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에 좋은 꽃
이조 21대 영조가 늙어서 상배를 하고 환갑이 넘은 분이 다시 장가 가겠다고하여 처녀 간택을 하였다. 처녀들은 예에 의하여 아버지의 벼슬과 이름을 써 붙인 방석 위에 앉게 돼 있는데 한 처녀만이 옆 방바닥에 앉아 있다. 까닭을 물으니까 "아무리 종이일지라도 아비 이름 쓴 것을 어떻게 깔고 앉겠습니까?" 왕은 그 처녀를 눈여겨 보아 두었다. 다음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지는데 "꽃중에 좋은 꽃은 무엇이더냐?" 모두 모란이니 함박이니 월계니 하고 대답하는데 그 처녀는
"목화꽃이 올시다"한다. 다시 까닭을 물으니 "그 꽃이 아니면 만 백성이 헐벗습니다." "반찬 중에 제일 좋은 반찬은 무엇이냐?" "소금이올시다. 모든 반찬의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이 전각의 기와골이 몇이겠느냐?" 하였더니 처녀들은 모두 고개를 쳐들어 빗줄기를 세는데 그 처녀만은 다소곳하니 세는 기색이 없기로 물었더니 꼭 알아 맞힌다. 그 사이 빗줄기가 떨어져 패인 자리를 살폈던 것이다. 이리하여 왕비로 뽑힌 분이 김한구의 따님인 정순왕후로 숙덕을 높이 찬양 받는 분이다.
영조의 다음으로 왕위에 오른 정조가 '화부화(꽃 뒤에 다시 꽃 피는 것)'로 제목을 내어 조관들을 시험하였더니 채제공만이 그것을 맞춰 냈다고 하는데 그는 뒤에 영의정까지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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