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6장 생물 시계의 다양한 주기
대자연의 사계 - 식물
최근 들어서는 비닐 하우스가 농업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상점에 가서, 철이 지났거나 아직 제철 되지 않은 꽃과 야채, 과일이 지천으로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값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겨울에도 딸기와 토마토를 먹을 수 있고, 꽃병에 장미꽃을 한아름 꽂아 놓을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제철이 아닌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비닐 하우스에서 온도를 조절하면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비닐 하우스를 이용해서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면 제철이 아닌 농작물을 키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제철이 아닌 농작물을 먹고 볼 수 있는 이유에는 비닐 하우스의 이용 말고도 중요한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인공적인 조명을 농업에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비닐 하우스에 검은 천 같은 것을 씌워 놓았거나 전구를 밝혀 놓은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검은 천은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고 전구는 인공적으로 햇빛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제부터 인공적인 조명을 주는 것이 어째서 제철이 아닌 농작물을 키울 때 중요한 요소가 되는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여러분은 누구라도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로 시작되는 노래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봄이 오면 온산을 붉게 물들이면서 진달래가 피고, 노란 개나리가 피고, 복사꽃, 살구꽃이 앞을 다투며 피어난다. 이렇게 나무에서 피는 꽃 뿐만 아니라 작은 풀들도 꽃을 피워낸다. 제비꽃, 민들레, 봄맞이꽃, 냉이꽃 등등. 여름이 가까워 오면 또 다른 꽃들이 대지를 수놓는다. 빨간 양귀비며, 아카시아, 자주빛 꽃창포, 그리고 매발톱꽃, 장미 등등. 코스모스가 가을이 온 것을 알리면 소설에도 등장하는 메밀꽃이 피고, 들국화가 산자락을 누빈다. 하지만 가을을 치장하는 꽃 중에서 가장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국화이다. 겨울에 피는 꽃은 그리 많지 않다. 바닷가에 동백이 피는 것이 고작인 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끝날 즈음 매화가 핀다. 산에 들에, 그리고 집의 안뜰에 피어나는 꽃만큼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를 잘 가르쳐 주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떻게 계절을 알고 꽃을 피우는 것일까? 그 대답은 곤충에서처럼 역시 광주성 시계이다. 식물의 몸 속에도 광주성 시계가 들어 있어서 여러 가지 행동을 명령하는 것이다. 광주성 시계가 내리는 명령은 꽃을 피우라든지,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눈을 만들거나 알뿌리(구근)을 만들라는 것 등이다. 또 씨앗을 틔우라는 명령도 있다. 광주성 시계는 이렇게 무슨 일을 시작하라는 명령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그만두라는 명령도 내린다. 거의 모든 생물이 매년 항상 똑같은 계절에 발생을 하며 생장하고 생식하는 등의 중요한 일을 반복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광주성 시계의 작용 때문이다. 광주성 시계란 어떤 것일까? 시계처럼 지금이 어느 때라는 것을 알려 주는 신호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면 꿀벌이나 찌르레기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한 나침반의 기능을 하는 것일까? 그것도 역시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광주성 시계란 시간의 경과를 재는 시계이다. 시간의 경과를 재서 계절을 안다는 것이다.
그러면 광주성 시계는 어떤 방법으로 시간의 경과를 알아내는 것일까? 애석하게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어떤 학자는 광주성 시계가 모래 시계와 같은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고 본다. 또 다른 학자는 광주성 시계가 서커디언 시계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오랫동안 서로 다른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뷔닝이라는 과학자는 1936년에 이미 선구적인 가설을 내놓았다.
"생물은 내적 요인에서 나오는 리듬을 갖고 있어서, 나날의 활동 리듬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생물은 이 리듬을 이용해서 시간도 재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식물은 시간의 흐름을 아는 시계 같은 것을 갖고 있어서, 그것을 이용해서 하루가 가는 것을 알고, 꽃이 피는 시간 등을 조절하고 있다."
식물은 꽃이 피는 주기에 따라서 단일 식물과 장일 식물로 나누어진다. 단일 식물이란 하루 중 해의 길이가 어느 정도 이하로 짧아지면 꽃이 피도록 되어 있는 식물을 말한다. 따라서 단일 식물은 여름과 가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 많다. 담배나 코스모스, 메밀, 국화, 나팔꽃 등이 단일 식물이다. 장일 식물은 단일 식물과 반대라고 생각하면 좋다. 다시 말해서 해가 길어질 때 꽃이 피는 식물인 것이다. 따라서 장일 식물에는 봄과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것이 많다. 무, 배추, 보리, 밀, 파, 시금치, 양배추, 붓꽃 등이 장일 식물인 것이다. 단일 식물이나 장일 식물이나 모두 제각기 갖고 있는 생물 시계를 이용해서 해의 길이를 재고 있다. 그런 방법으로 언제쯤 성장하는 시기를 마감하고 꽃을 피울 시기로 들어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생물 시계는 이런 방법으로 대자연의 사계를 갖가지 꽃으로 수놓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