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힘들다"는 것은 공자님의 말씀이지만 기독교에서도 여자의 조상 '이브'가 '아담'을 꾀어서 금단의 열매를 따 먹었기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난 걸로 돼 있다. 이 모두 다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에서 나온 일방적인 악선전일테지만 희랍신화에서도 역시 여자가 남성 지배하에 있기는 매한가지이다. 희랍신화에서도 맨 먼저 만들어진 것은 남자였는데 한 번 만들어진 인간은 죽지 않고 차츰 불어났으며 (어떻게 불어났는지 모르지만) 나쁜 짓만 골라하게 되었다. 이를 본 주신 '제우스'는 화를 내고 인간을 혼내 주려 불을 빼앗아 버렸다. 그러자 인간의 동정적이던 거인의 신 '프로메티우스'가 몰래 인간에게 불씨를 갖다 주었다. 덕분에 인간은 더 편안히 살 수 있게 되었지만 곧 '제우스'에게 들키고 말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엄벌에 처하는 한편 인간에게도 벌을 주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판도라'였다.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 '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흙으로 여신의 모양을 본딴 인형을 만들게 했다. 다음에 미의 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운 생김새를, '아테나'여신은 손재주를, '헤르메스'는 간사한 마음씨와 말재주를 각각 불어넣었다. 그리고 '헤르메스'는 최초의 여자 '판도라'를 데리고 '프로메티우스'의 아우 '에피메티우스'에게로 갔다. 형 '프로메테우스'는 전부터 아우에게 '제우스'가 선물을 줄 때는 조심을 하라고 일러 두었는데 좀 모자라는 '에피메티우스'는 반가이 '판도라'를 맞이하여 함께 살았다. 그런데 '판도라'는 '제우스'로부터 선물로 받아온 상자 하나를 선물로 갖고 있었다. 여러 신들이 무엇인가 잔뜩 집어넣은 다음 단단히 봉한 것으로 절대로 열어 보아서는 안되다는 상자였다. '판도라'는 남편이 일하러 나간 사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노라니 그 상자를 열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내 참다 못하여 뚜껑을 여니 괴상한 연기와 함께 오만 가지 괴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모두 인간 세상에 재앙을 끼칠 것들 뿐이었다. '판도라'는 기겁을 하며 뚜껑을 닫았으나 이미 나올 것은 다 나오고 동작이 느린 '희망'만이 꾸물거리다가 갇혀 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 인간은 오만 가지 재앙을 겪으면서도 한 가닥 미지의 '희망'에 의지하여 살아간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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