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야행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간들 누가 알아주랴 한 항우의 말로써. 입신출세하여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서는 옛 친구에게 알릴 수 없다는 인간 심리의 약점을 나타내는 말이다. 금의 귀향이니 금의 주행이란 말이 '삼국지'에 보인다.
진 나라의 서울 함양을 향하여 유방과 항우가 앞을 다투어서 침공했을 때였다. 두 호걸의 대조적인 성격이 여실히 나타났다. 먼저 항우는 진왕의 자식인 영을 죽이고 진 나라 궁전을 불태웠다. 사흘 동안이나 타올랐다는 그 불길을 술안주 삼아 여자를 껴안고 승전을 축하했다. 또한 시황제의 무덤을 파헤쳤으며 재보와 미녀를 차지하였다. 제왕이 될 첫걸음을 스스로 무너뜨리는거나 같은 이같은 행실을 지장이 충고했으나 듣지 않았다. 약탈한 재보와 미녀를 모조리 거두어 가지고 고향에 돌아가려하자, 한생이란 자가 그를 만류했다. "관중은 4면이 산하에 에워싸여 있어 지세가 견고할뿐더러 토질도 비옥하오니 이곳에다 도읍을 정하시어 촌사를 제패하소서."
한편 항우의 눈에 비친 함양은 불타버린 궁전과 황폐한 전적 뿐이었다. 하루 속히 고향에 돌아가 자개의 성공을 자랑하고 싶은 터였기에 한생에게 '금의 야행 얘기를 했던 것이다. 한생은 항우에게서 물러나와
"초나라 사람이란 마치 원숭이가 관대를 갖추어봐도 오래 못 견디는거나 같거든."
이렇게 이루어진 말이 항우의 귀에 들어가 한생은 당장 쪄죽임을 당했다. 결국 항우는 한때의 성공에 취한 나머지 천하를 유방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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