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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지 않은 사회와 코미디의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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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개그맨에게 돈 몇 푼 받거나 상처 입은 국회의원의 명예를 되찾으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더욱 아니다. 이 황당한 고소는 자신에게 적용된 집단모욕죄를 무효화하기 위해 벌인 일종의 ‘이벤트’다. 개그맨 최효종(사진)이 없었다면 비슷한 개그를 한 다른 개그맨을 고발했을 것이다.
‘이런 분’이 아니라도 우리나라에서 코미디를 하기란 참 힘들다. 사회적 강자에 대한 비판은 방송사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으로 이어진다. 특정 집단에 대한 풍자는 고발과 소송의 위험이 있다. 말장난이나 신조어는 심의실에서 제재가 뒤따른다. 연예인에 대한 희화화는 팬들의 공격을 부른다. 청소년도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도 배려하고 정치적 편향도 조심해야 한다. 다 빼고 나면 결국 ‘몸 개그’만 남는다. 그러나 개그맨들이 넘어지고 때리고 맞고 나면 이번에는 저질이라고 비난한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는 개그맨의 수보다 개그를 감시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더 많다.
대세가 된 공개 코미디 형식도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견디기 힘들다. 가수들은 지금에 와서야 청중평가단의 냉정한 평가와 서바이벌 형식에 죽는소리를 하고 있지만, 개그맨들은 10년 전부터 매주 방청객들의 평가와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죽고 사는 상황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사실 공개 코미디의 성공은 이전까지의 코미디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전의 코미디는 소수의 스타급 코미디언과 몇몇 글 잘 쓰는 작가들이 만들었다. 신인들은 아이디어가 좋아도 단역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공개 코미디 녹화장을 직접 찾은 방청객들은 스타라고 해서 웃어주지 않았다. 신인들이라도 아이디어가 좋으면 곧바로 대박이 터졌다. 노력하지 않는 스타들은 참신하고 열정적인 신인들에게 조금씩 무대를 넘겨야 했다. 방송에 출연하는 개그맨들뿐 아니라 대학로에는 방송사를 목표로 고생하는 수많은 개그맨 지망생이 생겨났다.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의 특성상 남녀의 심리 문제, 대중문화, 게임이나 인터넷 등 젊은 감각의 개그 소재들이 많아졌다. 사회문제에 직격탄을 날릴수록 박수가 터졌고 독설을 쏟아내도 사람들이 함께 웃었다. 신기하게 일단 객석에서 웃고 나면 이전까지의 금기들은 하나둘 허물어져 갔다. 예전 같으면 기분 나빠 할 사람들도 이미 객석에서 빵 터진 개그에 혼자 역정을 내기에는 좀 애매해졌다.
다시 코미디 전성시대가 찾아왔다. <개그콘서트>는 매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다. 새로운 코미디 프로들도 속속 생겨난다. 세상이 엄숙할수록 사람들은 더 큰 웃음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크게 웃을수록 동시에 웃음에 정색하는 사람들도 때맞춰 활동을 개시했다. 이번에 우리를 슬프게 만든 것은 국민을 대표한다는 분이 자신의 무죄증명을 위해서는 ‘일개 개그맨’ 정도는 희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대담함이다. 개그맨들은 1주일 동안 죽어라 아이디어를 짜고 다음주에도 살아남으려고 무대에 오른다. 정작 국민들이 냉정하게 탈락시켰으면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불행히도 그들에 대한 평가는 4년에 한번뿐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대한민국 모든 개그맨들. 쫄지 마, 씨바.
에스비에스 <강심장>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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