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
편지, 소식, 방문, 안찰, 안백이라고도 한다.
소무는 한나라의 중랑장이었다. 무제 천한 원년(BC 100) 그는 사신으로서 북녘의 흉노국에 갔다. 포로 교환을 교섭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흉노의 내분에 휘말려버려 사신들은 모두 사로잡히는 몸이 되어버렸다. 항복을 하겠느냐 아니면 죽음을 택하겠느냐 하는 판국이었다. 그러나 소무만은 끝내 항복하지 않았다. 그는 산중의 굴속에 갇혀 굶어 죽을 참이었다. 그는 털가죽을 씹고 눈으로 갈증을 달래며 견디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도록 죽지 않자 흉노는 그를 귀신인가 싶어 북해 언저리의 민가도 없는 고장으로 보내어 양을 치게 하였다. 온통 수컷으로만 주면서
"숫양이 새끼를 낳으면 너희 한나라에 보내주지"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하늘과 숲과 바다와 같은 호수, 그리고 매운 추위와 굶주림뿐이었다. 양들도 모두 도적들이 앗아가 버렸다. 그는 다람쥐를 잡아 굶주림을 견디면서도 흉노에게 항복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고국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실상 그런 희망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 황폐한 북녘에서 이미 몇몇 번을 세월이 바뀌었는지 모른다. 기차고 단조로운 나날이 수없이 되풀이되었을 뿐이다. 어쩌다 끝없는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만이 소무로 하여금 속절없이 고향 생각에 잠기게 할뿐이었다. 고국에서는 무제가 죽고 소제 6년이 되어 있었다. 한나라의 사신이 흉노를 찾아왔다. 훨씬 예전에 흉노에 사신으로 왔다가 실종되어 버린 소무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미 죽은지 오래라고 흉노는 잡아떼었다. 사신으로서는 그 진부를 가려낼 도리가 없었다. 그날 밤 소무와 함께 흉노에 왔다가 항복하였던 상혜라는 자가 사신을 찾아와 무엇인지 귓속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래 사신은 다음 회견때 말하였다.
"우리 한나라의 천자께서 사냥을 가셨을 때 기러기 한 마리를 쏘아뜨린적이 있었는데, 그 기러기의 발목에 헝겊이 잠겨져 있었소, 그리고 그 헝겊에는 '소무는 대택에 있소'라고 적혀져 있었으니 소무가 살아 있는 것이 명백하오"
흉노의 추장은 놀라는 기색으로 신사와 소근거리더니
"실인즉, 그 사람이 살아 있다 하는구려"
사신이 상혜의 귀띔으로 꾸며낸 거짓말이 적중한 셈이다. 흉노는 부리나케 북해로 달려가 소무를 데려왔다. 머리도 수염도 이제 셀대로 세고, 넝마보다도 추한 가죽을 걸치고 있었으나 그의 손에는 한나라 사신으로서의 부적이 쥐어져 있었다. 그는 꿈에도 차마 바라지를 못했던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어느덧 19년의 세월이 흘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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