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 - 쏭챵, 짱창창, 챠오벤, 꾸칭셩, 탕쩡위 공저
제4장 생각하고 나서 행동하는 중국 - 꾸칭생(古淸生).자유기고가
16. 서양이 보는 '봉건중국', 중국이 보는 '서양중국'
우리는 늘, 미국이 역사가 짧아 1백 년 정도만 된 물건이라도 유물이나 골동품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할 자격이 있다. 그들의 박물관에 있는 그들의 물건은 확실히 역사가 짧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그들을 무시하고 난 후에 우리의 가슴은 오히려 착잡해 지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박물관에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많은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미국은 역사가 짧으며 유럽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역사를 비교해 본다면 중국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그런 역사도 한번 지나가고 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누가 뭐라든 중국의 역사는 5천 년의 문명사이니, 이런 상식적인 것은 이제 그만 중학교 교과서에나 실어두면 충분하지 구태여 입에 오르내리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역사는 과거를 대표하지만 우리는 현재와 미래에서 생활하고 있다. 과거를 중시하고 현재를 경시하는 것은 세계가 중국을 이해하는 데 그렇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미국을 말하자면-사실상 우리가 말하는 미국이란 대체로 백악관과 국회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그들은 중국을 어떻게 간섭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미국인들이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미국 국민들은 중국을 잘 알고 있지 못하며 그들이 아는 방법도 대부분은 백악관과 국회의 선전이나 또는 방송매체의 보도를 통해서이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중국은 실제와 아주 다른 것일 수 있으며, 여기에는 우리가 자신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탓도 있다. 오래된 국가는 사람들에게 부족이나 추장 같은 것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중국의 올림픽 개최지 신청에 관한 홍보영상에서 우리들이 왜 그런 낡은 성을 두드러지게 선전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좀더 냉정하게 말한다면 현대와는 너무 동떨어진 느낌을 주더라는 것이다. 여행에 대한 소개라면 당연히 좋은 홍보이지만, 한 국가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는 걸맞지 않았다. 내가 난츠즈(에 살 때의 일이다. 내가 살던 쓰허웬)에는 마침 길쪽으로 난 창이 하나 있었는데, 왕푸징(에서 텐안먼으로 통하는 길에 면해 있어 적잖은 외국인들이 이곳을 지나다녔다. 이들은 대부분이 유럽이나 미국사람들이었는데, 늘 내 방 창문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나 아시아인들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것은 서양인들이 베이징에 대해 잘 모르거나 쓰허웬에 대해 신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들의 이런 행동이 무척 신경쓰였다. 이곳에 무슨 볼거리가 있는가? 이것은 정상적인 생활에 대한 방해이며 인권침해가 아닌가?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나도 점점 그에 둔감해졌다. 결국 이것은 우리의 홍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외국인들이 우리를 어느 정도 알게 되면 호기심은 줄어들 것이다. 이는 아시아인들이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솔직히 말해 내 친구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아프리카의 촌락을 이야기한다면. 나도 곧바로 화전경작을 연상하게 될 것이고 가부장제의 추장이나 국왕을 연상하게 될 것이며 법이나 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봉건제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포탈라(布達拉) 궁을 보게 될 때는 자연히 종교를 연상하게 될 것이며,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볼 때는 당연히 과거의 세월, 즉 이미 지나가고 없는 세월을 연상하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건축물의 문 앞에 놓인 봉건시대의 상징인 두 마리의 돌사자 조각을 보게 될 때는 황당한 느낌을 받게 된다.
오늘날에는 과거의 만리장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 맞는 현대화된 상징과 현대화된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싼샤댐이 하나의 상징이 될 수도 있지만, 싼샤댐이 아주 고전적으로 건설될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건축에 있어서 복고풍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우리의 선조들은 시대마다 그들의 건축양식이 있었으며, 모두 그 당시의 양식으로 건축물을 설계했던 것이다. 베이징에도 당연히 현대화된 건물들이 이미 하늘로 치솟아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옛것을 추구하려는 마음이 더욱 드러나는 것 같다. 작년에 내가 남방으로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베이징에 와보지 않은 친구가 나에게 '너는 진정한 베이징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 말의 뜻은 다름 아닌, '청대 황족의 후손을 보았는가?'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중국인들이 고대의 나라에 살고 있다고 오해하는 서구인들은 차치하고라도, 중국인들도 여전히 스스로 그런 봉건시대 황족의 후애를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베이징사람과 가짜 베이징사람 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단 말인가? 나는 그런 구별을 찾아낼 수가 없다. 실제로 청나라 마지막 황제였던 푸이도 양복을 입지 않았는가? 나는 일찍이 미국인과 중 .미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미국인의 중국어는 나보다 더 정확했다.그는 당신 나라는 오래된 나라이며 당신네들은 전통을 너무 존중한다 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예사스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나의 기분은 얼굴색이 누렇게 뜬 여인이 '당신은 옛날에 정말 아름다웠소'라고 하는 다른사람의 칭찬을 받았을 때 혹은 갓 말을 배운 어린애에게 '할아버지'라고 불렸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들은 모두 젊은이인데 왜 만나자마자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래되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 과거의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고 현재의 중국은 현재의 중국. 즉 현대적 법과 민주제도를 지닌 인민공화국이다. 우리는 변발을 하고 아편을 피며 긴 장삼을 입는 만주족 청나라의 신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우리의 이미지를 세울 때는 '젊은중국'이라는 쪽으로하는 것이 좋으며, 고궁과 같은 곳은 여행홍보용으로 족한 것이지 오늘날의 이미지 홍보용으로 삼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만약 미국 국민들이 정말로 중국인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들은 백악관에 의해서 쉽게 조종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우리들의 공업화가 시간적으로 좀 늦기는 했지만, 우리들은 현대에 살면서 현대인의 의식과 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만약 우리가 낡음과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격이 된다. 사실상 우리들은 아주 젊다.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계산해 본다면 겨우 40여 년밖에 되지 않은 혈기와 활력이 넘치는 국가이고 따라서 앞으로는 현대과학과 문명으로 더욱 층만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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