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탕
이것은 여러 가지 향기로운 재료를 넣어서 다려 식히고, 거기에 꿀을 타 얼음에 채웠다 먹는 극히 고급에 속하는 청량음료요 약이다.
임진왜란 때 외교수완으로 공헌이 컸던 한음 이덕형은 이항복과의 해학으로 유명하거니와 장난은 '오성'의 짓이 많지 그는 좋은 상대였을 뿐인 것 같다.
그가 임금을 모시고 피난길에서 돌아와 영의정으로서 창덕궁 중수의 도제조를 겸해 주야로 분주했을 때 일이다. 때마침 복중이요, 집에서 들여오는 공고상으로는 식사가 도무지 마땅하질 않아 대궐 가까이다 조그만 집을 마련하고 소실을 하나 두었다. 여색을 탐내서가 아니라 잠깐잠깐 들려 쉬기도하고 때를 놓쳤을 때 식사도 하기 위하여서다.
하루는 한여름 더위에 허덕이며 제호탕이나 한 그릇 먹었으면 하고 소실 집에 들어서는 즉시로 손을 내밀었는데 선뜻 갖다 바치는데 어느새 마련해 두었는지 자기가 찾는 제호탕이다. 그는 한참 여인의 얼굴을 쳐다 보다가 그 길로 돌아서 나와 그 길로 발을 끊었다. 여인을 영영 버린 것이다. 얼마 뒤 오성이 찾아갔다가 그 사실을 알고 한음을 붙잡고 물었다. 그 계집을 버렸다니 어쩐 일이냐고.
"그 날 목이 무척 타서 제호탕을 생각하며 손을 내밀었더니 선뜻 내어주는게 어떻게나 영리하고 귀여운지... 그러기로 지금 이 시국에 명색이 대신으로서 한 계집에 혹해 있게 됐습니까? 그래서 딱 그만 끊어버린 것이죠"
이 말에는 오성도 그만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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