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지음
망한 나라의 음악, 혹은 나라를 멸망시킬만큼 음탕한 음악.
위나라의 영공이 진나라에 가는 도중 복수근방에서 참으로 심묘한 음악 소리를 들었다. 영공은 그에 심취하여 거느리고 있던 음악사에게 그 가락을 베끼도록 분부하였다. 이윽고 진나라에 당도하니 영공은 그 음악사에게 일러 진나라 평공 앞에서 그 음악을 연주하게 하였다. 그런데 진나라에는 사광이라고 하는 탁월한 음악사가 있어 음악으로써 학을 춤추게 하고 구름을 부른다는 명인, 그래 평공은 곧 사광을 불러다가 같이 듣기로 하였다. 그런데 사광은 음악이 연주되자
"잠깐 기다려줍쇼! 그건 망국지음이올시다."
하고 음악사의 연주를 만류하였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하는 영공과 평공에게 그 내력을 들려 주었다.
"옛날에 은나라 주왕을 섬기는 사연이라고 하는 유명한 음악사가 있었습니다. 사연은 주왕을 위해 음탕한 악곡들을 지어 올렸거니와 주왕은 밤낮으로 그 악곡들에 홀려서 지내셨읍죠. 주왕은 그렇듯이 악독한 정치를 하다가 멸망하자, 사연은 악기를 안고 동쪽의 복수로 가서 투신자살 했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 언저리에선 그 곡조가 들려오고 있다더니만..."
영공도 평공도 소름이 끼쳐 다시는 그 음악을 들을 리 없었다. '한비자'의 십과편에 있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