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의 세계 - 저 : 해롤드 셔어먼 / 역 : 안동민
제 3장 강한 감정을 바탕으로 하여
3. 가출 소년의 이야기
우리들은 당시 아칸소주와 미조리주에 걸쳐 있는 구릉지대인 오더크스의 시골집에 있었다. 텍사스에 있는 어떤 남자로부터 소포가 속달로 배달되어 왔다. 실종한 10대 소년인 아들이 있는 곳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힘이 되어 달라는 의뢰였다. 소년이 가출하기 직전에 신고 있었던 한 켤레의 낡은 양말이 그 소포에 들어 있었다. 이 사람은 친구인 토머스 개러트 박사에게서 나를 소개받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 아들의 빨지 않은 의류 한 가지를 손에 쥐고 그것에 정신을 집중시키면 소년의 신변에 일어난 일이나, 어디에서 찾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을 박사가 넌즈시 비추었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이런 종류의 의뢰를 연구 목적으로 선택하지 않지만, 친구의 추천을 받은 곤경에 빠져 있는 사람들로부터 의뢰가 있을 때에는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해보기로 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나는 마음에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 다음에 집에서 약 30미터쯤 떨어진 개인 연구실에 양말을 갖고 가서, 조용히 앉아 두 손으로 양말을 주무르고 이 소년의 가출 원인이 무엇인가를 암시하도록 자문했다. 인상이 나오기까지는 10분 내지 15분쯤 걸렸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그 소년 자신에 접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여학생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상대가 그를 버리고 연상의 연인을 다시 사귄 것을 나는 알아차리게 되었다. 애인에게 차였기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또 이 좁은 도시에서 동급생이 그를 놀려 대로 있다는 것을 나에게는 잘 알 수 있었다. 이러 저러한 일이 있었다고 부모에게 사실을 고백하자, 부모는 '별일도 아니군!' 하고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웃으면서, "애, 그런 일은 잊어버리도록 해라.! 어차피 하찮은 첫사랑이 아니냐. 이제 얼마간 지나면 잊게 된다." 고 말하고 있는 것이 들려 왔다.
그러나 내가 느낀 바로서 소년은 이 연애를 대단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정에 있어서의 동정이 없었던 것이 가출을 하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나는 소년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고 했으나 마음속은 텅 비어 있었다. 단지 여기저기 돌아 다니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 것이었다.-그러나 나에게는 그 소년이 있는 곳은 한 곳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년은 산란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슬픔으로부터 혼자 벗어나고 싶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부친에게 편지를 써 보내면서 그 안에 그 인상을 말하고, 좀더 명확한 정보를 전해 주지 못해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아들이 가출하고 나서 수주일이나 지났고, 경찰과 FBI가 수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라고 부친은 편지에 쓰고 있었다. 그들의 방법도 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잘 진행되지 않는 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놀란 것은 우리들이 이 농장주와 그의 아내와 그리고 딸의 방문을 받은 것이다. 이쪽 편지를 받자 즉시 우리들이 사는 오더스의 집을 향해 차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셔어먼씨! 저의 아들의 연애 이야기와 우리들이 취한 태도는 정말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자식놈이 얼마나 슬퍼하고 있었던가를 전혀 몰랐었습니다." "경찰은 우리 집 트럭이 달라스시의 어떤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후의 종적에 대해서는 전혀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자살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것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들이 이 곳을 일부러 찾아온 것은 당신에 이제까지의 일의 진상을 정말 정확하게 맞추어 주셨으므로, 어쨌든 무엇인가 정보를 입수하게 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저의 자식놈이 좋은 옷으로 갈아 입었을 때 입었던 샤쓰를 가지고 왔습니다. 여기에 사진도 있습니다. 몇 장이나 복사해서 신문사와 경찰에 우송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아무런 쓸모도 없습니다."
나는 사진을 집어들고 꼼짝 않고 바라다보았다. 더러워진 샤쓰를 손에 쥐고 먼 허공을 노려보았다. 아버지와 그리고 부인과 딸이 허공을 노려 보았다. 아버지와 그리고 부인과 딸이 희망에 찬 눈을 빛내며 주목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마음 편한 입장은 아니었다. 참다운 인상은 말로 표현하기 정에 감지되는 법이다. 기쁜 소식을 받거나, 만사가 뜻대로 되어 간다거나, 순조롭게 해결을 향하고 있으니까 걱정할 것 없다고 단언해 주기 바란다고 하는 가족들의 기원은 누구나 다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것보다 마음의 통로를 열어 놓고 싶다면 자기를 확고부동하게 지키고 정에 흔들리지 않고 공평무사한 태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조금 시간을 끌고 난 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드님은 틀림없이 살아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목숨을 한 번은 버리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대신 이름을 바꾸어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게 하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전전하면서 잡일을 해서 몇푼의 돈을 손에 넣고 있습니다. 텍사스의 휴스턴인 듯한 곳의 드라이브인(차를 타고 식사나 영화등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접시닦이를 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드라이브인의 이름은 아무래도 맥스 드라이브인(진짜 이름은 아니다.)인 것 같습니다"
부친은 나의 이야길 중단시키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셔어먼씨, 즉각 휴스턴을 향해서 출발하겠습니다. 뒤쫓아 오는 것을 자식놈이 조금이라도 눈치 챈다면 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 것 같습니다."
내가 자기 멋대로 내린 판단 때문에 아니해도 될 고생을 하지 말라고 권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친과 모친 그리고 따님은 교대로 차를 운전할 작정으로 휴스턴을 향해서 출발했다. 목표도 없는 추적이 될 것 같은 일에 그렇게 사람 좋은 사람들을 쫓아 보낸 것 같은 꼴이 되었으므로 한심스럽게도 생각되었다. 그런데 사흘 후에 부친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의 편지를 읽고 사실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휴스톤에 도착한 후, 곧 내가 말한 것과 똑같은 이름으로 명부에 나와 있는 드라이브인을 발견하여 그 집 주인과 면회하고 아들의 사진을 보였다고 한다. 주인은 그 사진의 인물을 알겠다고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조리실의 여러 사람들을 불러서 그 사진을 보였다. 그러자 소년을 닮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또 막다른 골목에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지금 이 지점에서 어디로 갔는지 인상을 받을 수 없을까요?" 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 잠시 동안 생각했더니 시간이 앞질러 나아가 마음에 비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부친에게 다음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부친에게 다음과 같이 써서 보냈다.
"참으로 딱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 휴가도 가까워집니다만, 저의 느낌으로 말씀드리자면, 경찰도 당신들도 아드님이 있는 곳을 찾아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드님은 자기 스스로 새로운 근거지를 발견하고 있으며, 결국은 자기 의지로 집에 돌아올 결심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되므로 걱정하실 필요가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내년 4월끼지 기다리면 반드시 집에 돌아와서 해군에 입대한 일이라든가 다시 근무하게 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인가 지나고 나는 그 사건을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부친이 보낸 속달편지가 배달되었다. 예언한대로 아들이 심신이 모두 건강하게 되어 집에 돌아왔으며, 해군에 입대했다는 것도 몹시 기쁜 듯 감사하면서 알려 왔다. 부친에게는 전혀 짐작 가는 곳이 없는 소년의 인상을 받은 한 예를 소개한 셈인데, 소년의 샤쓰와 양말에 손을 대고, 혹은 미시건주의 트래버즈시에서 친구와 처음으로 실시한 텔레파시 실험을 생각해 내고, 소년의 사진을 바라보았던 일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모른다. 예지와 함께 텔레파시나 정신감응까지 이들 인상의 한 부분을 담당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봄까지는 집에 돌아가지 않고, 해군에 입대하리라는 결심을 그 아드님은 이미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 일까지는 결정하고 있지 않았다거나 또는 그런 생각을 품은 일조차 없었다고 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미래를 예지한 한 예임에 틀림없다. 아들의 감정이 혼란을 일으키고 따라서 격렬한 감정을 내뿜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나는 이것이 상념의 전달에 대한 나 자신의 증거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음이 어떻게 해서 미래에 투영되어 언제인가 사람에게 닥쳐올 일을 알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감정은 어떤 방법으로든 사람들이 입었던 의복뿐만이 아니라 방이라든가 그 장소의 그 분위기까지도 어떤 진동을 일으키게 하는 것 같다. 소위 유령이 나오는 집, 뚜렷하게 눈에 비치는 망령의 출현, 그리고 몇 날 몇 달 혹은 몇 년이나 이전에 실제로 벌어졌던 광경이 눈 앞에 재현되었다는 개인 기록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다시 한번 우리들은 불가해한 신비에 부딪치게 된다.
4. 유령이 유령을 죽이다.
최초의 여성 교향악단 지휘자의 한 사람인 리브스 여사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지금 생각난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애트랜 틱시에서 실제로 체험한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리브스 여사는 연주회의 지휘를 하기 위해서 그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떤 제2협의회 때문에 호텔 방은 전부 다른 손님이 들어서 빈 방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무엇인가 착오가 생겨서 자기 자신이 예약한 방도 다른 사람에게 할당되어 있었다. 호텔 지배인은 백배 사죄하고, 정원이 바라보이는 베란다가 달린 1층 침실을 그녀에게 대신 주었는데, 지배인의 말로는 그 방은 지금까지 거의 사용한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원래는 식당 급사와 호텔의 다른 종업원이 사용하고 있었던 방이었다. 리브스 여사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 사정이었기 때문에 어떤 방이라도 좋다고 감사하면서 들었다. 그리고 심신이 몹시 피곤할 정도로 연습을 하고 나서 늦게 돌아와 잠자리에 들어가 곧 잠들어 버렸다. 구식인 네 기둥식 침대, 거울과 세면대가 달린 육중한 화장대, 장롱, 레일을 깐 마루, 밖으로 열리게 되어 있는 여닫이 문 등이 있다는 것 정도 밖에는 방 안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방은 평소에 쓰지 않았던 때문인지 약간 곰팡이 냄새가 났다. 얼마쯤 잤는지 리브스 여사는 누군가가 방 안에 자기와 함께 있는 것 같은 어쩐지 무시무시한 기분이 들어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롱 앞에 야회복을 입은 사나이가 서서 칼라와 넥타이를 끌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달빛으로 그녀는 마루 위에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남몰래 살금살금 레일 위를 기어 다니는 모습이 보였으며, 조금도 소리를 내지 않고 여닫이 문을 밀어서 여는 것을 보았다. 공포에 질려 몸을 움직일 수도 없게 된 리브스 여사는 이 침입자가 야회복을 입은 사나이의 등뒤로 소리도 내지 않고 다가서는 것을 지켜 보았다. 이때 야회복을 입은 사나이가 뒤돌아 보고 습격해 오는 자를 보았는데 이미 때는 늦었었다. 자기 몸을 지킬 틈도 없이 무참히도 몇 번인가 칼에 찔렸다. 습격해 온 상대와 격투를 벌였지만, 상대편은 그를 뿌리치고 침입해 온 곳으로 마루를 넘어 도망쳐 버렸다. 야회복의 사나이가 비틀거리다가 방바닥에 넘어진 순간 리브스 여사는 비명을 질렀다. 호텔 안은 금새 발칵 뒤집어졌다. 야근하는 사무원이 문 앞으로 달려오자, 리브스 여사는 거의 광란상태로 그때 일어났던 일을 미친 듯 소리질렀다.
"아닙니다. 설마-이제는 없을 것입니다!" 라고 그 종업원이 말하고,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주머니-이 방을 드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일이 실제로 있고 난 뒤부터 이 살인을 목격한 사람은 부인까지 세사람째입니다." "무엇이라고요?-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니요?" 하고 리브스 여사는 되물었다. "바로 지금이요! 오늘 밤이란 말이요! 빨리 경찰을 불러 주세요. 저분이 죽었습니다. 정말이란 말이예요. 살해당하는 것을 봤단 말이예요!" "아닙니다. 마나님, 거기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이 방에는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라고 야근담당 종업원은 안심하라고 말했다. 리브스 여사는 몸을 돌려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바닥에는 시체가 보이지 않았고, 여닫이 문도 닫힌 채였다. "그래도 난 정말 모르겠는데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사무원은 말했다. "1년 쯤 전의 일입니다만, 식당 급사가 이 방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에 그가 잠자리에 들려고 저 장롱 정면에 서 있으려니까 도둑이 마루쪽에서 기어 올라왔습니다. 급사는 그 도둑과 격투를 한 것 같은데 찔려 죽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이 방을 손님께 드릴 때마다 손님께서 잠이 깨어 지금과 같은 살인 장면이 재연되는 것을 보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방에서 손님을 쉬게 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소를 끼치는 체험을 리스브 여사가 나에게 말해 준 것은 그런 일이 있고 난 수년 후의 일이었는데, 여사는 그때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아직도 감정적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비슷한 체험담이라면 얼마든지 있고, 너무 숫자가 많아서 망상이라든가 환각 또는 무서운 상상의 결과라고는 말할 수 없다, 라고 솔직하게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유령을 본 사람들은 예의 범죄나 비극적 사건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아는 바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로서는, 우리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이 격렬하게 감정을 일으키게 한 사건을 폭력행위에 의해 방출된 상념이 어떤 형태로서 마치 일종의 합성된 생명과 그 자신의형으로 존속하고 있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이 분위기에 젖어 잠들고 그 의식이 공백이 되면 그들의 초감각적인 힘이 주위의 진동으로 활동적이 되어 단일 상대와 파장이 맞아 버리면, 이들 진동력이 그 사람들을 일깨우게 된다. 그러면 그들은 거의 최면술에 걸린 것처럼 그 초자연적인 연극이 끝날 때까지 응시한 채로 꼼짝 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격렬한 감정이 이 사건과 관련하고 있다는 것은 다시 한번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방이나 건물 같은 바로 그 현장이 헐리고 크게 환경이 바뀌거나 완전히 철거하여 새롭게 되면 이런 현상이 사라진다고 하는 사실은, 방이나 그 현장의 분위기에 있는 어떤 초상적인 상태가 특별한 변화가 없이는 내내 남아 있었지 않았나 하고 생각된다.
원래의 사건이 재연되기 시작하고,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던 힘은 건물이 헐리는 것과 동시에 사라져 버리고 파괴되거나 연관성이 떨어져 분리되는 것이 아닐까. 이상과 같은 실례에서 본다면 감정은 어떤 힘이며,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성으로 지배하면 사람에게 유용한 힘이 되지만, 그렇치 못할 경우에는 대단한 피해도 받을 수 있다. 우리들의 하나 하나의 생각에는 감정이 결부되어 있으며, 감정의 작용에 의하지 않고서는 모든 현상이 포착되지 않으므로 바람직하지 못한 나쁜 영향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들을 지배하고 지시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일이다.
과학자는 가지각색의 화학약품이나 약물, 전격적 혹은 최면적 수단으로 감정을 자극하고 뇌를 흥분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신과 감정의 반응을 조사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 치료를 하는 한 수단으로 리제르긴산의 주사를 놓고 있다. 때로는 육체를 떠나 과거의 사람들과 통신을 하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거나, 태내로 되돌아 가서 그때까지의 인생경험을 다시 체험했다든가, 단세포상의 생명의 일부인 창조의 초기로 되돌아 갔다든가, 혹은 우주의 원자구조를 감지할 수 있었다든가, 우주의 광대함을 이해할 수 있다든가, 더없이 멋있는 성적 체험의 황홀상태가 된다든가, 지옥의 밑바닥을 구경한다든가, 기괴한 창조물을 바라볼 수가 있게 된다든가 또는 인간계의 스펙트로(빛이 프리즘으로 분산했을 때 나타난다)를 초월한 색채의 조합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든가 하는 따위의 환자가 광범위한 환각적 체험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현실에서 도피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또 마음의 창조성을 촉진하는 것 같기도 하여, 이와 같은 체험을 되풀이 하고 싶다고 원하는 자가 많다. 그러나 현단계에 있어서의 이 실험에서는 생리학상이나 심리학상의 이면의 진실이나 치료상의 효과가 모두 다 알려져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강렬한 심령적. 정신적.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는 어떤 버섯을 먹어 보면 얼마 쯤은 비슷한 효과가 실제로 느껴진다.
멕시코 등지에서는 황홀상태가 되고, 박진감이 있는 환영이 나타나 목소리가 들리고 기이한 말을 예언하게 하는 '성스러운 버섯'을 토인들이 먹고 있다. 이 버섯은 토인들의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훨씬 초월하여 내면적인 감정을 자극할 수가 있다. 그러나 자제를 잃은 감정은 앞뒤가 단편적이고, 조리가 맞지 않으며, 관련성이 없고 예언적이라 할 수 없는 공상적인 경우가 많다. 약과 버섯의 실험을 양쪽 다 받은 남녀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심신의 감수성이 증가했다고 전원이 증언하고 있다. 오랫동안의 억제에서 해방되어, 현실적으로 자기를 잡아 매고 있는 여러 가지 정신적, 감정적 장해를 벗어날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는 이 체험이 그때에는 아주 진실되게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이야기했거나 기록한 보고서를 조사해 보면 아무래도 진실치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약이나 버섯으로 자극을 가한 결과로서 소위 고급령이라든가, 육체를 벗어난 영적생물과의 접촉을 나타내는 확실한 증거를 나는 아직 본 일이 없다. 그러나 연구대상으로서 값어치가 있는 일종의 신비스런 정신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다. 최면의 암시력을 받으면 사람은 역시 환각적 체험을 하기도 하고, 출혈이 멎고, 고통을 느끼지 않는 보기드문 육체 제어의 작용을 일으킬 수가 있다. 아주 뜨겁거나 차가움, 또는 무서움과 기쁨 등 신체가 빠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상태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신체가 그에 따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감정의 작용이 정신과 관련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정신이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을 신체가 느끼는 것이다. 더욱 방에 있는 사람에게 추워서 얼 것 같다고 최면을 걸면 실제로 추위를 느끼게 된다. 육체는 땀도 흘리지 않고 그리고 덜덜 떨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정신이 정말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그 사람이 진실로 느낀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 초감각력에 대한 어떠한 연구에 있어서도 우리들이 느끼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접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행위를 의식적으로 계속 지배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들의 의식적인 추리능력은 보초병으로서 우리들을 계속 보호해 줄 것임에 틀림없다. 여러분은 감정에만 지배되는 사람을 만나본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에게는 감정을 누르는 힘이 거의 없다. 마음이 불안정하고 기분이 애매모하여 분명하지가 않다. 억제되지 않는 감정의 바다 속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의식은 혼란되고, 상태가 고르지 못하다. 그러한 상태 아래에서는 환각이 일어나기 쉽다. 그리고 불안감을 품으면 현실에서 동떨어진 가공적인 꿈이나 환상의 형태로 그것이 극적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한 이유로 정신을 참답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첫째로 스스로의 감정을 누를 수 있는 힘을 지닐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음녀 주위의 갖가지 잡다한 영향이나 힘의 먹이가 될 경우도 있다. 자기 자신의 정신과 감정을 누르고 있을 때에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문제에도 곧 반응하는 광대한 감수성을 갖는 정신조직을 통할할 수 있다. 그러나 두뇌장해라든가 어떤 종류의 질병. 알코올 중독. 마취제 상용. 최면의 영향. 신경쇠약. 우울증 등으로 자유의지를 무엇인가 다른 힘에 맡겨 버리면 이 억제력은 잃어지고 정신 조직은 제멋대로 행동하게 된다. 설명할 길도 없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가 하면 때로는 광기나 혹은 범죄를 낳는 파괴적 행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인간-그 인간은 실로 많은 종류의 욕구불만이나 심신의 긴장에 직면하고 있으나-에 있어서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초감각적 체험에 대해서 생각한 일이 없는 사람은 당연한 일이지만 마음의 균형이 잡혀 있지가 않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나 새로운 환경이나 사건에 극단적으로 예민해져 버리고, 이 감수성이 감정의 강도를 몹시 높여서 자기도 모르게 보다 강한 발신과 수신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의 힘으로는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곳까지 이르고 마는 것이다. 심신을 스스로 안전하게 하고 안정시키기 위해서 어떤 상태에 있든지 감정을 억제할 수 있다는 능력을 발달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것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감정은 억제나 인생의 목표가 되지 않으면 안되다고 생각한다. 억제되지 않는 감정이 육체와 정신에 충격을 가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좋지 않다. 건강뿐만이 아니라 판단력이나 결의, 그리고 위기에 처했을 때의 신속하고도 현명한 행동력에까지 나쁜 영향을 주고 만다. 억제한 감정의 발산인 '울화통'을 때때로 터뜨리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러나 감정을 억제하고 난 후 적당하게 외부로 발산할 수 있다면 저수지의 물처럼 갑자기 부풀어 오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는 초감각적 능력을 발달시키는 일에 흥미를 갖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 감정이 어떤 형편인지 맨 처음에 가늠해 볼 것을 권장하고 싶다. 정신이 향하는 대로 떠내려 가든가 정신이 뒤집혀 버렸다하더라도 초감각적인 체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근심이라든가 걱정이 있거나, 불안이나 노여움을 느끼거나, 또는 성취하게 해 주기를 바라는 희망을 갖고 있던가 하면 그에 의해 인상이 왜곡되고 날조된 이야기의 원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신이나 감정을 단련하게 되면 그런 것은 최소한으로 누를 수 있다. 그때에는 욕구 불만의 상태에 있을지라도 자기에게 나타나는 인상을 검토할 수가 있고, 그것이 올바른 인상인지 잘못된 인상인지를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감정의 힘을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걱정이나 근심을 이겨내고, 마음에 쌓아 둔 과거의 해로운 감정적 반응을 전부 버릴 필요가 있다. 과거의 불행한 사건이 비슷한 장래의 불행한 사건을 끌어당기는 힘이 되는 것은 이들 잘못된 심상과 감정 때문이다. - '뜻이 맞는 자들끼리 모인다' 는 말처럼 그러한 잘못된 심상이나 감정을 의식에서 제거하지 않는 한 머지 않아 또다시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상기하고, 그 대신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실행해야만 했다고 생각되는 말이나 행동을 실제로 행하고 있는 자기의 모습을 의지의 힘으로 그릴 수 있다면 그 위업은 틀림없이 성취될 것이다. 이제까지의 잘못된 생각을 정정하는 것이 자기를 제어하고 결과적으로는 신뢰할 만한 초감각적 능력을 발달시키는 열쇠인 것이다. 초감각적 능력의 탐구를 진행시켜 나아감에 따라서 그 달성법이 저절로 분명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