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해골
신하가 임금을 섬길 적에는 자기의 뼈를 임금에게 바치는 셈이니 벼슬 아치가 벼슬자리에서 하직하려 함을 말한다. 유방이 항우와의 싸움에 지쳐 강화를 청할 무렵이다. 항우로서도 휴정할 생각이 있어 범증 장군에게 의논하였다. 그러나 범증은 이때야말로 한 나라를 무찔러야 할 시기라고 주장하매 항우는 다시 포위하고 나섰다. 유방은 당황하여 진평에게 의논하자 진평은 항우의 단순한 성격을 알고 있는 만큼 항우와 범증 사이를 갈라놓기로 제의하였다. 자기네 부하를 시켜 초 나라 군병들 사이에다 뜬 소문을 퍼뜨리자는 것이니 범증이 항우에게 불만을 품고 한 나라와 내통하고 있다는 허튼 소문이었다. 항우는 이내 동요하여 범증에게는 은밀히 해둔 채 유방에게 강화의 사신을 보낸다. 한편 지장 진평은 그 사신들에게 진수성찬을 대접하다 말고 능청을 부렸다.
"범 증 장군께서는 평안하시오?"
사신은 이 느닷없는 질문에 "소인은 범증의 사자가 아니오라 항우의 사신이올시다" "그래? 나는 존경하는 범증 장군의 사자이거니 여기고 후대했구먼. 하, 거 참..."
진 평은 이렇게 흉물을 떨고는 내 놓은 주안상을 거두고 대접을 마구 하였다. 그 사신들이 돌아가 항우에게 고하자 항우는 범증이 한 나라와 내통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실하다 여기고 범증의 온갖 권력을 박탈해 버렸다. 범증은 분함을 이기지 못하면서 "천하의 대세는 이미 정해진 거나 같사오니 앞 일은 몸소 조처하소서. 소인은 해골을 빌어 내어 가지고 초야에 묻히렵니다"
이리하여 범 증은 낙향하던 도중 울화로 말미암아 등창이 생겨 사망하니 그의 나이 75세. 항우는 어리석게도 진평의 책략에 넘어가 유일한 지장을 잃은 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