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모르는 호랑이 없다
인왕산 하면 지금도 서울 복판의 나무 하나 없는 바위산이지만, 옛날에는 호랑이가 득실거리는 곳이었다고 한다.
고려시대 강감찬은 민족적 영웅으로 숭앙할만한 장군이거니와 그에 관하여는 초인적인 전설이 많이 있다.
당시 남경이라던 서울엔 어찌나 호랑이가 많은지, 그가 판관으로 있을 때 군정을 시켜 뒷산 양지에서 졸고 있는 늙은 중을 불러오라 하였다.
"너희들이 들끊어서 도무지 백성들이 잘 수가 없어. 그러니 족속을 다 데리고 곧 떠나라" 곁에서 보던 사람이 이상해서 물으니 '네 본색을 드러내 보아라" 그랬더니 그 중이 두 발 길이나 되는 큰 범으로 화하여 붉은 입을 벌리고 '아응' 하는데 참으로 무시무시하다.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호랑이가 한 줄로 늘어서 힘없이 후퇴하는데 밤낮 사흘이 걸리더라는 것이다. 모두 강감찬의 한 마디 호령으로 두만강을 건너 갔는데, 마침 새끼 배어 만삭이 된 호랑이가 하나 있어서 남겨 두게 하였더니 그것이 번져서 한국의 호랑이가 되었다는 얘기다.
강감찬은 그밖에도 서울 안의 맹꽁이를 울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옥천에서는 모기를 물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등 일화가 많다. 원효, 퇴계, 충무공과 함께 조선의 4대 명인으로 치는 분인데, 다른 분은 서울의 거리 이름을 하나씩 얻었건만 강감찬을 빼 놓았다는 것은 여간한 실책이 아니다. 그의 낳은 터는 관악산 밑 봉천동에 있는 낙성대라는 석탑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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