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 - 김형균 엮음
1. 신비한 세계로의 여행
죽은 영혼의 모습을 보여주는 여인
프랑스의 생리학자인 리세 교수는 어느날 밤, 매우 이상한 꿈을 꾸었다. 애처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꿈이었다.
"에바를 찾으세요. 저는 그녀를 통해 당신을 만날 겁니다."
그런 꿈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이상히 여긴 리세 교수는 모든 일을 다 팽개치고 에바라는 여자를 찾아 다녔다. 한달쯤 지나서야 겨우 에바라는 여자를 찾게 되었다. 에바는 15세의 소녀였다. 더구나 그 소녀는 심령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레세 교수는 그 소녀가 나오는 교령회(죽은이의 영혼이 살아있는 사람과 통하는 것을 연구하기 위한 모임.)에 참석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너내는 에바입니다."
한 사람이 소녀를 소개했다. 머리를 가지런히 묶고 검은 옷을 입은 소녀가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검은 천으로 두른 암실로 들어갔다. 암실 안에도 역시 검은 천으로 덮은 의자가 있었습니다. 에바는 거기에 단정하게 앉았다. 방안의 불빛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암실 앞에만 희뿌연 불빛이 조금 비쳐졌다. 소녀는 눈을 꼭 감더니 최면상태에 들어갔다.
"어쩐지 기분이 묘한데." "너무 무서워요." 어린 아이들은 울기도 했다. "쉿, 조용히 하세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잠시 뒤에 벌어질 일을 기다렸다. 리세 교수도 정신을 집중시켜 에바만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암실 안의 에바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냈다. 시간이 얼마쯤 지나자 에바의 입에서 하얀 연기가 뭉클뭉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연기 덩어리는 살이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더니 사람의 얼굴 모습이 되었다.
"앗! 저건."
라세 교수는 순간,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연기가 변한 얼굴은 다름아닌 몇 년전에 죽은 자기의 약혼녀엿던 것이다. 약혼녀의 얼굴은 리세 교수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놀라서 뛰쳐 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사람도 있었다. 리세 교수도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는 사이 리세 교수의 약혼녀 얼굴은 점점 뿌옇게 흐려지더니 다시 연기로 번했다. 그러자 그것을 에베가 다시 입으로 삼켰다. 리세 교수는 그때부터 에바의 교령회에 매번 참석하여 에바가 토해 내는 하얀 물질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것을 연구한 결과 그것은 연기가 아니라 젤리같은 것임을 알아냈다. 그래서 이것을 '액토플라즘'이라고 이름 붙였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꾼 에바는 1890년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에바의 본명은 말타 베로우였다. 그런데 이상한 능력을 갖게 되면서부터 에바 카리에르로 불리워졌고 나중에는 이것을 줄여서 에바 C라고 불리게 되었다. 에바가 이 능력을 갖게 되었을 그때, 유럽에서는 한창 영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래서 영적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교령회를 열어 영혼의 존재를 확인해 보는일이 대유행이었다. 그런 교령회에는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지식인들이나 과학자들가지도 참석했다. 에바 외에도 물질화 현상을 일으킨 영매(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혼령과 의사를 통할 수 있는 매개자.)들이 여러 사람있었는데 그들은 대게 속임수를 쓴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들이 불러낸 영혼을 적외선 카메라로 찍어보니 사람이 변장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에바는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였다. 에바C가 불어낸 영혼은 굉장히 많았다. 하루는 온통 황금으로 치장한 이집트 왕녀의 영혼이 나왔다. 한 과학자가 왕녀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냈다. 연구 결과, 왕녀의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카락 성분과 똑같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그것은 에바C의 머리카락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또 한번은 턱수염을 기른 남자의 영혼이 나타났다. 관객중의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나는 저 분 밑에서 일했습니다. 저분은 돌아가신지 3년도 더 되었습니다."
점점 유명해진 에바C는 2년 뒤 파리로 갔다. 거기서 에바는 코메디작가이자 조각가인 비손 부인을 만나게 되었다. 에바만한 나이의 딸을 잃은 지 얼마 안디는 비손 부인은 딸애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을 낙으로 살아 가고 있엇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에바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비손 부인은 그 즉시 에바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한번만이라도 자기 딸을 보게 해달라고 에바에게 부탁했다. 에바는 쾌히 승낙했다. 그러나 이렇게 텃붙였다.
"저는 따님의 영혼을 부를 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따님을 보게 된다는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놀랍게도 비손 부인은 딸을 볼수가 있었다. 그러나 딸의 영혼이 나타나는 순간, 비손부인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잠시 후 정신이 든 비손 부인은 에바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정말 고맙구나. 나는 이제부터 너를 내 딸처럼 여기겠다."
그 뒤 비손 부인은 에바의 절대적인 후원자가 되었다. 에바는 비손 부인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물질화 현상의 실험회를 수없이 가졌다. 비손 부인이 집에는 심령연구가, 과학자, 심리학 박사, 그빡의 연구가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심령 연구가인 슈렝크 노칭이 에바를 찾아왔다. 노칭은 에바가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에바의 몸을 샅샅이 조사했다. 옷은 물론 입속 귓속 겨드랑이 머리속 신발속 까지 철저한 검사를 끝낸 뒤 에바는 암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암실의 커튼을 닫았다. 잠시 후 커튼을 열자 이상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에바는 몹시 괴로운 듯 신음소리를 냈다. 에바의 숨소리는 뱃속 깊은 곳에서 끌려 나오듯 갈라져 있었다. 에바의 입에서는 회색 연기가 솔솔 흘러 나왔다. 연기는 차츰 짙어지더니 하얀색으로 변했다. 그리곤 4개의 손가락 윤곽이 드러났다. 그것은 조금씩 움직이며 변해갔다. 그러면서 에바의 어깨 위로 옮겨갔다. 그러자 곧 그것은 사람의 얼굴로 변했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여자였는데 코 밑에는 큰 점이 나있었다. 노칭은 이 여자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구스타프 쥬레라는 사람도 에바를 찾아왔다. 쥬레는 액토프라즘이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전부 카메라로 찍었다. 그 몇 백 장의 사진은 금세 화제거리가 되었다.
"이 사진들을 봐. 에바는 절대 속임수가 아냐." "난 믿을 수 없어. 그게 사실이라면 왜 암실에서만 영혼을 부르는 거지? 커튼으로 가릴 때 속임수를 쓰는 건지도 몰라."
이렇게 에바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에바의 물질화 현상이 어두운 방에서 커튼을 닫고 이루어지므로 사람들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물론 속임수의 여지는 분명히 있었다. 쥬레가 찍었던 사진 중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 것이다. 영혼의 얼굴 근처에 '르미로아르'라는 신문 제목의 일부가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영혼의 얼굴을 신문에서 잘라붙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신을 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대학의 심리학자들은 15번에 걸친 실험회에 참석한 뒤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영혼을 부를 때 에바C는 의식이 전혀 없는 최면 상태에 들어간다고 한다. 만약 속임수를 쓴다면 절대로 최면 상태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또 그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에바의 호흡은 매우 거칠며, 큰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뒤쪽으로 쳐든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또 이런 것도 밝혔다.
"우리는 속임수를 쓰는 증거를 찾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에바는 속임수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액토플라즘은 에바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은 현대 생리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쥬레는 액토플라즘을 만져 보았다고 했다. 보기에는 연기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딱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쥬레 이러한 가설을 내세웠다. 첫째, 영혼이 나타나는 것은 에바의 머리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액토플라즘에 의해 모습을 갖는 것이다. 둘째,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이 세상에 나타나고 싶어서 에바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그러나 쥬레의 가설을 정확하다고 받아들어지기에는 어쩐지 좀 미흡한 점이 있다. 세상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들. 에바C 정도라면 설명할 수 없는 일중 최고가 아닐까? 그렇지만 에바C가 보여준 것은 너무나도 신기한 일이라 그것을 믿는 것이 안믿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