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는 것을 필두로 여러 가지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유쾌한 사나이다. 한 40년 전 만해도 '봉익이 김선달'이라고 하였는데 어느 결에 이렇게 변했다. 충신주의 자린고비나 그런 이처럼 실지로 있었던 인물이었던 것 같다.
한문으로 재담을 한 것은 모조리 김삿갓이 그랬다고 그러듯이 남 속여 먹은 얘기는 모조리 그에게로 붙여서 얘기하니 당자로서는 기막힐 일일 것이다.
앞서 든 대동강 물 팔아먹은 얘기만 해도 두 종류가 있다. 서울서 돈 많고 허욕 많은 영감을 하나 앞세우고 와 자기 집에 재우고 밤사이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돈을 나누어 주고 말하기를 "내일 아침 물 길어갈 제 이 중에서 한 푼씩을 내 앞에 던져 주고 가게. 나머진 술이나 사먹고"
이튿날 잠이 깨인 손님은 주인을 찾았다.
"강에 나가서시오, 그것이 생업이니께요" 슬슬 나와 보니 줄로 늘어서서 무진강한 강물을 길어 가는 사람마다 돈을 던지고 가는데 잠깐잠깐 불어간다. 그래 상당한 대가를 주고 그 권한을 샀다. 그러나 결과는 빤하다.
또 하나는 이렇다. 짚을 사다 여물을 썰어 어는 추운 날 대동강이 얼어 붙으려는 저녁, 배를 타고 들어가 상류에서 뿌렸다. 눈보라 치는 날 땅 사려고 온 사람을 데리고 간색을 갔는데, 눈을 쓸고 보면 볏짚이 턱 어울려 얼어 붙은 게 땅은 보나마나 기름진 좋은 논이다. 그래 헐값으로 팔았지만 손해는 갈 리 없고 이듬해 농사를 붙이려와 보니 물은 청청히 흐르고,
소화란 이렇게 평하니 어수룩한 구석이 뚫려 있어야 얘기가 제대로 성립이 되게 마련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