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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2장 꿀벌과 찌르레기의 실험
놀랍게도 꿀벌이나 철새는 몸 속에 시계와 비슷한 신비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시간을 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생물 시계'라는 용어가 과학자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게 된 것은 그라머가 찌르레기에 대해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이후의 일이다. 이 새로운 개념이 도입됨에 따라 생물 시계의 연구는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선 꿀벌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꿀벌은 시간을 알고 있다
꿀벌에 대한 프리슈의 실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그보다 더 오래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스위스에 포렐이라는 과학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오전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 두 시간에 걸쳐 집 밖의 베란다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매일 아침 식사를 하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꿀벌 한 마리가 포렐의 식탁으로 날아왔다. 그리고는 식탁 위에 있던 마멀레이드(오렌지나 레몬, 밀감의 껍질로 만든 잼)를 기분 좋게 포식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부터는 수많은 꿀벌이 포렐의 식탁을 찾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포렐의 아침 식탁에 항상 마멀레이드가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한 번 포렐의 식탁을 찾기 시작한 꿀벌들은 마멀레이드 같은 잼이나 달콤한 음식이 없는 날에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그 식탁을 찾아왔던 것이다.
"이상하군, 잼이 없는데도 꿀벌들이 찾아오다니! 꿀벌들은 잼을 보거나 잼 냄새를 맡고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포렐은 꿀벌이 보이는 행동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꿀벌들이 식탁에 찾아오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자 이렇게 주장했다.
"꿀벌은 시각을 측정하는 장치를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시간을 알 수 없다면 매일 같은 시간에 식탁을 찾아올 리가 없다."
포렐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오래 전인 20세기 초의 일이었다. 그 후, 꿀벌을 대상으로 한 생물 시계의 연구가 엄청난 발전을 보이게 되는 것은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프리슈의 연구실에서 꿀벌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프리슈는 꿀벌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사람으로 50여 년에 걸쳐 꿀벌의 연구를 대대적으로 벌인 생물학자이다. 프리슈는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1973년에는 노벨상까지 수상했다. 프리슈의 연구실에는 베링이라는 여성 연구자가 있었다. 베링은 꿀벌을 대상으로 해서 생물 시계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베링은 우선 꿀벌의 벌집에서 몇 미터 떨어진 탁자 위에 그릇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하루 중에서 어느 특별한 시간에 그 그릇에 설탕물을 담아 주면서 꿀벌들이 그 시간만 되면 설탕물을 먹으러 나오도록 훈련을 시켰다. 이렇게 며칠 동안 훈련을 시키면서 베링은 설탕물을 먹으러 탁자를 찾아 온 꿀벌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번호를 매겼다. 꿀벌에게 번호를 매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프리슈는 생물 시계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꿀벌에게 번호를 매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고심을 한 끝에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다. 숫자를 적을 것이 아니라 색을 칠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색을 칠하는 방법도 숫자가 크지 않을 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만일 숫자가 커지면 등에 숫자를 적을 때와 마찬가지로 벌의 번호를 쉽게 알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7가지 색을 한 곳에 칠해서 벌의 번호를 금방 알아볼 수 있는 범위는 겨우 7번까지일 뿐이다. 프리슈는 다시 고심을 했다. 그리고 아주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 방법은 색을 칠하기는 하되 커다란 숫자, 예를 들어 100단위 숫자까지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우선 색이 너무 많으면 혼동될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프리슈는 5가지 물감만을 사용해 숫자를 표시하기로 했다. 하양,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물감만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 다섯 가지 물감을 하양,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순서로 사용해서 꿀벌 등의 왼쪽 위에 점을 찍었다. 이런 방법으로 1번에서 5번까지를 표시한 것이다. 잠깐, 여러분은 꿀벌같은 곤충의 몸이 머리와 가슴, 배의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등이란 가슴의 등쪽 면을 말한다. 5번까지 표시한 후에는 등의 오른쪽 위에 하양, 빨강, 파랑,노랑의 순서로 점을 찍었다. 이렇게 6번에서 9번까지를 표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초록색을 오른쪽 위에 찍어 10번을 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프리슈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9에서 딱멈추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등의 위, 왼쪽과 오른쪽에 찍은 점으로는 1에서 9까지의 숫자만을 표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즉 위에 찍은 점으로는 십진법으로 1의 자리 숫자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십진법의 10자리 숫자는 등의 위가 아니라 밑에서부터 색을 칠하는 방법으로 나타내기로 했다. 우선 10자리의 숫자가 1일 때에는 등의 왼쪽 밑에 하얀 점을 찍었다. 그리고 10자리 숫자가 2일 때에는 등의 왼쪽 밑에 빨간 점을 찍었다. 여기까지 알려 주면 여러분도 10자리 숫자가 7일 때는 어떻게 했을까를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등의 오른쪽 밑에 빨간 점을 찍어서 7십을 표시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등의 오른쪽 밑에 노란 점을 찍는 것으로 9십을 표시해서 10자리 숫자를 모두 표시할 수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1에서 99까지의 번호가 간단하게 매겨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번호에 맞춰 색 점을 찍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13번 꿀벌을 예로 들어 점을 찍어 볼까? 13번은 10자리의 숫자가 1이니 우선 등의 왼쪽 밑으로 하얀 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1자리의 숫자가 3이니 왼쪽 위에 파란 점을 찍어 1자리의 3을 표시하면 된다. 이로써 13이라는 번호가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74번은 어떨까? 우선 오른쪽 밑에 빨간 점을 찍어 7십을 표현하고 왼쪽 위에 노란 점을 찍어 4를 표현해야만 할 것이다. 40은? 왼쪽 아래에 노란 점을 찍어 4십을 표현한다. 그리고 1자리 숫자는 0이므로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40이 표현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꿀벌의 등을 4부분으로 나누어 1번에서부터 99번까지의 숫자를 표시했다. 하지만 99번만으로는 너무 적었다. 그래서 이제는 100자리 숫자를 표시하기로 했다. 이제 어디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까? 프리슈는 100자리의 숫자는 꿀벌 배의 등쪽 부분을 이용하기로 했다. 배의 등쪽에 하얀 점이 찍히면 100자리 숫자가 1이란 뜻이다. 그리고 빨간 점이 찍히면 100자리 숫자가 2, 파란 점이 찍히면 3, 노란 점이 찍히면 4, 초록색 점이 찍히면 5라는 것이다. 결국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면 최소한 599가지의 번호를 쉽게 나타내고, 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마리의 꿀벌에게 칠하는 색은 많아야 3가지면 되는 것이다. 여러분도 이제는 어떤 번호든, 꿀벌의 등에 번호를 쉽게 매길 수 있을 것이다. 263번은 어떻게 하면 될까? 제일 먼저 배의 등쪽에 빨간 점을 찍어 2백을 표시해야 한다. 그리고 가슴의 등쪽 오른쪽 밑에 하얀 점을 찍어 6십을, 왼쪽 위에 파란 점을 찍어 3을 표시하면 된다. 509번을 표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우선 배의 등쪽에 초록색 점을 찍어 5백을 표시한다. 그리고 10자리는 없으니 찍지 않고, 오른쪽 위에는 노란 점을 찍어서 9를 표시한다. 프리슈가 꿀벌의 등에 색을 칠하는 데 사용한 물감은 랙깍지진디라는 곤충이 분비하는 셸락이라는 특수한 동물성 수지로 만든 것이었다. 프리슈는 셸락을 알코올에 녹인 도료에 물감을 풀어 꿀벌의 등에 칠했다. 설탕물을 빨고 있는 동안 붓에 물감을 칠해서 꿀벌의 등에 살짝 점을 찍으면 꿀벌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꿀벌의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색칠을 해 두면 한 눈에 몇 번 꿀벌이 날아왔는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머리를 아주 잘 썼던 것이다.
베링은 프리슈가 개발한 방법으로 꿀벌의 등에 점을 찍어 번호를 표시했다. 그리고는 훈련을 끝낸 뒤 탁자 위의 그릇에 설탕을 타지 않은 물만 부어 놓고, 번호를 붙인 굴벌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해 보았다. 관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똑같은 꿀벌들이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왔던 것이다. 이번에는 훈련 방법을 조금 바꾸어 보았다. 설탕물을 주는 횟수를 하루에 2번, 혹은 3번으로 조금씩 늘려 보았던 것이다. 훈련 결과, 꿀벌들은 2시간 걸러 하루에 4번 내지 5번씩 설탕물 주는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창하게 갠 날이나,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흐린 날이나,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이나, 가리지 않고 꿀벌들은 훈련 받은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탁자로 날아왔다. 이렇게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꿀벌들이 설탕물 그릇을 찾아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꿀벌들이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은 태양의 방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꿀벌은 무엇을 의지해서 시간을 알았던 것일까? 베링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꿀벌의 공간'이라고 이름붙인 특별한 벌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꿀벌의 공간' 속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조절해 두었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불을 켜 두었다. 항상적인 조건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베링은 이렇게 항상적인 환경으로 조절된 꿀벌의 공간 속에서 꿀벌들을 키우면서 정해진 시각에 설탕물을 먹으러 나오도록 꿀벌들을 훈련시켰다. 그랬더니 꿀벌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확한 시계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식사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벌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온도나 습도, 공기의 전기 전도성 등을 인위적으로 변화시켜도 꿀벌들이 시간을 아는 능력은 변함없이 계속 발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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