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당문답
이조 초에 호를 고불이라고 하는 맹사성이란 정승이 있었다. 청렴하고 수탈하여 많은 일화를 남긴 분이다. 한 번은 고향인 온양에 다녀오는 길에 용인의 원 집에 들었는데 (원이란 관에서 경영하던 숙박소) 호화로운 차림을 한 영남 선비와 같이 쉬게 되었다. 녹사라고 정부의 최하급 관리에 취직하려고 취재차 가는 길이라 한다. 같이 수작하던 끝에 '공'자 '당'자로 운을 달아 문답하기로 하였다.
"어째서 서울 가는공?" "녹사 취재하러 올라간당"
맹 정승이 웃으며
"내가 당신 위해 시켜 줄공?" 하였더니 "놀리는 건 안된당"
물론 상대가 정승인 줄은 모르고 한 대꾸다.
며칠 뒤 정부에 있으려니 과연 취지가 들어오므로
"요새 어떠한공?" 선비가 알아보고 엎드리며 "죽여지이당"
그래 한 자리의 관원들이 모두 놀라 들었더니 그런 연유라. 자리에 붙여 주고 돌보아 주어서 여러 고을 원을 거쳤는데 매우 근실하고 업적이 있어 나중까지 얘깃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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