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멀리 꿰뚫어 보는 눈.
북위 말엽, 양일이라는 청년이 광주(하남성 한용현)의 장관으로 부임되어 왔다. 명문 출신으로서 나이는 29세. 고을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낮에는 음식을 잊고 밤에는 잠도 안 자며 일한다고 하였다. 난리에다 흉년이 겹쳐서 굶어 죽는 백성이 많자 그는 창고를 열어 나누어주었다. 담당자가 군주의 노여움을 염려하자 그는 말하였다.
"나라의 근본은 사람이요 사람의 목숨을 잇는 건 식량이다. 창고를 열어 헤친 것이 죄라면 달게 받자꾸나"
그가 부임되어 온 이래로 이 고장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긴 현상이 생겼다. 예전에는 중앙에서 관료나 병사가 오면 반드시 주연이 베풀어지고 노자도 요구 당하는 것이 통례였다. 그런데 이때에는 스스로 음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생색을 내어 깊숙한 술자리를 차려 놓아도 그들은 응하려 하지 않았다. 그 까닭을 묻자 그들은 한결같이 대답하였다.
"양 장관은 '천리안'을 지녔어. 눈가림이 안되거든"
그는 고을 안에다 샅샅이 염탐꾼을 두어 관료나 병사들의 동태를 살피게 했던 것이다. 군벌의 싸움에 말려 그가 죽었을 때 그의 나이 33세, 시민과 농민이 관리보다도 더욱 슬퍼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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