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문화의 이해 - 공일주
1. 신의 인간에 대한 관계
쿠란의 첫 계시
무함마드가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처음으로 받았다고 하는 계시는 쿠란 제9장이다. 쿠란은 원래 제1장부터 제14장까지 연대순으로 전혀 배열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무슬림 학자나 동양학자들은 쿠란의 장(아랍어로 수라)의 연대순을 찾아보려고 다각적인 연구를 해 왔으나, 수라 자체의 순서가 애매하다. 무슬림들은 현 쿠란의 수라 순서를 알라가 정해 주었다고 한다. 이 같은 애매한 순서와 복합적인 성격, 그리고 참조할만할 내용 부족으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무슬림(모슬렘은 영어식 표기)들은 수라의 연대순을 찾기 위해 쿠란절의 계시목적에 김은 관심을 두고 해설서에 이를 명시해 왔다. 대체로 쿠란의 초기의 장은 짧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또, ‘오, 사람들아’ 는 주로 메카장에 ‘오, 믿는자여’로 시작하면 메디나장, 이런 식의 분류를 해 왔다. 더구나 메카장과 관련된 역사적인 자료가 빈약하고 메디나 시기와 관련된 자료가 언급될 뿐이다.
쿠란의 각 장은 각기 고유의 명칭이 있으나 이들 명칭이 각 장의 전체 메시지를 대표하는것은 아니다. 그리고 각 장은 메카장과 메디나장으로 나뉘는데, 제96장은 메카장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제96장 1절에서 5절까지는 최초의 계시로 메카장이 분명하지만 6절부터 19절 끝까지는 메카장인지 확실하지 않다. 결국 하나의 수라라 하더라도 그 일부가 메카장일 수도 있고, 또 일부는 메디나장이 될 수도 있어 학자마다 메카장 또는 메디나장의 구분이 다르게 된다. 그렇지만 현재의 쿠란에는 각 장의 상단에 메카장 또는 메디나장 표시를 해 두었다. 학자들마다 다르다는 예로 픽톨은 제64장을 후기 메카장 또는 메디나장도 가능하다고 했고, 뇔데케는 메디나장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메카장이고 메디나장인가? 계시시기에 따라 메디나로 이주하기전에 계시된 것은 메카장이고, 메디나 피신 후 계시된 것은 메디나장이라고 구분하는 방법과 계시장소에 따라 메카와 그 인근 지역에서 계시된것은 메디나장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이 밖에 계시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메카 사람을 대상으로 했으면 메카장이고, 메카 사람이 아닌것은 메디나장으로 구분했다. 그러나 위 세가지중 가장 널리 쓰이는 분류는 계시시기에 따른 분류이다.
위 분류에 따르면 제96장 1절에서 5절까지는 610년 메카 근교 히라 동굴에서 계시를 받았다고 하므로 메카장이다. 히라동굴에서 알라가 무함마드에게 만물을 창조하신 너의 주님(여기서 주님은 알라를 말함)을 언급함으로써 “ 읽어라!(제96장 1절)” 라고 명한다. 610년 라마단달(이슬람력으로 아홉째 번 달)에 무함마드에게 땡그렁하는 종소리와 함께 뭔가 읽어라는 권유의 소리가 들려 왔다. 그 때 무함마드는 “나는 따라 읽을 줄 모릅니다.” 라고 대답했다. 진이 다 빠지도록 엄습해 오는 순간에 두번째 천사를 보내 말하길 “ 너의 주님의 이름으로 읽어라. ” 라고 제차 권유하니 역시 읽을 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자 세번째 “ 인간을 핏덩이에서 지으신 너의 주(제96장 2절), 가장 자비롭고 관대하신 너의 주의 이름으로 읽어라(제96장 3절).” 라고 명한다. 그는 무서워 벌벌 떨며 부인 카디자에게로 되돌아왔다. 외투를 덮어 달라고 하자 망토를 덮어 주었다. 그의 떨림이 어느정도 진정되자 종소리와 함께 “오! 망토를 걸친자여!(제74장)” 라고 천사가 불렀다. 공포감에 시달린 무함마드는 카디자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무섭다고 하자“ 그런 생각은 옳지 않다. 알라가 당신을 괴롭힐 분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곧 카디자는 그의 사촌 와라까 본 나우팔을 불러 오게 했다. 그는 기독교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고, 어떤 책에는 그가 기독교인이었다고 전한다. 그는 히브리어로 복음서를 쓸 수 있었으나, 그 때는 이미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노인이었다. 무함마드의 말을 들은 그는 “이게 모세에게 내려 준 율법이다. 너의 때가 오니 네가 하는 일이 승리하리라.”고 말한다. 이상은 무함마드의 애첩 아이샤가 전하는 말이고, 다음은 아부 살마에게서 전해 들은 알 부카리와 무슬림(하디스 모음)의 전설이다.
무함마드는 히라동굴 근처에 있었다. 누가 부르는 소리에 앞뒤 좌우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서 하늘을 쳐다보니 가브리엘 천사가 하늘과 땅 사이의 보좌 위에 앉아 있었다. 마음의 혼란, 손발의 떨림, 그리고 근육의 경련이 무함마드를 엄습했다. 그는 카디자에게 갔다. 그에게 망토를 덮어 주었다. 그러므로 이상의 두 전승을 종합해 보면 쿠란의 첫 계시는 “너의 주의 이름으로 읽어라.”는 제96장이고 “오! 망토를 걸친 자여! 일어나 경고하라.”로 시작하는 제74장은 그 이후의 장이 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유럽의 이슬람 연구에서는 무함마드가 간질병 또는 히스테리적 발작을 일으킨 것이라고 했는데, 그같은 말의 연유는 모두 이러한 무슬림들의 전승에 의한 것이다. 아래 내용은 제96장 1절에서 5절의 것을 번역한 글이다.
알라가 무함마드에게 명하길 1. 만물을 창조한(만물의 창조주) 너의 주의 이름으로 읽어라. 2. 핏덩이에서 인간을 창조한(다시 한 번 알라가 명한 알라의 구절들을 독경하라고 강조하면서 무함마드에게) 3. 읽어라. 너의 주는 가장 관대하다. 4. 펜의 사용법(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 주신 분 5. (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을 (읽고 쓰는 법을 통해) 가르쳐 주신 분
제1절과 3절에 너의 주의 이름으로 ‘읽어라’는 말이 반복된다. 이슬람 신비주의(수피즘)는 특정한 단어, 즉 ‘알라’나 알라의 99가지 속성을 20내지 30번 되뇌인다. 그 이유는 제96장에서 무함마드에게 명했던 바로 그 알라의 이름을 되뇌이면 이것을 듣는 무슬림은 그의 영혼을 사랑하는 자의 소리를 듣게 된다는 믿음에서이다. 쿠란을 읽거나 읽는 것을 듣는 동안 무아지경에 빠지는 이슬람 신비주의자들은 황홀경에 빠지는 방법으로 알라를 부르짓는다.
모든 인간은 여성이고 유일한 남성은 알라이다. 그러므로 수피는 알라와의 합일을 디크르나 춤을 수단으로하여 영적체험을 하려 한다. 전승의 내용과 제96장 4절과 5절의 말을 종합하면 무함마드는 글을 읽고 쓸 수 없다고 전한다. 이 말은 그가 전한 말은 인간의 소리가 아니고 알라의 말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가 아랍어를 읽고 쓸 줄 몰랐기 때문에 신접된 사람처럼 알라가 말하면 그 말을 그대로 전했다고 하는 것이 무슬림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의견도 있다. 무함마드가 전혀 읽고 쓸 줄 몰랐을까? 몇 가지 이슬람 역사 속에서의 그의 행적을 살펴보자.
첫째, 그는 25살 때 40세의 과부 카다자와 결혼하기 전 카디자의 하인으로 시리아 대상에 장사하러 수차례 왕래했다. 장삿꾼으로서 그가 글을 읽을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 그는 아주 정직하다 하여 ‘아민(정직한)’이란 별명까지 받았던 사람이다. 둘째, 첫 계시가 ‘읽어라’는 말은 도대체 무엇을 읽는다는 말이가? 뭔가를 읽으려면 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여기서 ‘읽어라’는 말은 ‘따라서 읖조려라’는 뜻에 가깝다. 그 당시는 읽을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함마드는 히브리어나 시리얀어(아람어)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그가 문맹이라고 고집한다. 알라는 새로운 예언자에게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이 그들 각자 성경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아랍인에게도 완벽한 경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책을 읽고, 책을 통해 예언하지 않고, 하나님의 영감을 통해 예언했다. 무함마드도 그가 죽을 때까지 그의 쿠란이 신의 조명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의 계시가 책이 되었다. 그렇다면 쿠란에는 계시가 있는가? 다음 네 가지의 이설이 있다.
첫째, 쿠란은 마위의 영감에 의한 것이다. 얼마나 많은 진리가 그 안에 들어 있는가 하는 점은 문제가 안 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부인한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어느 점에서도 하나님의 영감에 의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둘째, 성경과 그리스도에 대해 알고 있는 하나님의 계시와 일치하는 것이 쿠란에 있다. 기독교 신앙과 이슬람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무슬림의 이해가 기독교인의 이해와 다르다. 셋째, 어떤 점에서는 무함마드가 예언자로 간주되어야 한다. 무함마드가 아랍인들에게 다신교와 우상숭배를 몰아 내고 일신교를 받아들이게 했으므로,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약간의 참된 계시를 받았음이 틀림 없다. 비록 그가 성경의 구원 역사에 속하거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님의 계시가 결핍되었다 할지라도 구약의 기드온이나 엘리야와 같은 인물과 비교될 수 있다. 넷째, 무함마드는 무슬림을 위한 진정한 예언자로 인정해야 한다. 성경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미의 계시와 쿠란의 하나님의 계시 사이에 차이가 있더라도 쿠란은 아랍인의 상황에 맞는, 오늘날 전세계 무슬림에게 적합한 하나님의 계시로 인정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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