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먹을 것은 없군
지금도 정초면 온 백성들이 지극한 관심을 갖고 대하는 토정비결을 만든 이지함은 한산 이씨로 임란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의 친 삼촌이다. 그는 항해술에 남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어 바다 다니기를 육지처럼 하였다 하며 또 전도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어 세상에서 이인 소리를 듣는 분이다. 그가 남다른 재주와 포부를 갖고도 뒤늦게 경기도의 포천 현감이라는 미관 말직에 취임했을 때의 일이다.
모두들 대신의 숙부시라고 특별히 마음을 써서 산촌 읍 치고는 최고로 차려다 놓고 잡숫기를 권했더니 상을 휘둘러 보고 나서 "먹을 게 없군!" 한다. 모두 황송해서 상을 물려 전 보다 더 호화롭게 차려다 올렸더니 젓가락을 집지도 않고 또 "나 먹을 건 없군!" 한다. 모두 도리가 없어 마당에 거적을 깔고 죄 주기를 청했더니(석고대죄) "너희 고을에서는 산채가 많이 날 것이 아니냐? 그 산채로 된장국을 끓이고 밥은 오곡잡곡밥으로 지어서 한 그릇 수북히 담아 오너라. 나는 그것이라야 먹느니라"
그리하여 재임기간 계속 이런 식사로 일관하였다 한다. 또 여행을 즐기어 '새옹'이라고 조금만 솟을 갓삼아 쓰고 다니다 경치 좋은 곳이면 벗어서 닦아 밥을 지어 먹고 다녔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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