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 - 쏭챵, 짱창창, 챠오벤, 꾸칭셩, 탕쩡위 공저
제2장 살아나는 용의 혼
3. 모든 중국인을 간첩으로 몰아붙인 방송
1988년 헬러윈데이인 10월 31일, 미국 CBS 방송은 한 화성인이 미국동북부를 침략하였다는 가상적 내용을 아주 생생한 화면으로 방송한 적이 있다. 이는 본래 공상과학소설을 각색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방송국 아나운서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었는지 순식간에 어처구니 없는 일이 미국내에서 발생하게 되었다. 평상시 썰렁한 분위기였던 교회들도 방송이 나간 후 울부짖는 사람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자신의 죄를 참회하면서 화성인들이 쳐들어 오기 전에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몰고 나온 차들이 동서부 각 주의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로 전국이 삽시간에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 일이 발생한 후 프린스톤대학의 조사에 의하면 대략 170만의 미국인이 그 내용을 사실로 믿고 도망가려 했다고 한다. CBS는 이와 같은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2년 전에 다시 한 차례 파란을 일으켰다. 1994년 3월 19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이 방송국은 유명한 미국 국적의 화교 여자 아나운서인 땅위화(宗銃華)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정확한 영어발음을 구사하는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주제를 설명하였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미국 최대의 간첩망과 관련된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시면 도대체 누가 이 간첩망을 조종하며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해 알게될 것입니다.' 그녀의 해설에 이어 등장한 화면은 미국 화교들이 일하는 갖가지 장면이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소위 간첩이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레인코트를 입은 그런 모습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금 여러분 곁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엄밀한 조사를 거쳐 본 방송국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어떻게 첩보요원들을 침투시키고 있는지 밝혀 내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중국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 아주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 중의 어떤 사람은 틀림없는 간첩입니다.' 그러더니 그녀는 초대손님으로 나온 [중국첩보공작]의 작가 니콜라스 디미야더스와 놀랄 만한 내용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 디미야더스 선생께서는 미국무성의 정보기관에서 일을 한 적이있 고 얼마 전 [중국첩보공작]이란 책을 출판하여 미국 정부와 기업 들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디미야더스 .저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현재 서구의 어떤 정부든지 모두 중국의 간첩침투에 대해 적절하게 대웅할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중국의 첩보활동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황과는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은 베이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중국학생 혹은 과학자가 미 국 방문을 신청할 때 중국 안전부서의 요원들이 그들과 만난다고 합니다. 디미야더스 선생의 발언에 의하면, 이때 안전부서의 요원 들은 방미 희망자에게 국내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는다는 사실과 미국에 가 숨어지내면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그들과 연락할 것이라 고 알려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잠복기는 정확히 알 수 없 으며 심지어는 미국에 잠복한 후 몇 년 뒤에 정말 누군가가 나타나 그들을 찾는다고 합니다.
디미야더스 :맞습니다. '물 밑의 고기[沈底魚]', 이 말은 중국 정보기관 의 전문용어로서 이들은 마치 바다 밑 깊은 곳에서 잠자는 물고기 와 비슷하다 하여 서구 정보계에서는 '휴면정보원(休眠情報員)'이 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해저에 숨어 아무 일도 하지 않나요?
디미야더스 :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때를 기다리는 것 뿐입니다.
:(화면을 가리키며) 보십시오. 이 남자가 방금 말했던 '휴면정보원'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외형상 전혀 다른 점이 없지요. 그러나 그들이 일단 미국사회에 침투하면 점차적으로 사회의 일부분이 되 어 우리들은 그들을 발견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 사회에 끼친 피해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조차도 알 수가 없 습니다.
디미야더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정보원들이 결코 소수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이렇게 합법적인 경로로 미국에 들어온 중국인들 8명 중 1명 꼴은 잠복하고 있는 간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중계실에서 그 둘은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며 중국 정보요원의 형상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갔다. 이 방송은 저녁 황금시간대에 나갔기 때문에 최 소한 1천2백만 명의 미국 시청자들이 보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의심할 것도 없이 디미야더스의 [중국첩보공작]의 출판과 CBS의 보도 특집으로 미국사회에 살고 있는 화교들 중 상당수가 간첩일 것이라는 쟁론을 일으켰고, 수많은 화교들의 생활에 아주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인 8명 중 1명이 간첩이라는 설은 많은 미국 기업들이 화교를 고용할 때 간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중국 유학생들이 취업하는 데도 나쁜 영향을 끼켰고 취업중이던 화교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게 되었다. 이런 의심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중국인의 고용을 감소시키거나 아예 없애기도 하였다, 방송을 본 후 두려움에 가득차게 된 미국의 집주인들은 중국인들이 집을 빌리려 하면 '간첩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답시고 완곡하게 거절하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이민자들로 구성된 국가이다. 60년대 흑인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민권운동을 이끌면서 미국사회에서 인종차별제도가 표면적으로는 없어졌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없어졌다고 해서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관습이 이 나라에서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백인들의 유색인종에 대한 멸시는 60년대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전과 다른 점은. 백인들이 다른 인종을 멸시할 때 직접 그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대표적 상징성을 가진 유색인종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면 인종차별이 표면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면서 보이지 않게 멸시의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쑴위화가 바로 이런 예에 해당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녀가 미국 3대 방송국 저녁뉴스의 유명한 앵커가 되기까지는 각고의 노력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화교사회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하는 성향이 있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 화교 첸엔니()는, 화교단체에서 쑴위화를 위해 마련한 시상식에 그녀가 나타나지 않아 안타까웠었다고 기술한 적이 있다. 또 쑴씨는 매번 중국인에 대해 언급할 때마디'그들 중국인은......'이라고 말해 자신은 황색인종이 아니란 듯한 태도를 보이곤 하였다. 모든 사람은 다 각자의 가치관이 있고 이는 남이 강요할 수 없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동포들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곳은 자기의 혈통과도 단절할 수 있고,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매정한 분노를 일으킬 수 있으며. 공리 앞에서는 사람이 지켜야 할 중요한 도의마저 저버릴 수도 있는 그런 사회인지도 모른다. 쑴씨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방송으로 인해 미국사회에 화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고 하여 그녀가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녀에게는 환영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중국대사관은 그녀가 영원히 중국땅을 밟지 못하게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년 동안 미국 각지의 텔레비전이나 신문은 화교들이 미국에서 간첩활동을 한다는 보도를 자주 하였다. 심지어 중국이 미국에서 자행하고 있는 간첩활동의 규모는 구소련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라고 보도한 적도 있다. 미국과 같은 고도의 산업사회에서는 언론 종사자들이 조작된 보도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버릇이 있으므로 화교사회 역시 이런 보도에 대해 반박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예사롭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8명의 중국인 중 1명이 간첩이라는 말은 재미 화교사회에 심각한 문제들을 낳게 하였다. 지금까지는 너그럽게 보아오던 화교들도 이번만은 참고 있을 수가 없었다. 화교들은 한목소리로 방송국에 항의하고 시카고에 총본부를 둔 재미 화교기술자 및 과학자협회에서 다음과 같은 항의서한을 보냈다.
몇사람의 근거 없는 추측에 의해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미국에 살고있는 모든 중국인은 간첩환동을 하며, 설사 지금은 하지 않는다하더라도 몇 년 뒤에는 활동하게 될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그런 보도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끝으로 이 협회는 방송국이 공개사과를 할 것과 이를 거절할 경우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화교사회의 이런 첫 반응에 대해 CBs 와 땅위화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다. 화교들의 이번 행동도 예전과 같이 결국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느 화교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했을 뿐이었다. 이와 같은 그녀의 반응에 대해 화교들은 분노했다. 화교사회의 강력한 항의는 몇 개월 동안 계속되었고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CBS와 쑴위화도 사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CBS 총재는 '우리는 미국에 단기 혹은 장기 거주하는 중국인들 대부분이 법을 준수하는 학생이거나 방문학자임을 인정합니다, 만일 본 방송국의 프로그램이 이 점에 대해 소홀히 한 점이 있었다면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화교단체에 보내 왔다. 또 그는 편지에서 10월 22일 저녁 뉴스시간에 정정보도를 하도록 최대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10월 22일 밤, 쑴위화는 생중계실에서 성명을 발표하였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매년 합법적으로 미국에 오는 중국학생과 방문 학자 및 이민자들이 모두 중국 정보기관의 고용인들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만일 저희들이 시청자들에게 이런 잘못된 인상을 심어 주었다면 이는 실로 유감스런 일입니다.' 비록 이 성명에 CBS가 직접 잘못했다고 시인한 것은 나타나지 않지만, 이 방송국이 지금까지 자기들의 방송은 매우 정확하다고 자인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방송내용에 대해 결코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이 방송국은 시청률에 의존해 생존할 수밖에 없는 매스컴일지라도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사회적 반응을 고려해야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인들이 이전처럼 제멋대로 하도록 놓아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 주었고. 화교단체들도 전에 없이 일치단결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또한 소수민족인 화교들이 미국사회에서 모함을 받았을 때, 일치단결하여 대처하지 않으면 유린당하고 짓밟힐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화교들이 이처럼 단결할 수 있었던 또다른 중요한 이유는 중국의 국력이 나날이 강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대륙의 국민들은 자신의 동포가 다시는 모욕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기의 동포가 다시는 변질되지 않게 하기 위해, 또 미래의 1세 혹은 2세들이 당당하게 같은 인종 혹은 다른 인종들 사이에서 그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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