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지세
범을 타고 몰아친다는 것이니, 이미 큰 일을 착수한 이상 도중에 그만두면 오히려 위험함을 말한다. 잡다한 이민족이 한 민족과 대항하여 수많은 나라들이 생겨났다 망했다 하던 남북조 시대. 북조 최후의 왕조인 북주의 의제가 죽자 외척인 한인 양 견이 궁중에 들어갔다. 견은 재상으로서 정치를 총괄하고 있었는데 한인의 천하를 이룩하고자 염원하고 있던 터에 죽은 의제의 자식이 어린데다가 슬기롭지도 못하여 스스로 제위에 올라 수 나라를 세웠다. 서기 581년의 일로서 견은 그로부터 8년 후에는 남조의 진 나라를 무찔러 천하를 통일하였다. 그가 수 나라의 고조 문제인 것이다. 문제의 황후가 독고 황후였다. 일찍이 남편의 대망을 알고 있었기에 남편이 북주 천하를 장악하고자 궁중에 들어갔을 때 사람을 보내어 남편을 격려하였다. "하루에 천리를 내닫는 범을 탄 이상 도중에 내려오신다면 범에게 잡아 먹히십니다. 범을 몰아 끝까지 가셔야 합니다. 이미 큰 일을 일으키려고 일어서셨으니 도중에 물러나서는 안됩니다. 기필코 목적을 이룩하도록 힘써 주셔요." 남편이 아내의 이 말에 용기를 얻은 건 물론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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