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문화의 이해 - 공일주
2. 문화와 종교의 매개체
종교의 도구
정확한 발음과 관련되어 쿠란이 경외심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아랍인과 무슬림들의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인 생활에서 쿠란의 경외심은 초기부터 중요하게 다뤄졌다. 아랍어의 언어적 성취가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것이 쿠란이다. 이런 확신으로 인해 아랍어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고, 중세와 현대에서 1개 방언에 불과하던 쿠라이시 방언이 가장 위대한 언어로 발돋움하였다. 아랍어와 이슬람 간의 긴밀한 관계는 수세기를 걸쳐 아랍인과 무슬림의 신앙과 태도를 반영한다. 언어와 종교간의 상호관계는 그들의 전통을 발전시켜 왔으며, 언어적 도그마를 만들게 되었다. 쿠란이 알라의 말씀이라는 믿음은 그 책이 영원 전부터 일곱번째 하늘에 있었던 '움무 알 키탑(책의 모체)에서 왔다는 무슬림들의 믿음에서 더욱 강조되었다. 그래서 쿠란은 기적이고 인간에 의해 어떤 형태나 모양으로 모방될 수 없다고 한다. 문체가 독특하고 본바탕이 순수하며, 아름다움에서 극치를 이룬다고 말한다. 그러한 생각은 쿠란 해설가, 문법학자와 문학 비평가에게 널리 통용되었다. 그래서 문학비평이 발달했고, 언어학과 문법론이 발달하게 된 것은 오로지 쿠란 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현대문학의 흐름이나 현대 언어학의 조류에 걸맞지 않게 지금도 아랍각국 대학에서는 고전문학과 고전문법이 강세를 차지하고 있다.
무슬림 학자들은 언어현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늘날 아랍각국에는 표준 아랍어와 생활 아랍어, 그리고 방언들이 있다. 표준 아랍어는 쿠란에서 내려온 고전 아랍어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이고, 생활 아랍어는 방언이 어느 정도 그 사회의 대표성을 획득하면서 대부분의 표준말과 일부 방언이 섞인 아랍어이다. 이런 언어현상이 아랍각국에 상존함에도 아랍인 무슬림들은 오로지 쿠란을 가르쳐야 된다는 일념하에 쿠란의 아랍어만 고집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습득한 자기네 고유방언 이외에 7세 이후 학교에 입학하여 거의 12년 동안 쿠란에서 그 줄기를 받아 현대 아랍어를 학교에서 배우지만, 아직도 아랍인은 표준발음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랍 고유의 방언 속에 현대 표준 아랍어 자음 28개 중에서 적어도 4내지 5개 자음이 실제 방언에는 없기 때문이다. 또, 무슬림들은 쿠란에 외래어가 없다고 고집한다. 그래서 쿠란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조차 제재를 가한다. 그것은 아랍어만이 쿠란의 내용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슬림들은 쿠란이 그처럼 독특함을 지니는 것은 곧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랍어에 대한 신적 기원은 쿠란 11장 29절 “알라는 아담에게 모든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는 구절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성주의자였던 무으타질라 그룹에서는 아랍어는 인간들 사이의 협약의 산물이라 규정한다. 또다른 사람들은 아랍어는 자연을 모방하기 위해 쓰인 음성의 집합이라 규정한다. 이 밖에도 아랍어는 그 일부가 신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나머지는 협약의 결과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여러 가지 견해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와서 언어학자들은 언어를 인간의 행동과 관련지어 여러 가지로 정의한다. 하지만, 아랍어가 이슬람의 언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며, 아랍인은 시대의 흐름을 종교가 가로막는 언어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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