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육계
비겁한 자를 비웃는 말로써 전법에는 여러 가지 방책이 있긴 하지만 냉큼 도망쳐서 자기 한 몸의 안전을 꾀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말이다.
이른바 남북조시대 북녘에는 위가 세력을 펴고 남쪽은 제나라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나라건 내분이 얽혀 있던 시절이다. 제나라의 장수 왕경측은 반란군을 이끌고 서울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의 황제와 오랜 분란이 계속되어 자식들도 황제에게 피살된 터였다. 그런데 황실에서는 엉뚱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었으니 왕경측이 도망치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측은 진격 도중에 그 뜬 소문을 듣고 분연히 뇌까렸다.
"송 나라의 단도제 장군이야말로, 갖은 계략 중에서도 도주를 으뜸으로 삼았다더군. 제기랄, 저희들이나 도망치지!"
당장군이 위나라 군병을 피했던 사실을 경측은 이 판국에 생각해낸 것이었다. 경측은 마침내 제나라 군병에게 포위되어 도망도 못 쳐보고 목이 잘렸는데 그가 뇌까린 말은 오늘날가지도 전해진다. 그런데 애꿎게 경측의 구설에 오른 단도제란 어떤 인물이었던가? 송 나라 명장으로서 북방의 대적인 위나라 군사와 여러 번 싸워 공을 세웠다. 용병에 능하여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영토도 과히 빼앗기지 않았는데 모함으로 인해서 처형되었다. 전국시대의 왕들은 자기 장군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을 두려워 했던 것이다. 명장 단도제가 죽자 위나라 군사 백만이 쳐들어와 송나라 천지는 쑥밭이 되었다. 위병들은 창끝에다 갓난애를 꽂아 가지고 날뛰었다 한다. 황제는 그제서야 명장을 잃은 것을 애통해 하였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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