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티를 입은 문화 -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3. 끔찍하고 잔인했던 어린이들 이야기
뛰어난 사기꾼, 장화 신은 고양이
1697년 샤를르 페로가 쓴 "장화를 신은 고양이"는 사람을 도와주는 동물이 나오는 모든 민화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초기에 나온 이야기에서나 훨씬 나중에 나온 이야기에서나 언제나 뛰어난 사기꾼의 전형이다. 두뇌 회전이 빠른 이 고양이는 가난한 주인에게 부를 가져다주려고 훌륭한 장화로 멋을 내고 거짓말을 하고 속이고 협박하고 훔친다. 이야기의 끝에는 의도가 환히 들여다보이는 책략이 모두 보기 좋게 성공한다. 이야기는 고양이가 화려한 옷으로 몸을 장식하고 고귀한 사람들의 동료가 되는 것에서 끝나버린다. 이 이야기는 나쁜 짓은 수지가 맞는다고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출처도 바질레의 "5일 이야기"이다. 나폴리의 거지가 아들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남기고 죽는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유산에 불평만 하는 아들에게 고양이가 약속한다. "네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을 부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프랑스 페로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고양이도 거짓말과 음모로 부를 손에 넣는다. 임금에게까지 사기를 쳐서 공주를 제 주인과 결혼시키고 만다. 임금에게 그럴 듯한 말을 해서 제 주인이 광대한 영지를 살 수 있는 지참금까지 내놓게 만든다. 페로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바질레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주인은 고양이에게 "네가 죽으면 상으로 너의 몸을 호화스러운 황금관 속에 영원히 보존하겠다."고 약속한다. 고양이는 시험 삼아서 죽은 시늉을 했다. 그러자 주인은 고양이의 옷이 괴상하다느니, 못된 녀석이라느니 하면서 웃음거리로 만들고 고양이를 모욕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 본심을 드러낸 주인은 고양이의 손발을 움켜쥐고 창문으로 내던져 버린다. 화가 난 이탈리아 고양이는 얼른 뛰어 일어나 씩씩거리며 집을 나가서 두 번 다시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페로의 결말에서는 고양이가 훨씬 행복해진 채 끝난다. '훌륭한 신사가 되어 두 번 다시 쥐를 쫓는 일도 없어졌다. 기분 전환을 위한 것 외에는.' 이탈리아 이야기와 페로의 이야기는 많은 점에서 비슷하다. 이탈리아판의 고양이가 장화를 신고 있지 않고, 주인이 공주의 지참금으로 영지를 구입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래도 민속학자들은 페로가 바질레의 민화집을 읽었을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더욱 오래 된 이탈리아판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페로와 바질레 양쪽에 영향을 주었는지 어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1553년에 이탈리아의 옛날이야기 작가 장프란체스카 스트라팔로라가 "즐거운 밤"이라는 책을 냈다. 그 속에 주목할 만한 고양이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이 책에 있는 다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열 명의 젊은 처녀들이 입으로' 이야기한 것을 기록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페로의 이야기하고는 아주 조그만 차이가 있을 뿐 많이 비슷하다. 더구나 스트라팔로라의 작품은 바질레의 작품과는 달리 페로가 살아 있는 동안에 프랑스에서도 출판되었다. 몇 세기에 걸쳐 많은 나라에서 이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책에 나타나는데, 교활한 고양이가 부자들의 물건을 훔쳐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로빈 후드 타입의 의협 고양이가 되어 있는 등 내용이 많이 부드러워져 있다. 페로의 위업을 현대로 이어주는 많은 아동 문학 작가들 가운데 라이먼 프랭크 보옴은 "오즈의 마법사"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동화의 재미를 톡톡히 안겨주었다.
1856년 뉴욕 주에서 태어난 라이먼 프랭크 보옴은 저널리스트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으나, 아동 문학 작가로 전향하고 1919년 할리우드에서 죽기까지 60권이 넘는 어린이책을 썼다. 첫번째 작품은 1899년에 출판한 "파더 구스"로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계속해서 이듬해에 출판하자마자 바로 명작의 대열에 오르게 된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썼다. "오즈의 마법사"의 구상은 1899년 어느 날 밤, 자기 아이들과 이웃집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이야기로 인해 시작되었다. 그는 도로시라는 이름의 소녀를 만든 다음 캔자스의 집에서 입으로 불어 날려서 이상한 마법의 나라에 떨어뜨린다. 그곳에서 도로시는 허수아비나 나무꾼, 겁쟁이 사자와 만난다. 그때 갑자기 이웃집에 사는 소녀 튜티 로빈스가 보옴의 이야기를 가로막고 "마법의 나라 이름은 뭐죠?"하고 물었다. 재능이 풍부한 동화 작가도 순간적으로 얼른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몇 년 뒤 보옴은 신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이름, 오즈의 유래를 밝혔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던 그날 밤, 보옴의 옆에는 3단 짜리 필름 캐비닛이 놓여 있었다. 첫번째 서랍의 표찰은 A-G, 두 번째가 H-N, 그리고 세 번째가 O-Z. 오즈라는 이름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고 그는 말했다. 보옴은 이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나중에 그의 연구가들은 이것도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1899년 그가 최초로 이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건네주었을 때의 제목은 "에메랄드의 도시"로, 그것이 마법의 나라 이름이었다. 출판이 진행되고 있을 때 보옴은 제목을 "캔자스에서 동화의 나라로" 그리고 "위대한 오즈의 도시"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때까지고 오즈는 단지 마법사의 이름이었지 왕국의 이름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책 제목을 작가도 출판사도 마음에 든 "오즈의 마법사"로 낙찰을 보았다. 그제서야 비로소 나라의 이름을 오즈로 바꾼다는 데 착안한 보옴은 서둘어 원고에 에메랄드의 도시는 '오즈의 나라에' 있다고 써넣었다. 보옴은 또 다른 13권의 오즈 책을 썼고, 이 인기 시리즈는 보옴이 죽은 뒤에 다시 한 권이 더 나왔다. 오즈라는 이름을 창작한 것은 물론 보옴이지만 그의 연구가들은 그 이름의 출처에 대해 세 가지의 타당한 설을 들고 있다.
(1)성서에 나오는 욥의 고향 우즈를 바꿨다. (2)그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지른 '오(Ohs)'라든가 '아(Ahs)'라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서, 첫번째 감탄사의 스펠링을 바꿔서 오즈(Oz)로 했다. (3)영국의 작가인 찰스 디킨스의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에 그의 팬네임인 'Boz'를 약간 변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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