 핍박할 테니 그때는 서강으로 가거라. 거기 가면 배가 있을 것이로다. 그 배를 타고 남쪽으로 가면 반드시 너를 구해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장낭자는 부친이 이렇듯 앞날을 미리 내다보시는 힘이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감격의 눈물을 흘리었다. 한시가 급하니 어찌 더 이상 우물쭈물하겠는가. 장낭자는 급히 행장을 꾸며 강호자사의 군사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집을 간신히 빠져 나왔다. 서강에 이르니 과연 배 한 척이 있기에 많은 돈을 주고 사서 남쪽으로 흘러갔다.
수백 리를 가서 물가에 닿자 배를 내려 산 속으로 들어가니 흰 구름이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냇물이 졸졸 흘러 마치 선경 같았다. 차츰 들어가니 목탁 소리가 은근히 들려왔다. 이에 절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찾아가니 깨끗한 법당이 나타났다. 중들이 낯선 처녀가 홀로 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여시주는 뉘시온데 이렇듯 깊은 산중으로 들어오셨습니까?" 장낭자는 애처롭게 대답했다. "저는 위국 강호땅에 살았는데 집안에 변이 일어나 의지할 곳없이 떠돌다가 이곳까지 왔나이다." 이곳은 바로 조웅의 모친 왕부인이 계신 절이었다. 이에 중들이 장낭자를 왕부인과 월경대사가 계신 곳으로 데려갔다. 왕부인이 보니 세상에서 보기 힘든 미인이라 평범한 사람이 아닌 줄 알고 은근히 물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험한 고생을 겪는구나. 위국땅에 산다고 하니 이번 싸움의 승패를 아는가?" 장낭자가 절하며 아뢰었다. "오다가 듣자오니 서번 오랑캐가 크게 패하여 돌아갔다 하옵니다." 부인은 이 말을 듣고 조웅이 반드시 살아 돌아오리라 믿고 근심을 덜었다. 이어 장낭자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다가 물었다. "강호에 살았다면 혹시 장진사 댁의 딸을 아는가?" 장낭자가 크게 의아하여 도리어 물었다. "어떻게 장처녀를 아십니까?" 그러자 왕부인은 아들 조웅이 그간에 겪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장낭자가 듣고 눈물을 흘리며 행장을 끌러 부채를 내놓았다. "소녀가 공자를 처음 만나자마자 즉시 이별하게 되었는데 그때 공자께서 주고 가신 신물이옵니다." 왕부인은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여 장낭자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네가 정말 장처녀라면 나의 며느리이니라." 하면서, 부채를 들어 유심히 살피며 감개무량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 부채를 내 아들 웅의 부채가 틀림없구나. 그 아이가 전에 산을 내려가서 장진사 댁의 사위가 되었다고 하면서 네 말을 여러번 했느니라. 내 생전에 너를 보지 못하고 죽을까 염려했더니 하늘이 도우사 오늘 이렇게 만났구나." 장낭자도 그대서야 모든 일을 알고 즉시 일어나 두 번 절하며 아뢰었다. "객지에 모친을 모셨다는 말씀은 들었으나 이곳에 계실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왕부인은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나는 팔자가 기박하여 이곳에 와서 머물고 있지만 너는 무슨 까닭으로 여기까지 왔느냐?" 이에 장낭자는 조웅을 처음 만나던 일과 도중에 병을 고쳐준 일을 여쭈고 도 도망하게 된 사연을 자세히 하니 부인과 여러 중들이 매우 기특하게 여겼다. 이날부터 시어머니와 며느리로서 예를 차려 왕부인을 섬기기를 지성으로 하니 칭송이 자자했다.
한편 조원수는 태자의 귀양지로 향하면서 각 고을로 미리 연락을 하니 놀라지 않는 곳이 없었다. 들르는 곳마다 자사와 현령들이 줄지어 서서 마중했다. 관서 땅에 이르자 즉시 황 장군의 무덤을 깨끗이 소제하고 제물을 마련하여 친히 제사를 지내니 깃발과 창칼이 줄지어 섰다. 제사가 끝나자 갑옷과 칼을 무덤에 묻으려 하니 돌로 만든 함이 무덤 속에서 솟구쳤다. 원수가 친히 갑옷과 칼을 묻고 승전고를 울리라 명령하자 북과 피리 소리가 요란했다. 그러자 원수기 아래에 난데없이 신장 하나가 나타나 허리를 굽혀 술 서너 잔을 마셨다. 그리곤 원수를 향해 절을 하더니 홀연히 없어졌다. 이튿날 떠나가면서 원수는 마을 백성들을 불러 단단히 일렀다. "황장군의 무덤을 착실히 가꾸고 봄가을로 제사를 올리라." 누구의 명령인데 거역하겠는가. 고을 백성들은 명을 받들 것을 하늘에 두고 맹세했다. 다시 길을 떠나 여러 날 만에 스승이 계신 관산에 이르렀다. 군사들을 산 밑에 쉬게 하고 원수 혼자서 산 중에서 들어가니 주위 풍경은 여전하되 초가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히 여겨 두루 살펴보니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것이 빈 지가 오래였다. 원수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을 우럴 크게 탄식하는데 벽에 전에 보지 못하던 글자가 씌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화산도사는 어느 때 돌아올 것인가. 아침에 금강호요, 저녁에 관산이라. 그림자처럼 가는 곳을 모르니 다시 만날 날이 그 어느 때일꼬.> 조웅은 글귀를 다 보자 스승의 인자한 모습이 더욱 생각나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이윽고 관산에서 내려와 군사들을 거느리고 강호로 떠나면서 장진사 댁에 숙소를 정하리라고 사람을 먼저 보냈다. 이때에 강호자사는 원수의 통지를 받고 매우 놀래어 장진사 댁의 일을 숨기기로 흉계를 꾸몄다. 강호자사의 밀명을 받은 하인이 달려와 원수에게 아뢰었다. "장진사 댁에 살인이 있어 아가씨는 도망하였고 부인은 옥에 갇혔으니 그곳에 머무르기가 불편하실 것이옵니다. 부디 객사에서 쉬시옵소서." 원수는 크게 놀라 객사에게 자리잡는 즉시 옥에 갇힌 죄수들을 모두 불러들이라 분부했다. 이에 강호의 온 고을이 술렁이게 되었다. 죄인을 모두 불러들이니 거의 백여 명인데 원수가 하나하나 심문하자 모두들 원통하다는 사람뿐이었다. 그 중에서 왕부인이 쇠약한 몸으로 큰 칼을 쓰고 앉았는데 그 처참한 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원수가 가까이 불러 죄목을 물으니 말을 못하고 품속에서 원통한 사연을 적은 글을 꺼내어 올렸다. 원수가 이를 받아 보고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다. 급히 분부하여 칼을 풀어 위부인을 댁으로 모시라 하고 나머지 죄인들도 모두 석방하도록 했다. 그러자 백여 명의 억울한 죄인들은 허리를 굽혀 사례하고 춤추며 나갔다. "강호자사를 묶어 들여라." 원수가 추상같이 호령하니 군사들이 한꺼번에 달려가서 강호자사를 꽁꽁 묶어 대령했다. 이에 원수가 낱낱이 죄목을 들어 꾸짖었다. "네가 국록을 받는 신하로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죄를 지었으니 살려둘 수 없다." 하고 호령하고 병사를 시켜 목을 베게 했다. 이를 본 고을 백성들은 십년 묵은 체증이 가시는 듯 기뻐했다.
원수가 진사 댁에 들어가니 집이 몹시 거칠어지고 쓸쓸하여 절로 눈물이 났다. 위부인이 나와 감격한 어조로 사의를 표했다. "원수는 누구이시옵니까? 옥석을 가려 주시고 미천한 목숨을 살려주시니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겠습니까?" 원수가 절하며 아뢰었다. "부인께서는 오랫동안 옥중에서 고생하시어 저를 몰라 보시는군요. 저는 저번에 부인 댁에 들른 조웅이옵니다." 위부인이 그제서야 원수가 조웅임을 알아보고 손을 잡고 통곡했다. 원수가 부인을 위로하며 그간의 사정을 물었다. 그러자 위부인은 약간 진정되어 그간의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하고 딸아이는 혼례식 전날 밤에 집을 나가 어디로 갔는지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고 했다. 원수가 듣고 부인을 좋은 말로 위로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설마 죽기야 하겠습니까? 언젠가는 만나볼 날이 있을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우선 저와 함께 모친이 계신 강선암으로 가십시오." 이튿날 원수는 위부인의 식구를 모두 거느리고 강선암으로 떠나는데 미리 통지하기를 <동국충신 위국대원수 겸 각도안찰어사 조웅>이라 했다. 왕부인이 장낭자와 월경대사와 함께 이 통지를 받자 크게 기뻐하여 절 밖으로 나가 기다렸다. 이윽고 한 소년이 황금 갑옷에 보검을 차고 적토마를 타고 들어오는데 그 위엄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뒤에는 수많은 장군들이 질서정연하게 따르고 있었다. 원수가 말에서 내려 모친께 절하며 뵈오니 왕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재회의 기쁨이 약간 진정되자 왕부인이 입을 열었다. "너를 난리 속에 보내고 소식이 없으니 이 어미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어디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보아라." 원수가 땅에 엎드려 서번을 무찔러 항복받고 위국을 구한 것과 대원수가 되어 오는 길에 강호에 들러 악덕 관리 강호자사의 목을 베었다는 것을 얘기했다. 그러자 왕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웅이야, 너는 걱정하지 말아라. 장낭자가 이리로 도망하였기에 나와 함께 있었느니라. 또한 오늘 사부인을 모셔 왔으니 이런 기쁨이 또 어디 있겠느냐." 하고는, 장낭자더러 나오라고 일렀다. 이윽고 장낭자가 나와 모친을 만나니 서로 붙들고 울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원수는 두 부인과 장낭자를 별당으로 모시고 밤이 늦도록 얘기를 나누면서 즐기었다. 이튿날 원수는 강선암에게 남은 모친과 위부인, 그리고 장낭자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송태자의 귀양지로 떠났다.
며칠 후에 원수 일행은 태산부 계량도로 가는 도중에 서번국을 지나게 되었다. 그러자 여러 장수들이 원수께 아뢰었다. "서번국은 우리 위국과는 원수지간이니 근심이 되옵니다." 원수가 듣고 크게 꾸짖었다. "장수된 자가 어찌 그리 겁이 많은가? 두렵거든 따라오지 말라." 그러자 모든 장수들이 크게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원수가 음성을 부드럽게 하여 위로하였다. "그대들은 너무 근심말라. 번국으로 들어가면 틀림없이 번왕이 나를 유인하리라." 이 때 번왕은 원수가 온다는 말을 듣자 모든 장수들을 불러 의논했다. "조웅이 온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꼬?" 한 신하가 앞으로 나와 여쭈었다. "조웅은 욕심이 많고 색을 좋아한다 하니 대접을 잘하고 예쁜 궁녀를 보내어 만호후에 봉한다고 유인하소서." 번왕이 옳게 여겨 조웅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조원수가 번국에 이르니 번왕이 사신을 보내어 천금보화를 바치며 반겼다. 원수는 이 선물을 모두 번국의 신하들에게 나누어주니 모두들 크게 기뻐하였다. 번국 성내에 들어가자 진을 치고 군사들에게 휴식하기를 명했다. 이때 번왕이 친히 와서 원수를 뵙고 지난 일을 사죄하니 원수가 좋은 말로 위로했다. "지난 일은 각기 나라를 위함이니 어찌 탓하겠습니까? 다시 만나뵈니 반갑습니다." 번왕이 크게 기뻐하여 원수를 유혹했다. "원수는 본래 위국 사람이 아님을 잘 압니다. 지금 우리 번국이 작아도 길이 천 리요, 군사가 백만이며 또한 땅이 기름지고 백성들이 부지런합니다. 원수를 남양후에 봉하려 하니 노여워 마시고 머물러 부귀영화를 누리십시오." 원수가 듣고 괘씸하였으나 마음을 너그럽게 먹고 부드럽게 대꾸했다. "저는 지금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니 대왕의 분부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널리 양해하십시오." 이에 한 신하가 나와 예쁜 궁녀를 보내 조원수를 유혹하라고 여쭈었다. 번왕이 이 계책을 받아들여 인물과 노래가 뛰어난 월대라는 궁녀를 원수에게 보내 유혹하게 했다. 그러나 원수가 어떤 인물인데 한낱 오랑캐 궁녀에게 빠질 것인가. 월대가 와서 온갖 교태로 유혹하자 요망하다 하여 한칼에 목을 베었다. 번왕이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 모든 궁녀들을 모아놓고 조원수를 유혹할 자신이 있는 미녀를 구했다. 그러나 뭇궁녀들이 다 도망하는 가운데 한 궁녀만이 거문고를 안고 자청하여 나섰다. "제가 원수의 마음을 돌이켜 보겠나이다." 번왕이 크게 기뻐하여 원수의 진영으로 보냈다. 궁녀가 원수 앞에 나서서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하는데 슬프기가 그지없었다. 궁녀가 문득 거문고를 놓고 눈물을 흘리며 원수께 아뢰기를, "저는 번국 사람이 아니고 위국 서강땅에 사는 두우성의 딸 금년이라 하옵니다. 일직이 아비를 잃고 늙은 어미를 모시고 살다가 저번 난리 때 번국으로 잡혀 왔나이다. 그러다가 하늘이 도우사 원수를 만났으니 바라옵건대 저를 데리고 가셔서 어미의 소식을 알게 해주소서." 하고 통곡하며 애걸하니 원수가 심히 불쌍히 여겨 허락했다. 이튿날 원수는 번왕에게 금년을 데리고 가니 양해해 달라고 통지하고 군대를 이끌고 떠났다. 번왕이 듣고 이를 갈며 분해했다. "수많은 재물고 궁녀까지 잃었으니 이 분함을 어찌풀꼬." 여러 신하들이 위로하기를 조웅이 다시 이리 올 때에 사로잡아 분을 풀라고 했다.
한편 원수는 길을 재촉하여 태산부 근처에 이르러 진영을 치고 쉬었다. 이미 고을 사람을 불러 계량도의 소식을 물었다. 그러자 마을 사람이 울면서 말했다. "원수께 아뢰나이다. 지금 태산부의 자사가 송태자를 죽이려고 독약을 가지고 갔사옵니다. 또한 같이 머물러 있는 예전 충신들을 모두 죽인다고 하나이다." 원수가 크게 놀라 계량도까지의 거리를 물으니 칠십 리라고 하므로 군사들에게 진영을 치고 엄히 지키라고 분부했다. 그리고 혼자서 적토마에 올라 계량도로 달려갔다. 때마침 밤이 깊었는데 태자가 머무는 곳으로 가니 사방에 창칼이 번뜩이고 군사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것이 나는 새라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원수가 안의 형편을 몰래 살피니 늙은 충신들이 가득히 앉은 가운데 한 미인이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옥도끼 금도끼 날을 갈아 월궁의 계수나무를 베는구나. 흔들리는 곳은 어디뇨? 계량도로다. 모시도다, 모시도다, 우리 황태자 모시도다. 눈 속의 매화가지에 봄바람이 불어 꽃이 피었네.모였도다. 모였도다, 송나라 충신들이 모였도다. 묻노라 이 밤이 몇 시더냐? 쓸쓸한 바람은 머리카락을 날리니 늙은 충신 부여잡고 눈물로 하직하니 돌아올 수 없는 것이로고. 바라노니 푸른 산의 매화나무 앞 무덤 아래 묻어 주소서.> 노래가 끝나자 모든 신하들이 눈물을 비오듯이 흘리며 황태자에게 절하며 물러갔다. 이에 원수가 몸을 솟구쳐 바람같이 들어가 엎드려 네 번 절하고 울며 아뢰었다. "태자께옵서는 귀하신 몸이 안녕하시옵는지요? 소신은 선황제의 충신 조정인의 아들 조웅이옵니다." 황태자는 크게 놀라 하문하였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그대가 어찌하여 여기에 왔는가?" 그러다가 진짜 조웅임을 알아보시고 눈물을 흘리며 반기셨다. 원수가 좋은 말로 위로했다. "진정하소서. 소신이 왔으니 이제 안심하시오." 태자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걱정하셨다. "그대는 어찌하여 죽을 곳에 왔는가? 나는 운이 없어 내일이면 죽을 몸인데 이렇게 만나니 반갑기는커녕 슬프기만 하도다." 원수가 위로하며 미녀를 돌아보고 물었다. "이 여인은 누구이옵니까?" "이 고을의 별장이 보내온 계집종으로 나와 함께 슬픔을 함께 하는구나." 태자의 대답에 원수가 또 물었다. "이 고을의 별장이란 누구이옵니까?" "백성추라고 하는데 충신이로다. 내가 이곳에 귀양온 후 별장이 잘 대접해 주어 그 은혜를 잊을 수가 없구나." 태자는 이어 태산부자사가 내일이면 독약을 먹이고 함께 있는 충신들을 모두 잡아갈 것이라고 하며 통곡을 그치지 않았다. 원수가 태자와 함께 울다가 은밀히 여쭈었다. "소신이 지금 백 리 밖에 군사를 숨겨 놓고 들어왔으니 안심하소서. 소신이 이제 나가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태자님을 모실 것이니 부디 몸을 보증하소서." 하고는, 바로 하직하고 나왔다. 단숨에 진영까지 달려온 원수는 즉시 여러 장수를 모아 놓고 분부했다. "그대들은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 명령을 내리고 군사를 몰아 계량도로 가니 어느새 날이 어슴푸레해졌다. 원수가 다급하여 칼을 뽑아들고 몸을 날려 태자의 처소로 달려갔다.
이 때 벌써 자사의 부하가 약그릇을 들고 나오는데 충신들은 모두 묶여 있었다. 원수는 이를 보자 분함을 참지 못해 약그릇을 쳐서 깨뜨리고 칼을 들어 자사의 부하를 치니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이어 군사를 재촉하여 모든 충신들을 다 풀어 놓게 하고 태자 앞에 엎드려 절하니 태자가 원수의 손을 잡고 기뻐하였다. "이것이 꿈이 아니길 비는도다." "태자께선 안심하소서." 원수가 위로하고 있을 대 증군장 원충이 군사들을 이끌고 풍우같이 들어왔다. 삽시간에 고을을 에워싸고 자사와 그의 부하들을 깡그리 잡아 원수 앞에 끌어오니 모두들 기뻐했다. 원수는 자사 이하 악독한 관리들을 추상같이 꾸짖고 목을 베었다. 이때 태자와 충신들은 기쁨을 이깆 못하여 무수히 치하했다. "장군의 공은 하늘 같도다. 만고에 이런 충신이 또 어디 있겠는가." 원수가 사양하고 잔치를 베푸니 백여 명 충신이 모두 일어나 춤을 추면서 즐겼다. 또한 고을 안의 백성들도 모두 춤추며 노래하고 즐기는데 그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였다. 사흘 동안의 잔치가 끝나자 원수가 태자께 아뢰었다. "태산부의 자사와 이웃 고을의 현령들을 모두 없앴으니 따라온 신하 중에서 각기 임명하여 지키게 하십시오." 태자가 옳게 여긴 신하를 뽑아 각기 임명하였다. 원수는 일이 끝나자 태자와 여러 충신들을 모시고 길을 떠났다. 위국으로 가려면 부득이 번국을 또 지나야 했다. 이때 번왕은 조웅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잡고자 기다리던 참에 염탐꾼이 알리기를, "조웅이 송태자를 모시고 이리로 오나이다." 하므로, 즉시 여러 신하들을 모아놓고 의논했다. "먼저는 재물과 궁녀만 잃었으니 어찌할꼬?" 한 신하가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조웅이 송태자와 함께 온다 하니 먼저 태자를 유인하여 대궐 안에 가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 조웅에게 우리 번나라와 힘을 합해 대국을 회복하자고 달래면 될 것입니다. 그래도 듣지 않거든 위나라로 가는 길에 마을과 객점을 없애고 다만 만나관과 숙소관만 남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을 따로 쌓아 군사를 숨겨 두어 습격하면 사흘 안에 조웅은 잡힐 것입니다." 번왕이 크게 기뻐하여 그 계교대로 하라고 했다. 이 때 원수는 여러 날만에 번국에 이르니 번왕이 십리 밖까지 나와 반기므로 웃으며 말했다. "대왕이 옛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오고 갈 때마다 이렇게 융숭히 대접하니 죄송하나이다." 번왕 또한 웃으며 응대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라에 오신 손님을 어찌 박대하겠습니까? 우리 번나라가 비록 가난해도 군사가 강하니 원수를 도와 능히 대국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수께서는 깊이 생각하시어 우리와 합작하도록 하십시오." 원수가 좋은 말로 이를 거절했다. "대왕의 뜻은 고맙지만 대국의 남은 충신들이 구름같이 많으니 태자님을 도와 능히 대국을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대왕의 고마우신 뜻은 마음 속에 간직하겠습니다." 이에 번왕은 멋적은 표정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원수는 군사들에게 편히 쉬라고 말하고 자신도 막사로 나와 쉬었다. 이 때에 번왕은 여러 신하들과 함께 흉계를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에 처음 계획한 대로 태자의 숙소를 군사로 둘러싸고 몰래 잡도록 했다. 태자가 잠을 자다가 주위가 시끄러워 눈을 떠보니 번왕 이하 장수들이 겹겹이 둘러싸 있지를 않은가. 번왕이 반 협박조로 태자에게 말하기를, "내게 딸 하나가 있는데 인물이 뛰어나니 이제 태자께 드리려고 합니다. 거절하시지 마시고 받아 주옵소서." 태자가 듣고 크게 꾸짖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국왕이라 하면서 딸아이를 길거리에서 술파는 계집처럼 여기니 한심하도다." 이 때 조원수는 잠자리가 뒤숭숭하여 일어나 태자 숙소로 갔다. 가서 보니 번왕이 태자를 능멸하고 있지 않은가. 원수는 크게 분노하여 칼을 빼들고 쳐들어가 지키는 번국의 군사를 마구 죽이니 번왕이 이에 놀라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도 도망가지 못하고 원수에게 사로잡혔다. "벌써 죽일 놈을 이제까지 살려두었더니 안되겠구나!" 원수가 당장에 칼을 내리치려 하니 번왕이 땅에 엎드려 애원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하소서. 다시는 나쁜 마음을 먹지 않겠나이다." 그 비는 모습이 너무 처량하여 태자께서는 한 번만 용서하라고 원수에게 권했다. 이에 원수가 번왕의 상투를 잘라 벌하고 밖으로 내쳤다. 그런 다음 군사들을 재촉하여 떠나갔다. 번국의 신하들은 왕이 상투가 잘려진 채 꼴이 말이 아닌 것을 보고 이를 갈며 복수를 맹세했다. 번왕과 신하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결과 함곡에다가 군사를 매복하여 조웅을 죽이기로 했다. 이윽고 원수가 태자를 모시고 함곡에 도착하니 사방이 온통 절벽인데 오직 좁은 오솔길만이 양의 창자처럼 꼬불꼬불 이어진 것이 천하 제일의 탁한 길이었다. 해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하니 원수는 마음이 급하여 군사를 재촉해 험곡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 때 문득 동쪽 작은 길에서 누추한 옷을 입은 한 노인이 지팡이를 의지하여 힘겹게 오더니 부채를 들어 원수를 만류했다. "위나라로 가는 조원수를 혹시 보지 못했습니까?" 원수가 속으로 크게 놀라 급히 물었다. "제가 바로 조웅인데 무슨 일로 찾으십니까?" 그러자 노인이 크게 기뻐하며 대답했다. "나는 천하를 두루 구경하다가 오봉롱에 들어가서 천명도사를 만나 사나흘 묵었습니다. 떠날 때에 편지를 주며 그대에게 전하라 하였으니 받으십시오." 원수는 스승이 편지를 보냈다는 말을 듣자 깊이 감사드리고 받았다. 편지를 전한 노인은 두말 않고 오던 길로 돌아갔는데 그 발길이 무척 빨리 삽시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원수가 스승이 계신 곳을 향해 절한 다음 편지를 펼쳐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함곡에 들어가지 말고 대포만 한 방 쏘아라.> 원수가 보고 크게 놀라 즉시 좌장군 이홍창을 불러 군사들을 함곡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원수께 아뢰오. 선봉은 이미 함곡으로 들어갔나이다." 이홍창이 대답하니 원수는 대경하여 엄히 명령을 내렸다. "좌장군은 급히 들어가 선봉을 뒤로 물리라. 그곳에 진을 치는 척하고 한둘씩 빠져 나오면 무사하리라." 위홍창이 명령을 받고 급히 들어가 선봉을 무사히 물러나게 했다. 원수는 진을 치고 장졸들에게 명령했다. "그대들은 움직이지 말고 깃발과 무기는 모두 숨기라." 그리고 중군장 오원충을 불러 분부했다. "그대는 선봉 군대를 거느리고 함곡 성문 좌우에 숨어 있다가 대포 소리가 울리면 들이치라." 하고 다시 유연을 불러 명령했다. "그대는 자정에 몰래 함곡성 안에 들어가 대포 한 방만 쏘고 급히 나오라. 이날 밤 자정에 유연이 명령대로 성에 들어가 대포 한 방을 쏘고 물러나오니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는 고함 소리가 울리면서 매복한 번국 군사가 쫓아 나왔다. 그러자 미리 매복하고 있던 중군장 오원충이 달려들어 낱낱이 사로잡았다. 원수 앞에 모두 끌어오니 거의 천여명이 되었다. 원수는 크게 꾸짖기를, "너희들 모두를 죽일 것이로되 특별히 살려 보내니 번왕에게 가서 말하라. 다시 한 번 이런 짓을 하면 내 달려가서 목을 끊겠다고!" 하고 모두 놓아 보냈다. 그런 다음 명령을 내려 산성을 불사르고 함곡을 지나 위나라 계양에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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