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티를 입은 문화 -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2. 나폴레옹은 검은 고양이를 싫어했다.
비오는 날에만 돈을 건다
나폴레옹은 검은 고양이를 싫어했고, 소크라테스는 사팔뜨기를 무서워했다. 줄리어스 시저는 꿈을 두려워했고, 헨리 8세는 앤 블린과의 결혼을 마술에 홀린 탓으로 돌렸다. 표트르 대제는 다리를 건너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고, 새뮤얼 존슨은 건물에 들어 갈 때나 나올 때 반드시 오른발을 먼저 내디뎠다.
미신이란 애당초 불합리한 것이다. 교육이 널리 보급되고 과학이 진보했는데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다. 오늘날 고도로 발달한 문명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들은 한두 가지, 또는 그보다 더 많이 미신을 믿고 있다. 미국에서 매일 수만 장의 복권이 단지 그 사람의 행운의 숫자라고 하는 이유만으로 팔려나간다. 미신을 믿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부조리한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고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처음으로 미신이라는 것이 생겨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만 년 전, 서아시아 일대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에게서부터라고 한다. 그들은 사후의 세계를 믿은 최초의 인류였다. 선대의 인류는 시체를 그냥 버렸으나, 네안데르탈인은 의식을 행한 뒤 시체를 매장했고, 저 세상에서 사용할 식량과 무기 그리고 불을 일으키는 숯을 시체와 함께 묻었다.
영혼이 있다고 믿는 것과 미신은 동시에 생긴 것이라 해도 별로 이상할 것은 없다. 역사를 통해서 어떤 사람에게는 종교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미신에 지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자였던 콘스탄티누스 황제에게 이교는 괘씸한 미신이었으나, 이교도 정치가인 타키투스에게는 기독교야말로 해롭고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미신이었다. 개신교 쪽에서 보면 카톨릭의 성자나 성물 신앙은 미신이며, 기독교도의 관점에서 힌두교는 미신으로 넘쳐흐르고 있다. 무신론자들이 보면 모든 종교의 계율은 미신이다.
왜 네잎 클로버를 찾은 것은 행운이고, 거울을 깨뜨리는 것은 불길한가? 지금에 와서 논리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러나 본래 어떤 미신에도 그렇게 여기게 된 이유와 배경은 있다. 미신은 직접적인 체험에서부터 생겨난다. 자연의 법칙을 몰랐던 고대인은 갖가지 자연현상, 즉 번개나 천둥, 일식, 월식, 탄생이나 죽음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즉 그들은 동물이 육감으로 위험을 알아차리는 것도 틀림없이 영혼이 동물들에게 경고하기 때문이며, 씨앗에서 싹이 돋아나고,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기적도 저 세상의 영혼이 부리는 조화라고 여겼다. 또한 그들을 온갖 고난에 찬 생활을 겪으면서 아무래도 주위에는 선한 영혼보다는 악한 영혼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했다. 미신 속에 사악한 영혼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악령이 날뛰는 세계로부터 몸을 지키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지를 지켜보려고 옛날 사람들은 동짓날에 팥죽을 끓여 귀신을 쫓고, 부적을 써서 신의 가호를 빌며, 네잎 클로버를 찾아서 행운을 빌었다. 어떤 것을 실험해서 효과가 없으면 다른 것, 그것이 안 되면 또 다른 것 하는 식으로 차례차례 부적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기 주변에 있는 갖가지 물건이나 동작, 말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우리들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몽당연필로 답을 써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그 연필을 행운의 연필로 여기며, 비오는 날에 경마를 해서 큰 돈을 딴 사람은 다음에도 다시 비오는 날에 돈을 걸려고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해서 아무 것도 아닌 일을 특별한 것으로 만든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있는 물건이나 몸짓들 중에는 미신이 아닌 것이 거의 없다. 어느 나라의 누군가가 반드시 미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을 어귀의 나무, 마늘, 사과, 거울, 우산, 딸꾹질, 돌에 걸려 넘어지는 것, 다리를 떠는 것, 댕기, 무지개... 등등이 그렇다. 과거에 불가사의했던 현상들은 대부분 오늘날 과학적으로 해명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의 일상에서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불행이 닥치면 미신에 눈이 간다. 전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행을 미신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사업이 잘 되기를 바란다든지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랄 때도 미신에 마음이 간다. 사람의 힘이 미치지 않는 행운을 비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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