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
부마란 본래 부마, 즉 주마에게 딸린 말이라는 뜻이었는데 그것이 천자의 사위라는 뜻으로 바뀐 데에는 까닭이 있다. 한나라 무제 때 부마도위라는 벼슬을 두어 부마를 관장하게 했는데 공주의 남편으로 하여금 그 벼슬을 맡게 하였던 까닭이다.
옛날 농서에 신도도라는 사내가 있었다. 지방으로 유학을 갔다가 돈이 궁하여 굶주리며 옹주 서쪽 50리까지 왔을 때 웬 커다란 저택이 있고 그 문전에 하녀인 듯한 여자가 서 있었다. 신도도는 사정 얘기를 하고 밥을 청했더니 하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서는 안주인의 방으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안주인이 말하였다.
"나는 진 나라 민왕의 공주였는데, 조나라로 출가했다가 남편을 여의고 그로부터 22년 동안을 홀로 지낸다오. 손님께서 모처럼 와주셨으니 제발 부부가 돼주어요."
신도도는 그렇듯 고귀한 여인이라서 사양했으나 간청에 못 이겨 인연을 맺기를 사흘 밤, 여인은 처량하게 신도도에게 말하였다.
"당신하고 더 지내고 싶지만 사흘 밤 밖에 안된다오. 더 지내다가는 화를 입을테니 헤어져야겠는데 헤어지고나면 나의 정성을 드릴 수 없겠구려, 다만 정표로서 이걸 받아줘요."
여인은 신도도에게 금베개를 주고 하녀더러 대문까지 배웅케 하였다. 그런데 대문을 나와서 돌아보니 저택은 온데간데없고 잡초가 우거진 벌판에 무덤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하나 금베개는 어김없이 품에 들어 있는 것이다. 그는 그 베개를 팔아 음식을 사먹었다.
훗날 진나라의 황비가 장터에서 그 베개를 발견하고 조사해보니 신도도라는 사내가 나타났다. 황비는 이상히 여겨 무덤을 파고 관을 열어 봤더니 장례 때 넣어준 물건들은 다 있건만은 오직 베개가 없었다. 딸의 몸을 살펴 보니 정사를 치른 흔적이 완연했다. 황비는 비로소 신 도도의 말을 곧이 여기고 이 사람이야말로 나의 사위라고 '부마도위' 벼슬을 주어 금마차를 베풀어서 본국으로 보내 주었다는 데서 부마라는 말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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