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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90722182506&Section=04
잘못된 언어로부터 잘못된 개념이 나온다
[소준섭의 正名論]<2>
사랑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여야 하는가? - 愛人
우리가 너무나 많이 사용하고 싶어 하는 '애인(愛人)'이라는 말은 중국에서는 정작 자신의 부인(婦人)이나 남편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애용하고 있는 이 '애인(愛人)'이라는 말은 사실 대단히 문제 있는 용어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당연히 남편이나 부인이어야 할 노릇이지 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이라면 곤란하지 않는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애인'이라는 의미는 '정인(情人)'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어야 정확하고 타당하다. '
이러한 '애인'과 같은 용어는 이러한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중들의 사랑과 애정관 그리고 가족관의 문제에 있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가족 외의 다른 사람이다"라는 그릇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심어주게 된다. 특히 애정 문제에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애인(愛人)이라는 이 한 단어의 향방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다.
횡단보도와 횡령
'횡단보도(橫斷步道)'라는 말은 우리가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횡단(橫斷)'이라는 단어는 "옆으로 끊는다."는 뜻으로서 아무리 좋게 해석해보려 해도 실로 어색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어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횡단보도'라는 말이 갖는 의미는 당연히 '걸어서 옆으로 통과하는 길'로서 여기에 '옆으로 끊는 길'이라는 뜻을 지닌 '횡단(橫斷)'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은 억지 조어이다. 중국에서는 '통과하다'는 뜻을 지닌 '천(穿)'을 붙여 '횡천(橫穿)'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옆으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의 '횡행도(橫行道)' 혹은 '횡행도로(橫行道路)'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에 '횡단(橫斷)산맥'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데, 중국 사천성(四川省)과 운남성(雲南省)에 위치한 이 산맥이 동서 간의 교통을 '횡으로 끊어 놓고' 있기 때문에 '횡단(橫斷)' 산맥이라고 불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열차를 '횡단열차'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더욱 모순적이다. 그 열차는 분명 유럽과 아시아를 '횡으로 끊어 놓는' 열차가 아니라 '횡으로 이어주는' 열차가 아닌가? "교수노조, 국토종단 행진에 나서"나 '국토종단 마라톤' 등에서 보이는 '종단(縱斷)'이라는 용어 역시 '종으로 끊는' 것이 아니라 '종으로 이어주는' 것이다. 명백하게 논리에 위반되는 '비논리적' 조어(造語)에 해당된다. 이러한 비논리적 용어들의 범람은 이 용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논리적 사고를 가로막게 되고, 결국 국가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도(步道)'라는 말도 '걸어서 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지닌 용어이므로 '보(步)'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보행(步行)'을 사용하여 '보행도(步行道)'라고 쓰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한편 '횡령(橫領)'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이 말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본의 전통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일본 고대시기에 병사를 통솔하고 감독하는 의미를 지닌 '압령(押領)'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헤이안(平安) 시대부터 이 '압령'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의 영지를 힘으로 빼앗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타인의 물건을 빼앗다."는 의미로 전용되었다. '횡령(橫領)'이라는 용어는 메이지(明治) 초기까지 아직 출현하지 않았는데, 빼앗는 대상이 토지만이 아니라 금품까지도 포함됨에 따라 '횡취(橫取)'라는 말로부터 유추되어 '횡(橫)'이라는 글자가 부가되면서 '횡령(橫領)'의 용어가 나타났다고 설명된다. 일본에서조차 그 유래가 분명치 않은 용어를 정확함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우리 형법상의 법률용어로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마치 '함흥차사'라는 말을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함흥'이 무슨 말인지, '차사'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 말이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면서 사용하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상황이다.
참고로 우리가 "횡재했다!"고 좋아하는 '횡재(橫財)'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운 좋게 얻은 것'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 이 말은 "불법적으로 얻은 의외의 소득'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寸志와 料金 그리고 名品
"교사에게 학부모가 (불법적으로) 주는 돈"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촌지(寸志)'도 일본식 조어로서 뜻이 통하지 않는 용어이다. 더구나 이 '촌지'라는 말은 대단히 '위험한' 용어이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주는 행위는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인데도 오히려 '촌지(寸志)'라는 용어는 "마음의 조그만 성의"라는 대단히 좋은 의미로 포장되어 이 말을 사용하면서 전혀 자신의 행위가 잘못이 아니라는 '확신'을 제공하는 측면을 지니게 된다. '촌지'라는 용어의 사용은 결국 '위법'과 '편법'을 합리화하고 미화시킴으로써 사회구성원들에게 법의식과 가치관의 혼란 및 왜곡을 조장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란 이렇듯 우리의 행위와 사고방식에 일거수일투족 심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그것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기능직'이라는 용어를 바꾸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당연히 크게 환영받아야 마땅할 일이다. 사실 당사자들은 '기능직'이라는 용어로 인하여 그 동안 자기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불명예를 겪어야 했다. 지금은 '교도관'으로 바뀐 '간수'라는 용어도 마찬가지이다. 앞에서 언급한 '촌지'와 정 반대로 일종의 '사회적 약자' 층에게는 일부러 분명한 '불명예' 딱지를 붙이는 이러한 용어들은 '모욕적 언사'의 범주에 속한다.
또한 기껏해야 '재료 혹은 원료 값'에 지나지 않을 '요금(料金)'이라는 단어로써 '값' 혹은 '비용'을 의미하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나, '손을 몇 번 움직였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서비스 비용'에 그 기원을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수수료(手數料)' 역시 일본식 조어로서, 모두 진실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고 은폐하면서 적당히 둘러대는 용어라는 점에서 상기한 '촌지'와 함께 '정직하지 못하고 비겁한' 용어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명품(名品)'이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단어로서 역시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명품'이란 사람들에게 '압도적으로 뛰어난 물건'이라는 확실한 가치관과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용어이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명품'이란 사실 '유명상표' 혹은 '고가품'의 내용을 지니고 있다. 만일 '유명상표'나 '고가품'이라는 용어의 사용으로써 정확하게 표현해진다면,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합리적' 판단 기준에 의하여 그 상품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명품'이라는 용어는 용어 자체에서 이미 사람들의 합리적 판단 기준을 압도하여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와해시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결국 '명품'과 같은 용어는 합리적 판단 기준을 파괴하고 나아가 공정 경쟁을 붕괴시켜 '건전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왜곡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年下와 小康
"소강 상태를 보이다"의 '소강(小康)'이란 원래『시경』에서 비롯된 말로서 백성들이 부유하고 안락하게 삶을 영위하는 상태를 가리키며, 일찍이 덩샤오핑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20세기 말까지 이 '소강(小康)의 수준'을 이루겠다는 1차적 목표를 설정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 말을 "상황이 진정된 상태"라는 뜻으로 사용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용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편 요즘 유행하는 '연하(年下)의 남자'라고 할 때 '연하(年下)'는 한자어로서 중국에서는 음력으로 '연초(年初)'나 '새해'라는 뜻이다. 이 말을 '나이가 자신보다 어린'이라는 뜻으로 이상하게 바꿔서 사용한 것은 바로 일본이다.
출세, 돌발, 죄송
'출세(出世)'를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다."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표적으로 잘못된 사용례가 아닐 수 없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다."라는 의미라면 오히려 '출명(出名)'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부합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출세(出世)'라는 단어는 중국에서 정확히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다. 출생하다"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배달(配達)'이라는 말도 한자어로만 봐서는 그 뜻을 도저히 알 수 없는 말이고, 흔히 쓰이는 '행사(行事)'나 '역할(役割)' 역시 한자로 해석하기 어려운 일본식 조어이다.
'돌발(突發)'은 일본어로서 '돌(突)'과 '발(發)'을 인공적으로 합쳐 만든 억지 조어이며, "죄송합니다."라는 말의 '죄송(罪悚)' 역시 '죄(罪)'와 '송(悚)'이라는 글자를 붙여 억지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거소(居所)'는 '거처(居處)'라고 바꿔야 할 일본식 조어이다.
발명과 방송, 이익, 진보
'발명(發明)'이라는 단어는 원래 "죄인이 스스로의 결백 등을 밝히다, 변명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사용되던 한자어였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다"의 뜻을 가진 일본어로서의 '발명'이라는 용어가 수입되면서 원래의 용례를 완전히 몰아내게 되었다.
그리고 '방송(放送)'이라는 말은 본래 "죄인 등을 놓아 주다"라는 뜻이었는데, "전파에 의한 매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뜻을 지닌 일본어 '방송(放送)'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 진입함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변모하였다.
또한 '식상하다'의 '식상(食傷)'은 원래 "상한 음식에 의하여 비위가 상한 병증, 즉 식중독"이라는 뜻으로서『조선왕조실록』에도 이러한 용례가 있으나,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식상하다'는 일본어가 들어온 뒤 원래 지니고 있던 의미는 사라지고 말았다.
한편 '이익(利益)'이라는 단어는 우리의『삼국유사』에서 '이롭다'의 의미로 사용되는 등 고유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나, 'interest'의 일본 번역어로서 이 땅에 들어와 경제적 의미로서 정착되게 되었다.
'공원(公園)'은 이를테면『조선정조실록』등에서 '관유(官有)의 정원(庭園)'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park'의 번역어로서 일본에 의하여 대체되었다. '진보(進步)'라는 단어도 원래 우리나라에서 "발을 옮겨 앞으로 나아가다"로 쓰이고 있었으나, 일본에 의하여 'advancement'와 'progress'의 번역어로 사용되었다.
잘못된 언어로부터 잘못된 개념이 나온다
[소준섭의 正名論]<2>
사랑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여야 하는가? - 愛人
우리가 너무나 많이 사용하고 싶어 하는 '애인(愛人)'이라는 말은 중국에서는 정작 자신의 부인(婦人)이나 남편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애용하고 있는 이 '애인(愛人)'이라는 말은 사실 대단히 문제 있는 용어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당연히 남편이나 부인이어야 할 노릇이지 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이라면 곤란하지 않는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애인'이라는 의미는 '정인(情人)'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어야 정확하고 타당하다. '
이러한 '애인'과 같은 용어는 이러한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중들의 사랑과 애정관 그리고 가족관의 문제에 있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가족 외의 다른 사람이다"라는 그릇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심어주게 된다. 특히 애정 문제에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애인(愛人)이라는 이 한 단어의 향방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다.
횡단보도와 횡령
'횡단보도(橫斷步道)'라는 말은 우리가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횡단(橫斷)'이라는 단어는 "옆으로 끊는다."는 뜻으로서 아무리 좋게 해석해보려 해도 실로 어색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어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횡단보도'라는 말이 갖는 의미는 당연히 '걸어서 옆으로 통과하는 길'로서 여기에 '옆으로 끊는 길'이라는 뜻을 지닌 '횡단(橫斷)'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은 억지 조어이다. 중국에서는 '통과하다'는 뜻을 지닌 '천(穿)'을 붙여 '횡천(橫穿)'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옆으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의 '횡행도(橫行道)' 혹은 '횡행도로(橫行道路)'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에 '횡단(橫斷)산맥'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데, 중국 사천성(四川省)과 운남성(雲南省)에 위치한 이 산맥이 동서 간의 교통을 '횡으로 끊어 놓고' 있기 때문에 '횡단(橫斷)' 산맥이라고 불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열차를 '횡단열차'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더욱 모순적이다. 그 열차는 분명 유럽과 아시아를 '횡으로 끊어 놓는' 열차가 아니라 '횡으로 이어주는' 열차가 아닌가? "교수노조, 국토종단 행진에 나서"나 '국토종단 마라톤' 등에서 보이는 '종단(縱斷)'이라는 용어 역시 '종으로 끊는' 것이 아니라 '종으로 이어주는' 것이다. 명백하게 논리에 위반되는 '비논리적' 조어(造語)에 해당된다. 이러한 비논리적 용어들의 범람은 이 용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논리적 사고를 가로막게 되고, 결국 국가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도(步道)'라는 말도 '걸어서 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지닌 용어이므로 '보(步)'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보행(步行)'을 사용하여 '보행도(步行道)'라고 쓰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한편 '횡령(橫領)'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이 말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본의 전통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일본 고대시기에 병사를 통솔하고 감독하는 의미를 지닌 '압령(押領)'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헤이안(平安) 시대부터 이 '압령'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의 영지를 힘으로 빼앗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타인의 물건을 빼앗다."는 의미로 전용되었다. '횡령(橫領)'이라는 용어는 메이지(明治) 초기까지 아직 출현하지 않았는데, 빼앗는 대상이 토지만이 아니라 금품까지도 포함됨에 따라 '횡취(橫取)'라는 말로부터 유추되어 '횡(橫)'이라는 글자가 부가되면서 '횡령(橫領)'의 용어가 나타났다고 설명된다. 일본에서조차 그 유래가 분명치 않은 용어를 정확함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우리 형법상의 법률용어로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마치 '함흥차사'라는 말을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함흥'이 무슨 말인지, '차사'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 말이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면서 사용하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상황이다.
참고로 우리가 "횡재했다!"고 좋아하는 '횡재(橫財)'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운 좋게 얻은 것'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 이 말은 "불법적으로 얻은 의외의 소득'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寸志와 料金 그리고 名品
"교사에게 학부모가 (불법적으로) 주는 돈"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촌지(寸志)'도 일본식 조어로서 뜻이 통하지 않는 용어이다. 더구나 이 '촌지'라는 말은 대단히 '위험한' 용어이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주는 행위는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인데도 오히려 '촌지(寸志)'라는 용어는 "마음의 조그만 성의"라는 대단히 좋은 의미로 포장되어 이 말을 사용하면서 전혀 자신의 행위가 잘못이 아니라는 '확신'을 제공하는 측면을 지니게 된다. '촌지'라는 용어의 사용은 결국 '위법'과 '편법'을 합리화하고 미화시킴으로써 사회구성원들에게 법의식과 가치관의 혼란 및 왜곡을 조장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란 이렇듯 우리의 행위와 사고방식에 일거수일투족 심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그것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기능직'이라는 용어를 바꾸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당연히 크게 환영받아야 마땅할 일이다. 사실 당사자들은 '기능직'이라는 용어로 인하여 그 동안 자기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불명예를 겪어야 했다. 지금은 '교도관'으로 바뀐 '간수'라는 용어도 마찬가지이다. 앞에서 언급한 '촌지'와 정 반대로 일종의 '사회적 약자' 층에게는 일부러 분명한 '불명예' 딱지를 붙이는 이러한 용어들은 '모욕적 언사'의 범주에 속한다.
또한 기껏해야 '재료 혹은 원료 값'에 지나지 않을 '요금(料金)'이라는 단어로써 '값' 혹은 '비용'을 의미하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나, '손을 몇 번 움직였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서비스 비용'에 그 기원을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수수료(手數料)' 역시 일본식 조어로서, 모두 진실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고 은폐하면서 적당히 둘러대는 용어라는 점에서 상기한 '촌지'와 함께 '정직하지 못하고 비겁한' 용어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명품(名品)'이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단어로서 역시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명품'이란 사람들에게 '압도적으로 뛰어난 물건'이라는 확실한 가치관과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용어이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명품'이란 사실 '유명상표' 혹은 '고가품'의 내용을 지니고 있다. 만일 '유명상표'나 '고가품'이라는 용어의 사용으로써 정확하게 표현해진다면,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합리적' 판단 기준에 의하여 그 상품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명품'이라는 용어는 용어 자체에서 이미 사람들의 합리적 판단 기준을 압도하여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와해시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결국 '명품'과 같은 용어는 합리적 판단 기준을 파괴하고 나아가 공정 경쟁을 붕괴시켜 '건전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왜곡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年下와 小康
"소강 상태를 보이다"의 '소강(小康)'이란 원래『시경』에서 비롯된 말로서 백성들이 부유하고 안락하게 삶을 영위하는 상태를 가리키며, 일찍이 덩샤오핑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20세기 말까지 이 '소강(小康)의 수준'을 이루겠다는 1차적 목표를 설정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 말을 "상황이 진정된 상태"라는 뜻으로 사용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용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편 요즘 유행하는 '연하(年下)의 남자'라고 할 때 '연하(年下)'는 한자어로서 중국에서는 음력으로 '연초(年初)'나 '새해'라는 뜻이다. 이 말을 '나이가 자신보다 어린'이라는 뜻으로 이상하게 바꿔서 사용한 것은 바로 일본이다.
출세, 돌발, 죄송
'출세(出世)'를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다."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표적으로 잘못된 사용례가 아닐 수 없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다."라는 의미라면 오히려 '출명(出名)'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부합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출세(出世)'라는 단어는 중국에서 정확히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다. 출생하다"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배달(配達)'이라는 말도 한자어로만 봐서는 그 뜻을 도저히 알 수 없는 말이고, 흔히 쓰이는 '행사(行事)'나 '역할(役割)' 역시 한자로 해석하기 어려운 일본식 조어이다.
'돌발(突發)'은 일본어로서 '돌(突)'과 '발(發)'을 인공적으로 합쳐 만든 억지 조어이며, "죄송합니다."라는 말의 '죄송(罪悚)' 역시 '죄(罪)'와 '송(悚)'이라는 글자를 붙여 억지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거소(居所)'는 '거처(居處)'라고 바꿔야 할 일본식 조어이다.
발명과 방송, 이익, 진보
'발명(發明)'이라는 단어는 원래 "죄인이 스스로의 결백 등을 밝히다, 변명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사용되던 한자어였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다"의 뜻을 가진 일본어로서의 '발명'이라는 용어가 수입되면서 원래의 용례를 완전히 몰아내게 되었다.
그리고 '방송(放送)'이라는 말은 본래 "죄인 등을 놓아 주다"라는 뜻이었는데, "전파에 의한 매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뜻을 지닌 일본어 '방송(放送)'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 진입함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변모하였다.
또한 '식상하다'의 '식상(食傷)'은 원래 "상한 음식에 의하여 비위가 상한 병증, 즉 식중독"이라는 뜻으로서『조선왕조실록』에도 이러한 용례가 있으나,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식상하다'는 일본어가 들어온 뒤 원래 지니고 있던 의미는 사라지고 말았다.
한편 '이익(利益)'이라는 단어는 우리의『삼국유사』에서 '이롭다'의 의미로 사용되는 등 고유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나, 'interest'의 일본 번역어로서 이 땅에 들어와 경제적 의미로서 정착되게 되었다.
'공원(公園)'은 이를테면『조선정조실록』등에서 '관유(官有)의 정원(庭園)'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park'의 번역어로서 일본에 의하여 대체되었다. '진보(進步)'라는 단어도 원래 우리나라에서 "발을 옮겨 앞으로 나아가다"로 쓰이고 있었으나, 일본에 의하여 'advancement'와 'progress'의 번역어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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