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 - 쏭챵, 짱창창, 챠오벤, 꾸칭셩, 탕쩡위 공저
제4장 생각하고 나서 행동하는 중국 - 꾸칭생(古淸生).자유기고가
15. 자기비하보다는 세계를 보는 자신감으로
매주 일요일에 펼쳐지는 갑조 축구 리그전을 보면 나는 중국인의 생명 속에 숨겨진 격정을 느끼게 된다. 그 파도처럼 밀려드는 함성소리는 온화하고 우아한 우리 민족의 또다른 일면이다. 나는 이러한 모습과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을 찾고 싶었다. 마침내 나는 키보드를 두드려 다음과 같은 문장을 완성했다. '생명의 봇물을 터트리다.' 그렇다. 정말 중화민족은 감정이 풍부한 민족이다. 이것은 생활의 모든 면에서 감지할 수 있다. 이런 격정은 경제건설을 위한 대결전 속의 중국인을 연상하게도 한다, 나는 이런 대결전 같은 것을 몹시 싫어했었다.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니. (大慶) 유전건설과 같은 대결전이건 대약진운동이건 간에 어떤 의미에서 보면 모두 민족정신을 구현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확실히 바람이고, 불꽃이며, 창조 속에서 배어나오는 놀라운 격정이었다. 나는 줄곧 중국인이 이러한 격정을 시종일관 유지함과 동시에 고도의 과학적 이성을 갖출 수만 있다면, 머잖아 중국의 발전에 세계가 주목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즉 외국과 비교하기만 하면 모두들 자신감을 잃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여러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의 칭찬에 우리는 턱없이 기뻐하면서, 외국인이 우리에 대해 무언가 왜곡한다고 느끼면 또한 지나치게 화를 낸다. 우리는 이것을 민족적 자존심이라고 부른다. 사실 이 문제는 아주 간단하다. 외국인들이 우리를 보고 앞서간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고, 외국인이 우리를 형편없다고 한다면 그것도 사실과 다른 말이다. 우리는 적어도 외국인보다는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은 자신감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지, 민족의 자존심과는 무관하다.나는 중국 정부가 중국인구 중 7천만 명이 기아로 허덕인다고 공표한 사실은 매우 솔직하며 이성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 여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사업에 어떤 믿음을 지니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놀랄 만한 기사가 있었다. '천재' 학자들이 뜻밖에 식민 문화'라는 개념을 내놓은 것이다. 그 뜻은 서구 과학기술의 도입에 따라 우리의 문화가 이미 모두 상실되어 일종의 '후식민문화'가 되었다는 말이었는데, 이것은 정말 해괴망측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문화는 서로 교류하는 것이며, 문화와 문화 사이에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인이 {퐁네프의 연인}을 보고 감동하는 이유는, 이것이 인간적인 면을 말했기 때문이지 그것이 미국인이 쓴 소설이나 혹은 영화 이기 때문이 아니다. '후식민문화' 개념은 스스로의 민족문화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말과 같다. 문화는 옮길 수 있으며 서로 보완될 수 있다. 어떤 것은 심지어 그대로 모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넥타이를 매는 방식과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삼가는 것, 성인이 된 후에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는 것 등은 결코 식민문화적 표현이 아니다. 경제 운영방식은 더욱 그러하다. 이것은 사람이 창조한 과학적 방법으로 실제로 효과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증명된 방법이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옷집의 만두 빚는 법을 배우는 것같이 아주 정상적인 것이어서 여기에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선진적인 것을 배우고 낡은 경제 운영방식을 개혁하는 것 등은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바로 국제화에 접목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식민문화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인은 왼쪽으로 차를 몰고. 미국인들은 오른쪽으로 차를 몬다. 그들 모두가 서양사람이다. 우리가 세 번째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뿐이다. 관건은 역시 행동하는 것이다. 행동이 취해지고 나면 모든 사정이 달라진다. 되돌아 생각해 보니, 인공위성을 띄웠다고 거리로 뛰쳐 나가 축하했고. 난징의 창장대교가 건설되었다고 전중국이 떠들썩했었다. 지금은 어떤가. 양자강에는 이미 22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우리는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던 많은 시간을 이미 잃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가슴 아파하고 후회해도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지금의 문제는 '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현실 속에 있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 지금부터 중국인은 마음을 다잡고 10년 간 낮잠을 즐기지 말아야 한다. 패전 후의 일본인들처럼 한 마음 한 뜻으로 경제부흥에 온 힘을 집중해야 한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언제 이렇게 멀리 달려 왔는가 하고 뒤돌아 보게 될 것이다.
10년 전을 생각해 보라, 그때 일본은 중국인에게 흑백 텔레비전을 생산해 팔아먹었다. 지금도 일본이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1994년에는 386 소동을 빚었으나 1996년에 이르러서는 IBM이든 컴팩이든 감히 중국에다가 재고처분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金長城), 리엔샹 같은 컴퓨터 회사가 엄연히 존재하고 이들의 시장 점유율도 낮지는 않다. 10년간 낮잠을 자지 말고 국제경쟁에 참여하자는 말이 우습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는 않다.중국의 노동인구를 5억으로 보고 매일 한 시간의 노동시간으로 계산해도 5억 노동시간이다. 한 시간을 10원()으로 친다면 50억 원(元)의 생산액이 증가하는 셈이다. 중국인의 습관인 낮잠만 자지 않아도 단 하루에 50억 원의 생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중국인의 잠재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믿음은 일의 성과에서 오는 것이고, 빈말을 늘어놓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컴퓨터 거리인 쫑관춘에 가 보았을 때 1년 전에 여공이었던 아가씨들이 이제는 컴퓨터 매장의 점원이 되었다. 이 아가씨들은 매장 주인이 직업소개소에서 데려왔는데 컴퓨터 용어를 줄줄 입에 달고 있다. 아가씨들의 얼굴에는 햇빗에 탄 불그스름한 및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고, 손의 살결도 그다지 곱지 않은 것으로 보아 속성 컴퓨터학원을 막 졸업 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그들은 3년 전에는 컴퓨터라는 것에 대해 듣도보도 못했지만 지금은 고객에게 컴퓨터를 설명할 정도가 되어 IBM은 어떻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고. 레인보우는 어떻고, 컴팩은 어떻고. 하면서 줄줄이 꿰고 앉아 그 차이점이나 성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처음 그들을 대했을 때는 그들의 과거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전산학과를 졸업했거나 무슨 석사학위를 받은 것쯤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공 출신이었고 여공 출신이 IBM, 마이크로소프트, 레인보우, 컴팩등을 운운하면서 소개하고 판매한다. 전혀 나쁠 것이 없지 않은가! 지금은 중국인이 현대화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사실 우리는 남보다 못할 것이 없다. 다만 우리의 출발이 좀 늦었을 뿐이다. 다른 것들은 우리가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여 생긴 잡념에 불과한 것이다. 2천 년전의 일과 2천 년 후의 일을 함께 비벼 놓은 이론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며, 남색(藍色) 문명과 황색(黃色) 문명을 허구로 꾸미는 것도 필요없는 짓이다. 중요한 것은 당당하고 자신있게 출발하는 것이며. 아직은 좀 거친 상품일지라도 들고서 전세계를 누비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조금도 없다. 누구나 처음 시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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