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가기이방
군자란 마음이 곧고 사악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방편을 가지고 속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조 후기 정조 때 조태채라는 당파 싸움에 희생된 정승이 있었다. 마침 부인 심씨를 잃고 얼마 안 있어서의 일인데 담당한 서리(하급 사무 담당 보조원)가 예정된 시간을 지나 기다리고 애타던 끝에 나타났으므로 벌로 볼기를 때리렸더니 울면서 호소를 한다.
"소인의 죄를 소인이 모르는 배 아니옵고 죽을 때 죽더라도 비통한 말씀이나 드리고 벌을 받아도 받겠습니다. 소인은 상처를하여 어린 것을 셋을 데리고 있사온데 큰 놈이 다섯 살 다음이 세 살 끝이 딸년이온데 난지 여섯 달 밖에 아니 됩니다. 그래 아비겸 어미겸 키우고 있사온데 오늘 아침도 어린 년이 울고 보채어 이웃집 아주머니께 젖 먹여 줍사고 부탁하고 이어 두 놈이 일어나 또 배고프다 울기에 나아가 죽을 지어서 먹여 주곤 부랴부랴 들어온 것이 이쯤 되었사오니 그저 죽여줍소사"
듣다가 그만 눈물을 지으며
"네 정경이 정히 나와 같고나"하고 물자를 후히 주어 내보냈는데 물론 거짓말이요 매맞는 것을 모피하기 위한 깜찍한 계교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