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양단
쥐는 의심이 많으므로 구멍에서 목만 내놓고 나올까 말까 진퇴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태도 결정이 확실하지 못함을 말한다.
전한 제4대 경제에서 제5대 무제 연간에 위기후와 무안후 두 사람은 좋은 적수였다. 무안후가 아직 어렸을 때 위기후는 대장군이었는데 경제 만년에는 무안후도 상당한 자리에 있었고 경제가 죽은 후로는 거꾸로 무안후가 재상이요 위기후는 차츰 몰락해 가는 과정이었다.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견원지간이 된 것은 위기후의 친구인 강직한 장군 관부가 사소한 사고를 일으킨 것이 동기였는데 그 사고를 가지고 두 사람이 서로 자기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황제에게 상대방을 헐뜯기 시작하였다. 황제는 어느 편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키가 난감해져서 관리의 죄를 규명하는 구실인 어사대부 한 안국에게 물었더니
"양쪽의 주장에 각기 일리가 있어서 판단키 어려우니 폐하께서 몸소 가름하소서." 하였다. 그래 이번에는 내사에게 물었다. 그는 본시 위기후 쪽 사람이었으나 형세가 무안후에게 유리할 듯 싶어서 뚜렷한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한편 무안후는 어사대부를 꾸짖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쥐가 구멍에서 목만 내놓고 나올까 말까를 망설이고 있는 것처럼 흑백을 뚜렷이 가리지 못하고 어물거리는거요." 어사는 이윽히 궁리하던 끝에 "명안이 있습니다. 먼저 대감께서 재상자리를 하직하시겠다면서 폐하께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서 사과하십시오. 황제께서는 그것을 대감의 겸양지덕으로 여기고 결코 대감을 물러 앉히시지는 않을 것이올시다. 지금처럼 두 분이 서로 비난해 대는 건 참으로 위신 문제이올시다." 무안후는 그 말대로 했더니 과연 황제의 신임이 도리어 두터워졌다. 위기후는 지금까지의 일들이 철저히 조사되어, 먼저 문제의 중심이었던 관부 장군네에 일족이 처형되었고 위기후도 이윽고 처형되고 말았다. 그런데 무안후도 미구에 병석에 눕게 되어 꿈결에 외쳐대는 것이었다.
"용서해다오! 내가 잘못이었다"
무당에게 보였더니 이 병환은 위기후와 관부 장군의 원혼이 무안후를 죽이려는 것이라 했다. 백방으로 손을 썼으나 두 사람의 원혼은 떠나지를 않다가 무안후는 한 주일쯤 후에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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