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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람 고기를 먹어 본 적이 있습니까?” 흔치 않은 질문이자 경악스러울 법한 질문인데, 이번 지식메일의 화두는 바로 ‘식인’이다. 사람 고기를 먹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나올 반응은 아마도, 경악일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러한 반응은 ‘식인은 야만스럽다’는 가치 판단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식인행위라는 인간의 행동이 풍습, 규범, 행동 등 이른바 문화적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다른 인간의 행동, 다른 사회의 문화에 대해 가치평가를 내릴 때 중요한 토대로 작용하는 것이 있는가?(식인을 야만스럽다고 규정할 만한 토대가 있는가?) 식인풍습이 야만적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단순히 ‘야만스럽다’고 정의되기보다 더 복잡한 층위의 질문과 사고를 필요로 한다. 이 짤막한 메일에서 모두 다룰 순 없겠지만, 식인에 대한 문화론적 접근 방법 한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1) 희생적 식인 프랑스 혁명 초창기에 식인 사건이 발생한다. 민중들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죽여 그 고기를 나눠먹은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분노를 풀고, 그럼으로써 감정을 순화시켰다. 이것은 현대의 사형제도와 유사하다. 당한만큼 갚아줌으로써 응분의 한풀이를 하고 자신을 순화시키는 것이다. 2) 사고로 인한 식인 1972년 안데스 산맥에서 비행기 사고로 조난당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동료들의 인육을 먹고 살아남았다는 실화가 있다. 이 경우는 매우 특수한 경우로 어쩔 수 없이 식인을 한 경우이다. 3) 의례적 식인 원시 부족에서의 식인은, 부족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전승한다는 의미를 가진 일종의 의식이었다. 죽은 사람을 먹으며 그 조상을 기억하고 숭배하며, 죽은 이가 산 사람들 가운데 여전히 살아있고 또한 꼭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식인행위는 부족을 하나로 묶는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했다. 관념론적 문화론-인간의 정신활동 관점에서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문화의 수수께끼』,『음식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을 통해 인간의 식인풍습을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식인풍습이 고대국가 성립 후 싹 사라졌다는 것이다. 고대국가는 부족과는 달리 넓은 지역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통치이념’이 필요했는데,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상당히 도덕적인 형태여야 했다. 즉, 도덕적이고 질 높은 삶을 위한 통치이념이 등장한 덕분에 사람을 먹는 행위가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활동 관점에서 문화에 접근하는 이러한 방식을 관념론적 문화론이라고 한다. 유물론적 문화론-인간의 물질적 요소를 통해 그 두 번째는 고대국가가 들어서면서 식인풍습이 없어진 것은 생산력 발전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고대국가 성립 이전에는 전쟁포로를 살려 봤자 생존에 방해가 될 뿐이었기 때문에 잡아먹었다. 하지만 고대국가는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었고, 포로를 죽이는 것보다 살려서 노예로 만드는 것이 노동력 향상에 더욱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식인풍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관념론적 문화론과 달리, 인간의 물질적 요소를 통해 문화에 접근하는 이러한 방식을 유물론적 문화론이라고 부른다. 어떤 접근방식이든 마빈 해리스의 관점에 따르면 결국 인간은 문화적인 존재이고 문화적인 현상은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인풍습 역시 문화적인 현상이므로 단순하게 야만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여러 각도에서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는 사실! 이번 기회에 ‘식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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