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황고집
평양 외성에 황순승이라는 진사가 한 분 있었다. 연대도 과히 오래지 않은 분이다. 성정이 고지식하고 곧아 남이 고집이라고 별명 지으니, 또 그리 싫어하지 않고 집암이라고 스스로 호하였다.
한 번은 나귀를 타고 지나는데 도둑의 떼가 나타나 물건을 뺏는다. 선선하게 내려서서 고삐를 내어 주고 채찍마저 내어주며 하는 말이 "하 쇠약해서 때리질 않으면 가질 않습니다" 도둑놈 대장이 한참 보더니 "댁이 외성 황고집 황진사 아니요?"하고 도로 주고 갔다 한다. 도둑들도 그런 분의 물건 뺏기에는 마음이 꺼렸던 모양이다.
한 번은 서울을 왔다가 평양에 벼슬 살러 왔던 친한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행들이 같이 조상 가자고 하니까 "그 사람하고 나 사이에 볼 일 보러 왔던 끝에 조상 한 대서야 말이 되느냐?" 고 그 길로 평양 5백 5십리 길을 부지런히 내려가 다시 되짚어 올라와서 조문을 하였다 한다.
어떻게 와전되었는지 '황꼽재기'라고 인색한 사람의대명사처럼 전하는 이가 있으나 근엄하고 규모가 있었을 뿐 그에게는 가당치 않은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